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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의 봄' 느낀 GS칼텍스, 이제 목표는 우승이다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미리보기 ④] 서울 GS칼텍스 KIXX

19.10.16 10:23최종업데이트19.10.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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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KIXX는 지난 2013-2014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 알토스를 3승2패로 꺾고 프로 출범 후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당시의 우승 멤버 중 여전히 GS칼텍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는 당시 팀에서 막내뻘이었던 이소영 밖에 남지 않았다(그 시절 '아기용병'으로 불리며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이소영은 이제 많은 후배들을 거느린 '소영선배'가 됐다).

챔프전 MVP를 수상했던 베띠 데라크루즈는 2013-2014 시즌을 끝으로 터키리그로 이적했고 이숙자 세터는 은퇴를, 센터 정대영과 배유나(이상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차례로 FA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2016-2017 시즌까지 GS칼텍스의 간판 선수로 활약하던 한송이(KGC인삼공사)도 작년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를 떠났다. 그리고 그 사이 GS칼텍스는 외부영입보다는 내부육성에 주력하며 세대교체에 힘썼다.

GS칼텍스는 2013-2014 시즌 마지막 우승을 끝으로 4시즌 연속 봄 배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럼에도 GS칼텍스는 리빌딩을 위한 작업을 멈추지 않았고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며 드디어 5시즌 만에 플레이오프에 복귀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외국인 선수의 부상 속에서도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3경기 15세트를 치르는 대접전을 벌인 GS칼텍스는 이번 시즌 신구조화를 앞세워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고집스런 리빌딩의 완성, 5년 만에 봄 배구 진출
 

'소영선배' 이소영이 무릎 수술 후유증 없이 복귀한 것은 지난 시즌 GS칼텍스의 최대 수확이었다. ⓒ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는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자신감이 넘쳤다. 비록 내부 FA 황민경(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을 잡지 못했지만 이소영과 강소휘, 표승주(IBK기업은행 알토스)로 이어지는 강한 토종 삼각편대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를 통해 챔프전 우승경험이 있는 센터 김유리와 190cm의 장신 유망주 문명화를 영입한 것도 GS칼텍스의 리빌딩이 완성단계에 접어 들었음을 느낄 수 있는 단면이었다.

하지만 GS칼텍스의 높은 자신감은 강소휘가 종양제거수술, 이소영이 십자인대파열로 대표팀에서 이탈하면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다행히 강소휘는 예상보다 일찍 복귀해 2017년 컵대회에서 GS칼텍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MVP에 선정됐지만 이소영은 2017-2018 시즌 후반기 복귀 후 예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GS칼텍스는 2017-2018 시즌을 4위로 마치며 4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GS칼텍스는 시즌이 끝나고 부상으로 제대로 된 시즌을 보내지 못한 이소영과 2억 원, 이적 후 중앙에서 큰 도움을 준 김유리와 1억3000만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트레이드를 통해 작지만 빠르고 수비가 좋은 이고은 세터를 영입해 서브가 좋고 담력이 뛰어난 안혜진 세터와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외국인 선수 역시 187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알리오나 마르티니우크를 지명해 높이를 보강했다.

GS칼텍스는 시즌 초반 이고은 세터가 부상으로 합류가 늦었고 주전 리베로 나현정이 팀을 이탈하는 악재가 있었지만 뛰어난 공격 삼각편대를 앞세워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했다. 471득점과 42.35%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한 이소영은 부상을 떨쳐 내고 GS칼텍스의 든든한 토종 에이스로 돌아왔고 강소휘는 복근부상에 시달리면서도 325득점을 기록하며 알리와 이소영을 잘 보좌했다.

지난 시즌 배구팬들을 가장 놀라게 한 선수는 단연 한다혜 리베로였다. 2013년 3라운드5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한 한다혜는 그 동안 나현정 리베로에 가려 한 번도 주전으로 뛰어 본 시즌이 없었다. 하지만 시즌 도중 나현정의 갑작스런 은퇴선언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한 한다혜 리베로는 43.04%의 리시브 효율과 세트당 3.46개의 디그를 기록하는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GS칼텍스의 수비를 이끌었다. 

신구조화로 더 강해진 GS칼텍스, 3번째 챔프전 우승 도전
 

컵대회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박혜민은 이번 시즌을 통해 배구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려 한다. ⓒ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는 지난 6월 3년의 준비와 공사 끝에 오직 여자 배구단을 위한 최신시설의 전용 클럽하우스와 체육관을 개관했다. 이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가능성을 보였던 GS칼텍스가 이번 시즌에는 우승을 목표로 질주해 달라는 구단의 바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험이 부족했던 선수들이 지난 시즌을 통해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GS칼텍스는 이번 시즌 충분히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이 됐다.

GS칼텍스는 리빌딩 과정에서 강조했던 '젊게 더 젊게' 전략을 접고 신구조화에 힘 썼다. 올해 한국 나이로 31세가 된 한수지 트레이드가 대표적이다. 인삼공사 시절 블로킹 높이가 좋은 세터로 유명했던 한수지는 지난 2016년 센터로 변신해 국가대표에 자주 이름을 올릴 정도로 리그를 대표하는 센터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차상현 감독은 한수지에게 GS칼텍스의 높이를 보강해 주면서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 역할까지 함께 기대하고 있다.

지난 시즌 알리의 막판 부상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GS칼텍스는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206cm의 여자부 역대 최장신 공격수 마레타 러츠를 지명했다. 많은 장신 선수들이 그렇듯 운동능력이 다소 떨어지고 스피드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신장을 앞세운 높은 타점은 다른 팀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러츠의 체력을 시즌 막판까지 유지시켜 주기 위해서는 이소영, 강소휘 등 토종 공격수들의 꾸준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시즌 GS칼텍스는 이소영이나 강소휘가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 난조를 보였을 때 표승주를 '조커'로 투입해 경기 분위기를 바꾸곤 했다. 하지만 표승주가 기업은행으로 떠난 이번 시즌 그 역할은 2년 차 윙스파이커 박혜민이 맡아줘야 한다. 아직 표승주 만큼의 파워나 경험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박혜민은 181cm의 좋은 신장과 탄탄한 기본기, 젊은 패기를 앞세워 코트에 새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유망주로 꼽힌다. 

외국인 선수 러츠는 컵대회를 통해 V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이소영과 강소휘는 부상만 없다면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공격력을 가진 레프트 듀오다. 이고은과 안혜진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번갈아 코트를 밟는 젊은 세터진도 GS칼텍스의 자랑이다. 한수지가 들어오면서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던 높이마저 보강했다. 차상현 감독이 이번 시즌 당당히 '우승'을 목표로 삼아도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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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GS칼텍스 KIXX 이소영 마레타 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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