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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무대부터 참여형 연극까지, 배우 이기현의 목표

[인터뷰] < 13후르츠케이크 > 이기현 배우

19.10.30 16:05최종업데이트19.10.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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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기현 ⓒ 큐로mgmt

 
해외와 국내 무대를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건, 베테랑이라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아직 신인인 배우 이기현은 작년 에든버러에서 극찬을 받은 < 13후르츠케이크 >를 통해 뉴욕 무대에 이어, 한국 관객을 만났다.

< 13후르츠케이크 >는 안병구 연출, 이지혜 작곡 작품으로,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다룬 이야기를 단편으로 엮은 작품이다. 9월 6일부터 10월 6일, 총 5주간 백암아트홀에선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극찬을 받은 한국 문화예술 5작품'이란 주제로 공연이 진행됐는데, < 13후르츠케이크 >도 다섯 작품 중 하나다. 

< 13후르츠케이크 >는 단 3일 동안 공연했지만, 배우 이기현의 가능성을 증명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서 이기현을 만나 작품 전반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3후르츠케이크>는 뉴욕에서 4일, 한국에서 3일 공연됐다. 짧은 기간이지만, 무대를 채우기까지는 많은 노고가 담겼다. 연습 시간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고 밝힌 이기현은 "정말 걱정이 많았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지혜 작곡가와의 인연을 통해 작년에 (출연) 제안을 받았어요. 창작이고, 또 외국에서 공연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고난이 많았죠. 뉴욕에 갈 때는 '공연이 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결론적으로 무리 없이 잘 마무리 됐지만요."
 
 

배우 이기현 ⓒ 큐로mgmt


무대가 국내로 옮겨지며 작품 전반의 내용도 많이 바뀌었다. 밴드가 함께 했던 뉴욕과 달리, 한국에서는 배우 4명이 추가돼 무대를 채웠고, 역할 부분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가장 다른 건 관객들의 반응일 것이다.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자체가 국내에서는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기현은 "그래도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다행이다"라고 안도했다.
 
혜공왕,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장 칼뱅,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피오트르 차이코프스키, 버지니아 울프, 엘레노어 루즈벨트, 거트루드 스타인, 앤런튜링 등 역사 속 성소수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 가운데, 이기현이 가장 감명 받은 때는 마지막 장면에서다. 
 
"앨런튜링에 관한 마지막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가 '이 처벌로 인해 나도 모르는 내가 나올 것'이라면서 거울에 비춰지는데, 절망적인 그의 감정과 음악적 선율이 간결하지만, 강한 인상으로 다가왔어요."
 
특히 이번 작품에 오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는 이기현. 그는 "매 작품마다 성장을 느끼는데, 이번 작품은 특히나 남달랐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작품이고, 내용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에요. 서로 다름에서 오는 차이, 다양한 감정, 사랑 등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구두를 신으면서, 여성 분들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어요. 뉴욕에서는 여성이 했던 역할이, 남성으로 바뀌면서 여러 장면에서 구두를 신었어요. 연습을 했는데도 첫 공연 때 발에 쥐가 났어요. 다행히 상황은 모면했는데, 등에서는 땀이나더라고요."
 
하지만 이기현이 해외 무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프랑스 아비뇽 세계 축제에 소리꾼 이자람의 '이방인의 노래', 극단 양손프로젝트 '모파상 단편선'과 함께 열린 극단 돌곶이의 '모두에 맞서는 모든 사람들'이라는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테아트르 데알 극장장 겸 예술 감독 알랭 티마르 연출 작품으로, 경제위기로 실업자가 속출한 가상 국가의 이야기다. 사람들의 분노가 정부가 아닌 외국인 노동자, 이방인에게 향하면서 결국 파국을 맞는 내용이다.
 
"무대에 오르는 15명의 배우가 모든 배역을 맡을 수 있는 특이한 작품이에요. 인물의 외형이 정해져 있는데, 의상을 바꿔가면서 인물을 연기하는 거죠. 여러 인물을 임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어요. 관객들은 한 인물을 15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정말 기억에 남아요." 
 

<13후르츠케이크> 이기현 ⓒ 큐로mgmt


아비뇽축제, 꿈꾸던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공연을 올린 이기현. 그가 발길을 돌린 곳은 청년 예술단 '참여형 연극'이다. 지난 18일부터 28일까지 관객들의 손을 잡았다. 그는 지난 2017년부터 3년째 꾸준히 '참여형 연극'에 나서고 있다. 연기를 하고, 배역이 되는 작품이 아닌, 관객들과 '소통'을 하며 '힐링'을 전하는 작품에 이름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안내자"라고 설명했다.
 
"작품의 취지가 좋기 때문이에요.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느낀 감정 속의 불편함을 해소시키는 데 의의가 있어요. 그런 감정을 배설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어요. 정원은 5명 정도로 통성명은 하지 않아요. '삼각형' '바람' 등 추상적인 단어가 쓰인 이름표를 달고, 서로가 편안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요? 동의를 구해야 해서 함부로 얘기할 수 없어요. 저희가 함께 나눈 이야기는 지켜주는 것이 맞거든요."
 

이기현은 참여형 연극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고 밝혔다. 그는 "각자가 느낀 다양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다 같이 치유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표출하지 못한 자신 안의 부정적인 생각이 있을 거예요. 미처 꺼내지 못한, 열등감, 질투 등의 감정이요. 그런 감정을 찰흙을 통해 형상화해서 이름을 붙이고 얘기를 나누기도 해요.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심리학도들과 스터디를 진행해요. 많은 책을 읽는데, 최근에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을 읽었어요. 우리가, 당연하게 느끼는 것들 속에서도 자신도 모르게 차별을 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받았어요." 
 

배우 이기현 ⓒ 큐로mgmt


때문에 작품에도 허투루 다가갈 수 없다. 작품 속 많은 인물을 '배우' 이기현으로 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그가 앞으로 내보일 작품 속 모습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경험을 밑바탕으로 일반적인, 사실주의 작품을 하고 싶어요. 몸도 많이 쓰고, 극 안에서 화려한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요.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작품에 임하고 싶어요. 어렸을 떄부터 연기가 너무 좋아서 배우의 길로 들어섰는데, 예술장르를 다 좋아해요. 예술가가 되는 게 꿈이죠. 앞으로의 해외 진출이요?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지요! 전 항상 준비가 돼 있답니다."
배우 이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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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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