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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 어디까지 왔니? 논란의 중심에서 오심을 외치다

VAR은 세계 스포츠계의 흐름... 최소개입 최대효용의 원칙

19.10.26 14:47최종업데이트19.10.2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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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VAR(Video Assistant Referees, 영상 보조 심판) 판정이 또 한 번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21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리버풀의 '2019-2020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경기가 1-1로 끝났다.

그런데 경기 후, 맨유의 골에 대한 VAR 판정이 논란이 되었다. 래쉬포드의 선제골 이전 장면에서 맨유의 린델로프가 리버풀 오리기의 다리를 차는 동작에 오리기가 그대로 넘어졌지만 반칙은 선언되지 않았다. 이후 심판이 VAR로 재확인을 했지만 그대로 골이 인정되었다. 이를 두고 양 팀 감독과 전문가들, 축구팬들 사이에서 반칙이냐 아니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2016년부터 축구계에 등장한 VAR은 판정에 대한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었지만, 기대감을 회의감으로 바꾸는 경우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분명한 효과 VAR, 끊이지 않는 잡음

올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프리미어리그에 도입된 VAR이 순탄치만은 않다. 9월 13일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주주 회의에서 마이크 레일리 심판위원장은 당시 4라운드까지 진행된 결과, VAR에 의한 오심이 4차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9월 21일, 토트넘과 레스터 시티와의 리그 6라운드 경기에서 토트넘 오리에의 추가골이 VAR 판정으로 인해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이전 상황에서 손흥민이 오프사이드를 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VAR 판독 장면을 두고 "손흥민의 속눈썹이 걸렸다"며 VAR 판정을 희화화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프리미어리그는 VAR 도입 전부터도 세계 축구 규칙을 정하는 IFAB(국제축구평의회)의 규정과 달리 일부를 자체적 규정을 적용한 바 있다. 이에 IFAB에서 "전 세계에서 동일한 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IFAB는 VAR 판독 영상을 경기장 관중들에게 노출 시키면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정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판독 영상을 관중들이 볼 수 있도록 전광판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초기인 만큼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리그의 상황은 어떨까? 독일 분데스리가와 이탈리아 세리에 A는 2017년 8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프랑스 리그1은 2018년 8월 VAR을 도입하였다. 프리메라리가는 도입 첫 시즌이었던 2018-2019 시즌 리그 380경기에서 총 121회의 VAR 판정이 시행되었고, 판정 정확도는 96.92%를 기록했다. 판정 항의는 전 시즌 대비 17% 감소하였다. 좀 더 정확한 판정을 위해 이번 시즌부터는 뷰티캠, 오토매틱 TV 포 리베로, 시네마틱 카메라 같은 높은 수준의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2017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당시 VAR 판독을 하는 안내가 전광판에 나타난 모습. 이 대회는 FIFA가 주관하는 대회에서 VAR이 최초로 도입된 대회였다. ⓒ IFAB(국제축구평의회)

 
우리나라 스포츠에서도 VAR은 이제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프로축구는 2017년 7월 K리그1에 VAR을 도입하였다. 프로야구는 2009년 홈런여부를 가리기 위해 처음 비디오판독을 도입했고, 2017년에 판독의 공정성을 높이고자 '비디오판독센터'를 설립하였다. 프로농구에서는 여자농구가 2007-2008시즌부터, 남자농구는 2011-2012시즌부터 도입되었고, 프로배구는 2007-2008시즌부터 비디오판독을 도입했다.

특히 K리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VAR을 도입하여 운영 중이다. 운영 첫 해였던 2017년에는 총 127경기 중 66회의 VAR 판독을 실시해 43차례 판정을 변경하여 약 3경기당 1번꼴로 판정 번복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다음해인 2018년에 K리그2까지 VAR이 확대되었고, K리그1과 K리그2의 경기를 합쳐 총 410경기 중 151회의 VAR 판독과 95차례의 판정이 변경되었다. 약 4.3경기당 1번꼴로 판정이 번복되었고, VAR이 안정적으로 정착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VAR이 경기 시간을 지연시킨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판독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 1분 정도로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앞선 해외의 사례처럼 국내에서도 VAR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 K리그의 경우, VAR 판독을 거쳤지만 결국 오심으로 판명된 경기에 대해 해당 주심이나 VAR 심판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거나, 징계 수위를 공개하지 않아 비판이 있었다. 프로농구연맹(KBL)에서는 지난 5일,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창원 LG와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나온 VAR 판정에 대해 심의를 거쳐 오심이었음을 인정했다. 

VAR이 판정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수치상으로 확인 가능하지만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오심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VAR과 관련한 조치도 미흡한 점이 많다. 일각에서는 아직 적응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판정에 일관성을 더하고 제대로 된 정착을 위해 전문 인력의 양성과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이 꾸준하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힘을 얻고 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VAR이 뜨거운 화두임을 입증하듯 곳곳에서 VAR의 도입과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배구에서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배구연맹(KOVO)에서는 올해부터 VAR 요청 기회를 늘리고, 판독 장면을 전광판에 노출시키기로 하였다. 대학배구연맹은 '2019 현대캐피탈배 전국대학배구 인제대회'에서 비디오판독을 시범 도입하였다. 보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필요성이 항상 요구되었는데 시범적으로 실시된 것이었다. 아직 예산이나 카메라 기술 문제 등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지만 이제 아마추어 무대에서 VAR이 활용될 날도 머지않은 듯 보인다.
 

지난 2017년 7월 26일과 27일. K리그와 대한축구협회가 K리그 심판들을 대상으로 VAR 보수교육을 실시하는 모습 ⓒ 대한축구협회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스포츠 세계에서 심판도 결국 사람이기에 놓치는 부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심판 매수 논란처럼 다수가 인정할 수 없는 판정들도 이어져 왔다. VAR은 이러한 그동안의 관행과 문화를 없애고,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라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등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판정 논란과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IFAB는 비디오판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비디오판독 제도는 '판정의 100% 정확성'이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최소 개입, 최대 이익'이 바로 이 제도의 철학이다"라고.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애매한 상황이 이제 VAR로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객관적인 자료들을 확보하여 주관적인 판단의 개입을 막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판정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VAR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심판이 VAR로 판정을 번복할 충분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하면 판정은 바뀌지 않는다.

결국 판정은 사람이 내린다. VAR은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이 시스템을 완전하게 숙지하고 익히지 못한 상태다.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의 보완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그리고 VAR이 왜 도입이 되었는지에 대해, 그 본질과 성격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인 비난과 비판보다는 VAR에 대한 좀 더 차분하고, 애정 어린 시선도 분명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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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9기 이인서
VAR 축구 심판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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