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임금 격차' 부정하는 유튜브 방송... 성차별은 어떻게 정당화되나

[민언련 유튜브 모니터링] 남녀 임금 격차, 차이가 아니라 차별이다

등록 2019.10.17 16:07수정 2019.10.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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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STOP 조기퇴근'3.8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 3월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제 3회 3시 STOP 조기퇴근시위'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성차별 사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한국 남녀 임금격차가 OECD 최하위 수준이라는 통계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16년째 부동의 1위이자 유일하게 남성 기준 여성 임금이 70%를 넘지 못하는 나라, 바로 한국입니다.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2005년부터 남성을 추월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2017년에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여학생이 최초로 전 영역에서 남학생보다 뛰어난 성취도를 보이는 등 여성의 능력을 증명할 수치들은 많아지는 반면 임금 격차만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성별임금격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기업별로 성별임금격차 현황 보고와 성별임금격차 개선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5일 서울시는 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습니다. 오는 12월에는 산업별, 기업별로 성·연령·학력·근속년수 등 노동자 속성을 분석해 임금 분포 현황을 공개하는 '임금 공시제'도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런 통계나 정책이 이슈가 될 때마다 유튜브에서도 '성별 임금 격차'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집니다. 그러나 유튜브 내에서는 '성별임금격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절대 우세합니다. 주로 임금 격차는 노동시간·노동조건·노동직군 등 다른 요인에 따른 '차이'지 성별에 따른 '차별'이 아니라는 논리가 전개됩니다. 이와 함께 '여성은 게으르다' '여성은 사회에서 성공하려는 욕심이 없다'와 같은 여성 혐오적 발언도 난무합니다. 민언련은 '성별임금격차'를 둘러싼 담론을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유튜버 주장 ① "남성이 일을 더 많이 해서…"

여성가족부의 <남성 대비 여성 임금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의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 비율은 66.6%(2018년)입니다. 남성 노동자가 3135만원의 임금을 받을 때 여성 노동자는 2087만 원을 받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유튜버들은 이 성별 간 임금 차이는 남성이 여성 보다 더 많이 일하기 때문이라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유튜버들은 그 근거로 정영진 평론가가 MBC <100분 토론>(790회차)에 출연해 한 말을 활용합니다. 정 평론가는 토론에서 위 여가부의 통계를 언급하며 "남성이 주당 근로시간이 45시간이고 여성이 39시간입니다. 15% 정도 차이가 나요"라며 "차이 나는 것들을 우리가 감안해야지 무조건 66% 받는다, 이건 너무 억울하다고 할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튜버 A는 정 평론가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런 원인이 되는 요소를 다 무시하고 오로지 36%(남녀 임금 비율 차이)라는 결과만으로 남녀차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습니다.

유튜버 B는 정 평론가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유 없이 무작정 임금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근로시간, 특근시간, 휴일근무시간 등등 실제로 통계청의 통계를 보시면 남성이 두 배 가량 더 많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튜버 C는 "남성이 여성보다 초과근무를 훨씬 많이 합니다. 초과 근로시간 휴일 근로시간 모두 남성이 높으니 남성 임금이 높은 건 당연하죠"라며 '성별 임금 격차'가 남녀의 근무시간 차이에 따른 결과라며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15%나 덜 일한다? 한 달에 12시간도 차이 안 나

영상에서 자주 언급된 '주당 45시간 대 39시간'의 차이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근거한 <남녀취업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 통계를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통계는 '성별 임금 격차 통계'와 조사 대상과 기준이 다릅니다. 통계청의 <남녀취업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맞춰 1주일 동안 1시간 이상 일한 '취업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단시간 근로, 부정기 근로를 모두 포함한 통계입니다.

반면,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 비율이 66.6%라는 <남성 대비 여성 임금 현황> 통계는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이거나 계속 정규직원으로 일하면서 상여금, 퇴직금 등을 받는 '상용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기준으로 조사한 통계를 가지고 근로시간이 차이나기 때문에 임금 차이가 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성별임금격차 통계의 조사 대상인 '상용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018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보고서>를 참고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성별임금격차와 마찬가지로 '상용근로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남성의 월 노동시간은 172.0시간, 여성의 월 노동시간은 160.1시간으로 노동시간 자체의 차이는 한 달에 12시간 정도입니다. 일 8시간 노동으로 치면 이틀도 채 되지 않는 시간입니다. 월 평균 111만3천원(남성 월 평균임금 356만2천원, 여성 244만9천원)의 차이를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유튜버 주장 ② "남성이 돈 잘 버는 직종에 많아서"

성별 임금 격차는 여성이 돈 잘 버는 이공계 등에 진학을 안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많습니다. 앞서 언급한 정 평론가는 같은 토론에서 "월급 많이 받는 직종을 따져보면 금융, 그 다음에 철강, 조선, 자동차, 화학 이쪽이란 말이에요.

이공계 같은 경우는 여학생 비율이 10%에서 20%를 거의 넘지 않아요. 그러니까 돈 많이 받는 전공하는 학생들 대다수가 남성"이라고 말했고, 이 발언도 유튜버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됐습니다.

또 다른 유튜버 D는 "공대 주로 남자들이 가죠. 특히 취업이 잘된다는 전기․화학․기계 업종 등에 거의 80%이상이 남자에요. 이런 과는 특징이 취업도 잘되고 경력을 쌓을수록 연봉상승이 높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공계 여성 역시 취업 및 승진에서 차별 받아

먼저 이공계에 여성이 10~2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편견입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에서 제공하는 <2017년도 여성과학기술인력 활용 실태조사 보고서>와 <2017년도 여성과학기술인력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자연계열과 공학계열을 구분해 남녀 간 졸업비율을 살펴보면, 먼저 자연계열의 경우 이미 성비가 같아진지 오래입니다. 졸업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비중이 5:5이었습니다(2017년 기준 여성 학사 52.0%·석박사 포함 53.8%) 공학계열은 졸업에서부터 8:2로 성별격차가 비교적 큰 편이지만 여성의 비율도 20%에 달합니다(2017년 기준 여성 학사 23.5%· 석박사 포함 18.76%) 전체 이공계 계열 대학에 진학하는 여성의 비율은 2017년 기준 29.1%에 달합니다.

그럼 이렇게 이공계로 진학한 여성은 차별받지 않았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이공계 여성 역시 취업 과정에서부터 차별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는 자연계열과 공학계열 남녀 간 고용비율을 다룬 통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졸업생 비중에서는 5:5 였던 자연계열 남녀 비율은 정규직 고용에서는 7:3으로 변합니다.

여성의 비율이 크게 줄어든 겁니다. 성비가 8:2였던 공학계열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정규직 진입 비율은 9:1로 그 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입학할 땐 29.1%였던 이공계 여성 비율이 신규 채용시 26.8%로 줄어들며 정규직의 경우에는 23.4%로 더 적습니다. 같은 이공계 전공자라 하더라도 성별에 따라 신규 채용 비율에서 차이가 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끝이 아닙니다. 취업 이후에도 여성 인재는 점점 사라집니다. 전체 비율 중 26.8% 차지하던 여성은 재직 중 20.1%로 낮아지고 승진하는 비율은 더 낮아져 16%까지 떨어집니다. 관리직 비율은 9.5%에 불과합니다. 경력단계별로 여성 인력 누출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당연히 여성의 임금 격차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유튜버 주장 ③ "경력단절 때문에"

유튜버들의 또 다른 주장은 이렇습니다. "남녀 문제를 떠나서 경력이 단절됐다가 다시 일을 시작하는 사람은 그 전부터 꾸준히 일을 해왔던 사람보다 임금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임금 격차의 이유를 결혼·출산·임신으로 봅니다. 경력단절로 여성 임금이 낮다는 분석은 일견 타당합니다. 정부에서도 30대부터 급격히 차이나는 임금 격차를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로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유튜버들의 주장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유튜버 E는 "결혼에 의한 커리어 단절의 문제도, 이에 따른 임금격차가 생기는 것도, 여자 자신들의 선택에 따른 책임도 있다"라며 여성에게 결혼·임신·출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가 하면 "CEO라면 육아 때문에 초과근무도 어려울 것 같고 휴가도 자주 낼 것 같은 a씨와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고 근속 근무도 가능할 것 같은 b씨 중에 누구를 채용하시겠습니까?"라고 묻기도 합니다.

채용과정에서 경력단절을 예단하고 미리 여성을 차별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유튜버 D는 "남성들과 같은 회사, 같은 직종에 취직하고 결혼 출산 안 하면 됩니다. 이러면 임금격차가 없어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경력 단절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

임신·출산·육아는 왜 온전히 여성의 몫이어야 하는 걸까요? 유튜버들의 주장은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주장입니다. '경력 단절'은 고용 및 승진 체계에서 벌어지는 여성 차별을 지적하는 개념입니다. 마땅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도 합의가 돼있습니다. 그런데 유튜버들은 오히려 '경력 단절'이 있으니 임금 차별은 당연하다고 거꾸로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혼과 출산은 여성만의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로 인한 경력 단절은 일방적으로 여성만의 문제로 치부돼 왔습니다. <2018 일·가정 양립 지표>를 보면 기혼 여성(15∼54세)의 경력단절 비율은 3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력 단절 이유의 대부분은 결혼(37.5%)·임신과 출산(26.9%)·육아(13.6%)와 같은 부부 공동의 문제, 사회의 문제였습니다.

경력단절은 고스란히 여성의 소득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2017년 12월 발표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30·40대 여성 직장인 중 경력단절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여성의 평균 근로소득은 월 180만 원으로 경력단절이 없었던 여성의 평균 근로소득(274만 원)보다 94만 원이나 적었습니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여성만의 경력 단절이 일어나는 현실 자체가 여성 차별이며 개선해야 할 대상입니다. 경력 단절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제도와 문화를 바꿔나가는 가운데, 유튜버들은 '경력단절 때문에 여성 차별은 당연하다'며 시대를 역행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전 노동생애에 걸친 성차별 개선해야

유튜버들은 일도 덜 하고, 이공계도 아니고, 애 낳고 기르느라 경력도 없으면서 돈만 똑같이 달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라고 말합니다. 임금 격차는 '차별'이 아니라 '차이'에서 비롯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런 직종이나 경력과 같은 '차이' 역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 차별에 기인했습니다.

최근에는 "노동시장에서의 남성 지원자 선호"에 의해 같은 학교, 같은 학과, 같은 학점을 받은 경력 단절 이전의 20대 여성도 임금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경력단절 이전 여성은 차별받지 않는가>라는 논문이 발표됐으며, "고학력 여성의 증가에도 여성 대부분이 저임금 시장에 몰려있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노동의 기회를 얻는 것부터 지속적인 노동을 유지하고, 그 안에서 성장하고, 승진하는 모든 과정에서 여성은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받습니다. 성별 임금 격차는 '채용-업무배치-휴직-경력단절-승진-해고' 즉 입사에서 퇴사까지 발생하는 차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낸 현상입니다.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라는 움직임은, 단순히 같은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전 노동생애에 걸친 차별을 해소하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성별·직급·고용형태·경력 등에 따른 임금 차이부터 실제 노동시간·휴직 사용률 등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제도입니다. 채용이나 업무 배치, 승진 과정에서 차별이 있는지 확인하고 임금격차가 고착화된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작업인 셈입니다.

해외에서도 임금공시제는 영국·오스트리아·스위스 등을 시작으로 점점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아이슬란드는 '동등임금 인증제'까지 도입해 성별·인종 등과 관계없이 동일한 노동을 한 직원에게 동등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정부가 감사를 통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인증하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개선조치도 이뤄져야 합니다. <남녀고용평등업무처리규정>은 "모성보호 등을 위하여 여성근로자에게 더 많은 비용이 지출된다는 이유로 여성의 임금을 낮게 책정하는 경우" "여성이 대다수인 직종의 임금을 합리적인 이유없이 다른 직종보다 낮게 정하여 지급하는 경우" 등까지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차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채용할 때부터 남성에게 가점을 주거나 직장 내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차단하는 문화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남성 역시 출산과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등 성평등한 기업 환경을 조성해 경력 단절을 예방해야 합니다. 여성의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임금격차 해소는 노동 시장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제고할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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