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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한 푼 KB스타즈, 이제 '왕조건설' 꿈꾼다

[하나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 미리보기 ⑥] 청주 KB스타즈

19.10.18 10:16최종업데이트19.10.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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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스타즈는 지난 1963년 국민은행 여자 농구단이라는 이름으로 창단해 동방생명(현 삼성생명 블루밍스), 태평양화학, 코오롱 등 실업팀들의 강세 속에서 금융팀의 자존심을 지켜 왔다. 실제로 신기화, 조문주, 이강희, 박현숙, 한현선 등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배출한 국민은행은 농구대잔치에서 3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명문 구단으로 그 입지를 지켜 나갔다.

하지만 실업농구 시절 강한 전력을 유지하던 국민은행은 1998년 여자프로농구가 출범한 이후  28번의 시즌을 보내는 동안 한 번도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2000년에 창단된 신생구단 금호생명 팰컨스(현 BNK 썸)도 2004년 겨울리그에서 한 차례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명문팀으로 군림하던 KB의 무관은 매우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던 KB는 2018-2019 시즌 드디어 챔프전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그것도 여자프로농구를 장기간 지배하던 우리은행 위비의 통합 7연패를 저지하고 차지한 우승이라 그 기쁨은 더욱 컸다. 이제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모든 팀들의 경계대상이 된 KB는 이번 시즌에도 탄탄한 전력을 앞세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보물센터' 박지수 입단과 함께 현실이 된 KB 우승의 꿈
 

박지수가 프로 입단부터 WKBL을 지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3년이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015-2016 시즌이 끝나고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변연하가 은퇴하면서 KB에는 다시 암흑기가 찾아오는 듯 했다. 하지만 '농구의 여신'은 우승에 목마른 KB를 외면하지 않았다. 2016-2017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WKBL 출범 이후 역대 최고의 거물 신인으로 불리던 박지수를 1순위로 지명한 것이다. 분당 경영고 시절부터 이미 성인 대표팀의 주전 센터로 활약하던 박지수는 KB의 운명을 바꿔 놓을 수 있는 초대형 신인이었다.

실제로 KB는 박지수 입단 후 매 시즌 순위를 끌어 올리며 강한 전력을 만들어 갔다. 박지수가 신인왕을 차지했던 2016-2017 시즌 정규리그 3위에 머물렀던 KB는 박지수가 리그 최고의 센터로 거듭난 2017-2018 시즌 '절대강자' 우리은행을 위협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WKBL이 2017-2018 시즌이 끝난 후 각 구단 별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한 명으로 줄인 것도 KB에게는 행운이었다.

박지수라는 리그 최고의 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KB는 다른 구단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빅맨 선발에 목을 메고 있을 때 득점력이 뛰어난 포워드 쏜튼을 지명했다. 쏜튼은 2018-2019 시즌 득점 1위(20.69점)에 오르며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을 수상했고 KB는 2006년 여름리그에 이어 13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7연패를 저지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우승이었다.

삼성생명과의 챔프전에서도 KB의 위력은 대단했다. KB는 적지에서 열린 3차전에서 4쿼터 한때 재역전을 당하며 고전했지만 경기 종료 5분을 남겨두고 쏜튼이 페인트존에서만 10득점을 올리며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고 여유 있게 우승을 확정했다. 1, 2차전에서 20점 차 이상의 대승을 거둔 KB는 챔프전 3경기에서 평균 득실마진이 무려 +17.7점이었을 정도로 시리즈 내내 삼성생명을 압도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KB가 20년 묵은 우승의 한을 풀 수 있었던 비결은 단연 '보물센터' 박지수의 존재감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정규리그에서 13.1득점 11.1리바운드 1.74블록슛을 기록한 박지수는 챔프전에서는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3경기 평균 25득점 12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박지수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모두 석권하면서 WKBL에 '박지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왕조, KB도 건설할 수 있을까
 

염윤아의 보석 같은 활약이 없었다면 KB의 첫 우승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박지수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에도 미국으로 건너가 WNBA를 경험했다. 비록 WNBA에서는 '가비지 타임(승부가 결정된 경기 후반)'에 투입되는 신예에 불과하지만 박지수처럼 젊은 선수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한 무대에서 부딪혀 보는 것만으로도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박지수가 미국 무대에서 성장해 돌아오면 그 효과는 고스란히 박지수의 원소속팀 KB가 누리게 된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가장 늦은 6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KB는 다른 팀들이 빅맨을 지명할 때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포워드 쏜튼을 재지명했다. 마치 남자 선수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개인기와 뛰어난 득점력으로 지난 시즌 득점 1위를 차지했던 쏜튼은 박지수 같은 든든한 빅맨이 골밑을 지켜줄 때 위력이 극대화되는 유형의 선수다. 안덕수 감독은 지난 시즌 보였던 KB와 쏜튼의 좋은 궁합이 이번 시즌에도 계속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 시즌 KB 우승의 일등공신이 박지수와 쏜튼이었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KB의 우승에 크게 공헌한 선수는 단연 이적생 염윤아였다. KB에서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영입했던 염윤아는 정규리그 전 경기에 출전해 8.9득점 5.2리바운드 3.5어시스트 1.9스틸 3점슛 성공률 33.9%라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늦은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연 염윤아는 우리은행의 임영희 코치를 이어 대기만성형 선수의 대표주자가 되고 있다.

KB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FA시장에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삼성생명에서 활약했던 베테랑 포워드 최희진을 영입했다. 삼성생명에서 활약하던 2016-2017 시즌 6.2득점 2.6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33.5%를 기록했던 최희진은 180cm의 좋은 신장과 준수한 수비를 자랑한다. 물론 지난 시즌 KB의 핵심 식스맨으로 성장한 김민정 역시 자신의 자리를 이적생에게 쉽게 내줄 마음은 없을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여자프로농구의 판도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라는 특정팀의 독주가 이어졌다. 리그의 균형 있는 발전을 생각하면 특정팀의 독주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오랜 기간 인고의 시간을 견뎌 첫 우승을 차지한 KB는 자신들도 신한은행,우리은행에 버금가는 왕조를 세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그리고 데뷔 3년 만에 WKBL을 지배했음에도 여전히 만 20세에 불과한 박지수를 거느리고 있는 KB라면 '왕조건설'도 아주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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