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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 버팀목' 고 김영식 신부, 빈소 조문 행렬

19일 선종, 21일 장례미사... 문 대통령도 추모글 올려

등록 2019.10.20 20:48수정 2019.10.2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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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영식(알로이시오) 신부. ⓒ 윤성효

 
1970~80년대 경남지역 민주화운동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고 김영식(알로이시오, 향년 70세) 신부가 19일 새벽 선종('서거'를 뜻하는 천주교 용어)했다. 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 마련된 빈소에는 이틀째 계속해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오후에는 강당의 좌석이 모자라 서 있어야 할 정도로 많은 조문객이 몰려들었다. 특히 김 신부가 거쳐 갔던 산청, 삼천포, 양곡, 거제, 장재동, 산호동, 거창, 남해, 덕산동성당에서는 신도들이 와서 미사를 올렸다.

빈소에는 영정과 함께, 입관식을 마친 관이 놓였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 허성무 창원시장, 김정호(김해을)‧박완수(창원의창) 국회의원의 조기와 배기현 주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설훈 최고위원, 김두관 국회의원, 이상규 민중당 대표,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경남민주화운동동지회 등이 보내온 조화가 놓여 있다.

김두관‧여영국 의원, 강기갑 전 의원은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강기갑 전 의원은 '신부님, 진리이신 주님 품에서 평화와 사랑의 염원을 누리시길 기원드립니다'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이원영 전교조 조합원은 '참교육의 울타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탄생과 큰 울타리가 되어 주신 민주화의 큰 별, 김영식 신부님의 정신과 가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다짐합니다'라고 했다.

경남 고성 출신인 고인은 서울 성신고등학교와 광주가톨릭대학교를 나와 1977년 7월 5일 박정일 주교의 집전으로 남성동성당에서 사제를 받았다.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와 정의구현사제단 활동을 하면서 지역 민주화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김영식 신부는 경남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활동을 했고,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경남본부 상임대표, 6월민주항쟁20주년기념 경남추진위원회 상임대표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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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 마련된 고 김영식(알로오시오) 신부의 빈소에서 20일 오후 추모미사가 열리고 있다. ⓒ 윤성효

 
남해군수와 경남지사를 지낸 김두관 의원은 "김 신부께서 남해성당에 계실 때 농민회 활동을 하시고, 어려운 주민들을 보살펴 주셨다"며 "지역 민주화운동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셨고, 저한테는 정치적 어른 같은 분이셨다"고 했다.

김 의원은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제가 경남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했다. 당시 야권연대를 했는데, 김 신부께서는 1년 전부터 민주개혁진보진영의 연대를 위해 애를 쓰셨고, 경남에서 처음으로 민주개혁진보 성향의 도지사가 탄생할 수 있도록 했다"며 "그동안 찾아뵙지를 못했는데, 선종 소식을 듣고 조화만 보낼 수 없어 조문을 하게 되었다. 주님 곁으로 가셨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배진구 신부(칠원성당)는 "김 신부께서는 많은 일을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을 하셨는지, 활동과 관련한 기록이나 자료가 없어 더 안타깝다"며 "그동안 자료를 수집하지 못하고 육성 녹음도 해놓지 못해 죄송스럽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백남해 신부(천주교마산교구사회복지회 상임이사)는 "많은 신도와 지역인사들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가 많다. 무엇보다, 1970~80년대 서울 등지에서 민주화운동이나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하다가 수배자가 되면 피신, 은닉할 수 있도록 해주신 분으로 안다"고 했다.

백 신부는 "시국 사건으로 구속되셨을 때, 신도들이 영치금을 보내주면 그 돈으로 어려운 다른 재소자들을 챙겨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하루는 감옥살이가 어떠하셨느냐고 여쭈었더니 '내 신앙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독방에서 묵주기도를 하는데 지겨웠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고 했다.

형 김영화씨 "동생은 '거지 신부'였다"

고인의 형인 김영화(74)씨는 "동생은 '거지 신부'였다"고 했다. 김영식 신부는 5남 3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김씨는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신앙심이 깊었다. 사목비를 받으면 당시 민주화운동 했던 학생이나 노동자들을 도와주었다. 자기가 쓸 돈이 필요하면 누나와 형들한테 많이 요구했고, 우리 형제들은 오랫동안 그의 재정적 후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형제들이 김 신부의 민주화운동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김씨는 털어 놓았다. 

"누나 자형이 공군 간부로 있었고, 장군 진급이 예정되어 있을 때였다. 동생이 민주화운동으로 경찰의 미행을 받다가 누나 집에 숨어 든 것이다. 나중에 그런 사실을 경찰이 알게 되었고, 자형은 장군 진급도 못하고 군복을 벗어야 했다. 자형은 그 뒤에 한 제약회사에 들어가 전무이사를 지냈다. 나중에 자형이 월급도 많이 받고 하니까, 동생 때문에 잘됐다고 말하며 위안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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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영식(알로이시오) 신부. ⓒ 윤성효

 
고인은 1982년 삼천포성당 신부로 있을 때 당시 중앙정보부에 잡혀갔다. 백남해 신부는 "그 뒤에 제가 거제성당에 갔더니 신도들이 김 신부가 삼천포성당에 있다가 중앙정보부에 잡혀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며 "삼천포에서 체포되어 헬기를 타고 중앙정보부로 끌려갔던 것"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는 형인 김영화씨도 기억하고 있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송기인 신부가 당시 학생운동권이었던 박계동(전 국회의원)‧정순철(주한미문화원 방화사건)을 일본으로 밀항시켜 전두환 신군부세력의 폭압을 해외에 폭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박계동‧정순철이 전남 고흥으로 이동해 배를 타고 밀항하려고 할 때 그들을 간첩으로 오인한 선장이 몰래 삼천포경찰서에 신고했고, 밀항 계획은 틀어지고 말았다. 박계동‧정순철이 밀항하는 배편을 김영식 신부와 조명래 신부가 도와 준비했던 것이고, 이같은 사실을 신군부가 알았던 것이다.

형 김영화씨는 "김 신부는 중앙정보부에 잡혀간 지 석 달만에 나왔다. 그런데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고문으로 라이트를 많이 쏘아댔더니 그랬던 것이다"라며 "몇 달을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니까 점차 시력이 회복되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김 신부가 관여된 민주화운동사건은 한두 건이 아니었다. 그리고 동생은 '거지 신부'였다. 사목비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 다 쓰고 담배를 피우고 싶어 꽁초를 주워 피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인과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조규식 신부(천주교 수원교구)는 "김 신부는 고등학교 다닐 때 축구를 잘했다. 날쌘돌이 골잡이였다. 물불 가리지 않고 일했다. 그러다가 건강이 약해진 것 같다"며 "있는 힘과 정성을 다해 섬기자"고 했다.

천주교 마산교구청은 21일 오전 10시 주교좌 양덕동성당에서 장례미사를 거행한다. 장지는 고성 이화공원묘원 성직자묘역이다.

문재인 대통령 "선종을 애도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영식 신부의 선종을 애도했다. 문 대통령은 "천주교 마산교구 김영식 신부님의 선종을 애도합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신부님은 1970~1980년대 경남민주화운동의 대부셨다"며 "마산·창원의 노동·인권 사건 변론을 다닐 때, 신부님께서 시국 사건의 법정이 열릴 때마다 방청석 맨 앞 열에서 방청하시던 모습이 늘 기억에 남아있습니다"고 했다. 

그러며서 문 대통령은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해오셨는데, 이제 평화와 안식을 기원합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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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 마련된 고 김영식(알로오시오) 신부의 빈소에서 20일 오후 추모미사가 열리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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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 마련된 고 김영식(알로오시오) 신부의 빈소에서 20일 오후 추모미사가 열리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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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 마련된 고 김영식(알로오시오) 신부의 빈소에 각계에서 보내온 조화가 놓여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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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 마련된 고 김영식(알로오시오) 신부의 빈소에서 김경수 경남지사,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 허성무 창원시장 등이 보낸 조기가 놓여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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