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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부터 '테일러 더비', 흥국생명이 먼저 웃었다

[도드람 2019-2020 V리그] 19일 도로공사와의 개막전 3-1 승리, 이재영 33득점

19.10.20 10:34최종업데이트19.10.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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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 흥국생명이 홈 개막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9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개막전에서 세트스코어 3-1(25-17, 25-14, 24-26, 25-23)로 승리했다. 두 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노리는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우승멤버가 건재하고 새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도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첫 경기부터 홈팬들을 기쁘게 했다.

흥국생명은 '핑크폭격기' 이재영이 34.42%의 점유율과 58.49%의 높은 공격성공률로 33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공격을 주도했고 루시아가 14득점, 김미연이 12득점으로 이재영을 지원했다. 중앙에서는 프로 2년 차를 맞는 이주아가 블로킹 4개를 포함해 9득점을 올리면서 루키 시즌보다 한층 나아진 블로킹 감각을 뽐냈다. 통칭 '테일러 더비'로 불린 도로공사전 승리였기에 흥국생명으로서는 더욱 짜릿하게 느껴진 시즌 첫 승이었다.

두 번이나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흥국생명을 떠났던 테일러
 

흥국생명 시절 테일러는 한 번도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한 적이 없다. ⓒ 한국배구연맹

 
한국배구연맹에서는 전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난 두 팀을 다음 시즌 개막전에서 격돌하게 한다. 지난 시즌 가장 강했던 두 팀을 다음 시즌 첫 경기에서 만나게 함으로써 배구팬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어 올리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지난 시즌 우승팀 흥국생명과 준우승팀 도로공사가 만난 것은 지극히 당연한 매치업이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챔프전 파트너의 리턴매치라는 점 말고도 또 한 가지 변수가 있었다.

양 팀의 묘한 접점은 바로 도로공사의 새 외국인 선수 테일러 쿡이었다. 테일러는 지난 2015-2016 시즌과 2017-2018 시즌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던 전력이 있다. 사실 한국전력 빅스톰의 가빈 슈미트처럼 외국인 선수가 세월이 흐른 후 다른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을 상대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흥국생명과 테일러의 관계가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5-2016 시즌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로 활약한 테일러는 21경기에서 506득점을 기록하며 이재영과 함께 흥국생명의 쌍포로 활약했다. 하지만 테일러는 순위 싸움이 한창인 후반기 족저근막염으로 중도퇴출됐고 새로 영입한 올가드 알렉시스마저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흥국생명은 2015-2016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게 2연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2016-2017시즌 흥국생명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타비 러브와 결별한 흥국생명은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테일러를 재지명했다. 하지만 테일러는 팀 합류 후 한반도의 안전을 믿지 못하며 공포와 불안을 호소했고 결국 한창 동료들과 손발을 맞춰야 할 시기에 미국으로 휴가를 떠났다. 결국 훈련이 부족했던 테일러는 7경기 만에 고관절 부상으로 조기 퇴출됐고 흥국생명은 2017-2018 시즌 최하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공격 성공률 25.42%, 아직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테일러의 컨디션
 

테일러가 빨리 컨디션을 최고의 상태로 끌어 올리지 못하면 이번 시즌 도로공사는 크게 고전할 수도 있다. ⓒ 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을 떠난 후 V리그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지만 국내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하던 테일러는 뜻 밖의 기회를 잡고 2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도로공사가 지명한 외국인 선수 셰리단 앳킨슨이 시즌을 앞두고 무릎부상을 당하며 약 한 달의 결장이 불가피해지자 도로공사가 앳킨슨의 대체 선수로 테일러를 선택한 것이다. 마침 테일러 역시 터키 팀과 계약했다가 해지되면서 소속팀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영입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도로공사의 첫 상대는 지난 시즌 통합 우승팀이자 테일러의 전 소속팀 흥국생명이었다. 흥국생명 입장에서도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시즌을 마감하지 못한 채 팀을 떠났고 2017년에는 한반도 정세를 의심했던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었다.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은 경기에 앞서 "상대 팀 외국인 선수일 뿐 특별한 감정은 없다"고 했지만 테일러가 속한 도로공사에게 승리하고 싶은 마음은 더욱 강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경기 초반부터 도로공사를 강하게 몰아 붙이며 경기를 주도했다. 지난 6일 국내에 입국한 테일러는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취업비자를 받기 위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개막전에서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이 틈을 타 1, 2세트를 각각 8점, 11점 차이로 가볍게 승리하며 낙승을 거두는 듯 했다.

도로공사는 3세트부터 유희옥 대신 정선아를 중앙공격수로 선발 출전시키면서 분위기를 바꿨고 몸이 무거웠던 테일러의 공격까지 살아나면서 듀스 접전 끝에 3세트를 26-24로 승리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에는 지난 시즌 'MVP 트리플크라운'에 빛나는 이재영이 있었다. 흥국생명은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는 이재영의 무차별 폭격에 힘입어 4세트를 접전 끝에 25-23으로 따내고 개막전에서 기분 좋은 승점 3점을 얻었다.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출전했던 테일러는 도로공사에서 가장 많은 36.42%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졌지만 25.42%의 성공률로 15득점에 그쳤다(물론 이날은 토종 거포 박정아 역시 공격 성공률 28.30%로 부진했고 문정원만 44%의 성공률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2년 만에 V리그로 컴백한 테일러가 몸 상태를 끌어 올리며 가장 좋았던 시절의 공격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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