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외모 평가' 없이는 웃기지 못하나요?

[18개 예능프로그램 모니터링] 외모를 품평하는 예능 프로그램들

등록 2019.10.16 18:23수정 2019.10.16 18:33
0
원고료로 응원
서울YWCA는 10월 15일, 지상파·종편(종합편성채널)·케이블 방송의 18개 예능·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모니터링은 인터넷 동영상 조회수 상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 콘텐츠 가치정보 분석 시스템 기준) 18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8월 1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었다.

모니터링 결과, 성평등적 내용은 5건, 성차별적 내용은 34건으로 성평등적 내용보다 성차별적 내용이 약 7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차별적인 내용은 총 34건이며 외모에 대한 평가가 가장 높았고(21건, 61.8%) 뒤이어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조장(9건, 26.4%)하는 내용이 많았다.

외모 평가가 만연한 예능 프로그램들

성차별 내용으로 가장 많이 지적된 사례는 '외모에 대한 평가'였다. 모니터링 결과, 여성의 직업군에 따라 외모를 평가, 미화, 조롱, 비하 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니터링 성별 직업군 분석에 따르면 가수, 배우, 개그맨 직업군의 출연자가 많았는데, 가수와 배우를 상대로는 외모 평가가, 개그맨을 상대로는 외모 비하 및 모욕이 발생했다.

○ 가수 및 배우 직업군의 여성 출연진을 상대로 한 외모 평가 사례 1
   

JTBC <비긴어게인3> ⓒ JTBC

   
수현이 등장하자 카메라가 아래쪽부터 천천히 위쪽으로 이동하며 수현의 몸을 훑어보기 시작한다. 동시에 '악동 뮤지션 컴백 준비로 쏙 빠진 살'이라는 자막을 사용해서 이전보다 살이 빠졌음이 강조된다. 이후 연습 장소에 도착한 수현을 헨리가 위아래로 훑어보며 "왜 이렇게 성숙해졌어?"라고 말한다. 또한 김필도 "살이 진짜 많이 빠졌어!"라고 말한다. 수현은 남성 출연자들과 달리 카메라 앵글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멤버들과 오랜만에 재회해 안부 인사를 나누는 과정까지 대부분의 대화가 수현의 다이어트와 몸매를 소재로 연결된다. 다이어트를 해서 살이 빠진 것을 성숙함 또는 긍정적이고 칭찬받을 일로 부각시키는 것은 여성들이 몸매를 관리하고 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 가수 및 배우 직업군의 여성 출연진을 상대로 한 외모 평가 사례 2
 

Mnet <쇼미더머니 8> ⓒ Mnet

 
심사위원 크루들이 여성 래퍼인 윤훼이를 자신의 팀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필하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다른 남성 크루들에게는 랩, 패션 스타일 등을 언급하며 팀 영입을 제안하는 반면 윤훼이가 등장하자마자 '모뎉 같다', '빛이 난다', '예쁘다' 등의 외모와 관련된 칭찬이 이어졌다.

남성 배우와 가수들을 대상으로 한 외모 언급 및 평가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주간 아이돌>을 보면 남성 아이돌 출연 시에는 외모보다 개인의 능력(노래, 춤, 개인기)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뤘던 반면, 여자 아이돌은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외모'와 연계되어 언급되었다. 실제 외모 평가에 대한 성차별적 사례 총 21개 중 여성이 그 대상이 된 것은 14개, 남성은 7개로 그 차이가 분명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 연예인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여성에게 젊음과 외모가 중요한 가치라는 성차별적인 인식이 예능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조될 때, 여성은 본인의 실력으로만 평가받고 싶은 자리에서 여성 출연자가 실력보다 외모로 먼저 평가 및 언급 되는 문제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외모 비하 및 모욕이 유머 핵심코드로 사용되는 문제적 현실 

<코미디 빅리그>에서 발견된 성차별 사례 6건은 모두 외모(얼굴과 체형)를 비하 및 모욕하는 것을 유머의 핵심 코드로 삼고 있었다.
  

tvN <코미디빅리그> ⓒ tvN

 
8월 11일 <안녕하시죠> 코너는 외모 조롱 및 비하를 주요 유머로 삼았다. 박나래는 "우리 남편은 사람이 아니여서 고민이에요"라며 야수분장을 하고 나온 남자 개그맨의 왕자시절의 사진을 보여준다. 출연진들은 "어디 이게 왕자야, 어딜 봐서 왕자야" 라며 외모를 평가하고 해당 사진 속에 있는 남성을 조롱한다. 그러자 야수 역(이상준)이 아내(박나래)에게 "너도 원래대로 돌아갈까봐 내가 키스를 안하는 거야" 라며 과거의 사진을 보여주고 같은 방식의 외모 조롱이 이어진다. 이후 "외모가 뭐가 중요하냐 내면이 더 중요하죠 여러분"이라고 하더니 커플 방청객 중 남자를 보고 "넌 내면만 봤구나" 라고 하며 여자 방청객의 외모를 조롱했다.

개그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에서 외모 비하가 주를 이룬다는 것은, 한국 예능 속 유머 방식이 외모에 대한 비하를 당연시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타인의 외모에 대한 조롱, 미화, 평가는 유머가 아닌 차별이다. 외모를 평가, 미화, 조롱하는 발언은 재밌지도 않고 재밌게 그려져서도 안 된다. 예능 프로그램 속 유머가 지니고 있는 차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능 #성차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