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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DJ-노무현도 못 푼 과제, 문재인 정부는 성공해야

[검찰개혁의 시간③] 검찰개혁, 어디까지 왔나

등록 2019.11.10 11:07수정 2019.11.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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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을, 검찰개혁을 외치는 시민들이 대검찰청과 국회 주변을 가득 채웠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0년 중반 즈음부터 '검찰개혁'은 하나의 독립적인 사회개혁 과제가 되었다. 이를 감안하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그 이후 검찰의 '과잉수사'가 촉발한 이번 대규모 대중집회는 지난 20여 년 이어진 검찰개혁의 진정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이야기되고 있는 검찰개혁 방안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여 년 가까이 논쟁하면서 다듬어져 온 것들이다. 물론 '완벽한' 개혁방안인지 의심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이 없듯이 '개혁'도 그렇다. 문제를 완화하거나 억제할 수 있는지, 부작용보다 긍정적 효과가 얼마나 더 있는지, 부작용을 억제할 대비책이 있는지를 따져 주어진 조건에서 선택하는 게 개혁이다. 

더디지만 하나씩 실현해온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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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 정책을 뒷받침할 제2기 법무·검찰 위원회가 '검찰 직접수사 부서의 대폭 축소'를 첫 번째 권고안으로 내놨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10월 1일 검찰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을 첫 권고안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 연합뉴스

 
지난 20여 년을 거치면서 검찰개혁 방안들 중에 채택된 것은 무엇인가. 그래서 검찰개혁의 여정에서 우리는 어디쯤 서 있을까. 우선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실시다. 검찰총장 인사청문제도를 국회법에 규정한 것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3년 2월이다. 첫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명한 송광수 후보자였다. 지금껏 인사청문회를 넘지 못한 검찰총장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천성관 후보자가 유일하다. 그렇지만 인사청문회 제도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권력기관의 책임자를 공개 검증하는 기회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 참여연대는 1996년 검찰청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하면서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실시를 주장했다. 

다음은 '검찰의 상명하복 규정 폐지'다. 과거 검찰청법에는 '검사는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런데 부당한 명령은 어쩌라는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1월에 '상명하복'은 없어지고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규정이 마련됐다. '이의 제기권'이 도입되었지만 현실에서 무기력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12년, 임은정 검사가 민청학련 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았던 박형규 목사의 재심 공판에서 '백지 구형'을 강요하는 상급자의 지시에 이의를 제기하고 '무죄 구형'을 한 사건이 일어난다. 지휘에 따르지 않았다고 법무부가 내린 징계에 불복했던 임 검사는 징계무효 소송에서 승소한다. '이의 제기권' 조항이 빛을 발한 것이다.

다음은 법무부의 '탈(脫)검찰화'다. 법무부는 검찰을 감독해야 하는 기관임에도 장관, 차관, 국·실·본부장 등은 모두 검사들이 맡았다. 법무부 정책은 검찰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검찰개혁을 저지하는 역할만 했다. 그러다 노무현 정부 때 비非검사 출신인 강금실, 천정배가 연이어 법무부 장관이 되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었다. 10여 년의 암흑기를 거친 후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은 법학자 출신 박상기, 조국이 장관에 임명된다.

법무부 주요 보직을 검사만 맡도록 한 직제규정들도 대거 바뀐다. 법무실장, 범죄예방정책국장, 인권국장,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비검사 출신들이 임용된다. 기획조정실장과 검찰국장은 아직 검사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이것도 변화를 앞두고 있다. 참여연대는 2014년 이슈리포트 <법무부를 장악한 검사들>, 2017년 정책자료 <법무부의 탈검찰화 – 법무와 검찰의 유착 근절 및 정상화>를 발간하는 등 검찰의 법무부 장악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다음은 '검사의 청와대 편법 근무 근절'이다. 1997년 1월에 검찰청법이 개정되어 현직 검사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 근무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사표를 낸 뒤 청와대에 근무하고, 청와대 근무를 마치면 검사로 복직하는 편법이 이어졌다. 이들은 청와대와 검찰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이런 편법은 일상화되었다. 다행히 박근혜 탄핵 직후인 2017년 3월 14일, 검사가 사직 후 1년 안에 청와대 근무를 못 하도록 검찰청법이 바뀐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편법근무 실태를 감시했던 참여연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에는 여러 차례에 걸쳐 편법 근무자의 명단을 발표했다. 


다음은 '재정신청 제도 강화'다. 기소할 만한 사건임에도 검찰이 기소하지 않을 경우 고소·고발인이 법원에 직접 결정해달라는 것이 재정신청 제도다. 검찰권을 잘못 사용했을 때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공무원이 저지른 직무에 관한 범죄' 중에서도 3~4가지에 대해서만 재정신청이 가능했다. 하지만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모든 범죄로 대상이 확대됐다. 그러나 고발사건의 경우에는 재정신청 대상이 예전처럼 제한되어 있고,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형사재판이 열리더라도 재판의 검사 역할을 불기소 결정을 내렸던 검찰에게 맡기는 문제는 여전하다. 참여연대는 1996년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표 이후 재정신청 제도 개혁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의 ‘검찰개혁’ 역사는 1996년부터 시작된다. 특히 공수처 도입 운동은 1996년 참여연대가 부패방지법 제정 청원안에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을 담은 이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참여사회


이번에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할 것들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 덕에 실행 중인 검찰개혁 방안들이 있다면, 20여 년간 개혁방안으로 제시되었지만 아직 도입되지 못한 것들이 있다. 올해가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우선 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특별수사기관인 '공수처'의 도입이다. 20여 년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줄임말도 한때는 '고비처'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공수처'로 통일되어 불리고 있다.

1996년 참여연대가 부패방지법 제정 청원안에 '고비처' 조직 설치를 담은 이래 지금까지 공수처 도입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민변과 경실련 등도 비슷한 법안을 청원했지만, 번번이 법무부와 검찰의 노골적인 반대에 가로막혔다. 김대중 정부 때는 '고비처'는 거부하고 개별 사건별특별검사제를 수용하는데 그쳤다. 노무현 정부 때는 정부가 '공수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공수처장의 독립성이 취약한 안이었기 때문에 시민단체와 야당 양쪽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공수처와 유사한 '상설특검제' 도입을 약속했지만, 박근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다음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 제한'이다. 수사는 경찰에 맡기고, 검찰은 경찰 수사의 적법성과 타당성 등을 검토해 기소여부 결정과 공소유지에 집중하게 하자. 검찰이 경찰의 수사권 오남용을 억제하되, 검찰의 과잉수사 같은 검찰권 남용도 막자. 여기에는 검찰과 검사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깔려 있다. '칼잡이'에 비유되어 온 것처럼 검사는 '무관(武官)'인가, 아니면 '법률가'라고 분류되듯이 '문관(文官)'인가. 둘 중의 하나여야 한다면 '문관'이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때 검찰의 직접 수사기능 최소화까지는 다루지 못한 채 검경 수사권 조정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능력에 대한 불신 또는 경찰을 개혁한 다음에 수사권을 조정해야 한다는 우선순위 논쟁 때문에, 정치권에서나 시민사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논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더이상 '시기상조'라며 모른척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검찰이 직접 수사권마저 앞세워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이 된 지 오래된 만큼 직접수사권 축소도 미룰 일이 아니다. 20여 년 이어져 온 검찰개혁 여정에서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가 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박근용 님은 전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19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검찰개혁 #고비처 #공수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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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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