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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패러디 제작자 "너희도 느껴봐, 말하고 싶었다"

[스팟인터뷰] 영상 제작자 윤동현씨 "양금덕 할머니 분노 '어떻게 80년이라는 단어를...'"

등록 2019.10.20 18:37수정 2019.10.2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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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이 '잊혀지지 않는다'는 손 팻말을 든 할머니에게 "그 문구 완전 좋은데요"라며 말을 건넨다. 할머니는 "난 상기시켜 주는 걸 좋아하거든, 누구처럼 원폭·방사능 맞고 까먹진 않아"라고 답한다. 청년은 "제 나이 때는 얼마나 힘드셨어요?"라고 재차 묻는다. 할머니는 "그 끔찍한 고통은 영원히 잊을 수 없어"라고 말한다.

'상기시켜주는 걸 좋아한다'는 이는 1944년 5월,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공장에 강제동원 돼 '노예노동'을 한 양금덕(90) 할머니다. 90세의 할머니는 10대 때의 경험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영상이 직접적으로 겨냥한 대상은 '유니클로'다.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최근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었냐"는 10대 여성의 질문에 "그렇게 오래 전 일은 기억 못한다"는 90대 할머니의 대화를 담은 광고를 내보냈다.

이 광고는 한국에 공개되며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는 한국어 자막이 달렸다. 이를 두고 '오래 전'이 아니라 '80년 전'이라는 의역을 추가함으로서 위안부 문제를 모독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양 할머니에게 질문을 건넨 청년은 유니클로 패러디 영상 제작에 나섰다. 영상제작자 윤동현(25, 전남대 사학과 4학년)씨는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런 영상을 보니) '너희들은 어떠니, 느껴봐' 그걸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유니클로는) 그렇게 해석할지 몰랐다는 건데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면 '죄송하다'며 수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라며 "그래서 영상에 '원폭·방사능'이라는 단어를 썼다,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지만 유니클로처럼 당신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 책임을 나도 회피하겠다는 거"라고 덧붙였다.

윤씨는, 양 할머니께 유니클로 광고를 말씀 드리자 "어떻게 80년이라는 단어를 쓰냐, 한국을 무시한다"고 화를 내셨다고 전했다.  

윤씨는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패러디 영상 때문에 상처 입은 사람들, 원폭과 방사능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라며 사과했다. 

그는 "인권의 관점에서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다뤄야 할 다른 문제를 놓치고 말았다"며 "우리가 상처 받았다고 똑같은 방식으로 그들에게 상처를 돌려줄 필요는 없었다, 적대적인 감정을 더 부풀렸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라고 스스로를 비판했다.

윤씨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영상을 제작했지만 시야가 좁았다, 앞으로 방법을 선택할 때 더 신중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윤씨와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왜 하필 '80년' 표현 사용했을까... 시민들과 얘기나눠보고 싶었다"
 

유니클로 패러디 영상에 등장한 양금덕 할머니(좌)와 영상 제작자 윤동현(우)씨. ⓒ 유튜브 영상 갈무리

 
-영상 제작은 어떻게 진행됐나.
"19일에 바로 찍어서 그 날 올렸다. 엊그제(18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에 연락을 드렸고 19일에 찍고 편집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역사에 관심 있어서 '시민모임' 활동을 하다가 양금덕 할머니를 알게 됐다. 처음 유니클로 광고에 대해 말씀 드리니 무지 화를 내셨다. 할머니는 '어떻게 80년이라는 단어를 쓰냐, 한국을 무시한다'고 하셨다.

나도 처음 영상을 보고는 편견을 갖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전체 맥락을 살펴봤을 때, 왜 하필 다른 언어 버전에서 나오지 않는 '80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까 의심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건 시민들과 다시 한 번 얘기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

-유니클로는 '두 모델 나이 차가 80살이 넘는 걸 이해하기 쉽게 자막으로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해석할지 몰랐다는 건데,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면 '여러분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군요, 그 부분에 대해서 죄송합니다'하고 수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예 책임을 회피했다. 그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역사가 무시 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영상 제작 의도를 '역지사지'라고 꼽았다. 어떤 의미인가.
"그 사람들은 우리가 화난 지점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 똑같이 말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원폭·방사능'이라는 단어를 쓴 거다. 원폭 피해자들을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유니클로처럼 나도 당신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 책임을 똑같이 회피해주겠다는 거다. '이러면 너희들은 어떠니 느껴봐' 그걸 전하고 싶었다.

일본을 감정적으로 배격하고 싫어하는 게 아니다. 일본에도 한국을 대신해 싸워주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이 건드리면 화를 낸다, 항상 당한다. 그게 싫었다. 우리가 항상 피해자이기만 했으니 그 입장을 바꿔보자 싶었던 것도 있다."

- 지난 한글날에는 '욱일기'와 '나치기'가 같다는 카드섹션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역사 의식이 남다른 거 같다. 관련해서 향후 계획하고 있는 게 있나.
"제 꿈은 밥 먹다가도 역사 얘기를 하는 세상이다. 역사라는 주제가 진부한 게 아니고, 일상적인 대화고 주제였으면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라도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려야 한다고 본다. 유니클로 영상 제작이나 카드 섹션 퍼포먼스 등도 어떻게 하면 역사에 대해 쉬운 방식으로 전달할까를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다.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다. '역사 시민활동가'라는 타이틀로 활동하려고 한다.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역사를 위한 행동을 앞으로도 하고 싶다."

한편, 유니클로는 20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광고는 어떤 정치적 사안과 연관 관계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분이 불편함을 느낀 부분을 무겁게 받아들여 즉각 해당 광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유니클로는 "19일부터 대부분 플랫폼에서 광고를 중단했다, 일부 방송사는 사정에 의해 월요일부터 중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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