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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납치한 할리우드 작가들, 대체 왜 그랬냐면...

[리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헤일, 시저!>

19.10.14 16:41최종업데이트19.10.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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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25일 개봉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이름을 생각했을 때 예기치 못한 색을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타란티노 특유의 잔혹한 핏빛 대신 감상적인 이야기를 택했기 때문이다. 비록 마지막에 팬들의 만족(?)을 위해 폭력과 유혈이 낭자한 마무리를 택하지만 그 과정과 결말에서 할리우드를 향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영화계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속한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을 것이다.

그 이야기는 내부에 대한 고발과 염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 업계에서 일해왔고 수많은 영광을 이룬 이들이라면 자연스레 애정을 품기 마련이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두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헤일, 시저!>는 각각 1960년대 말과 1950년대의 할리우드를 이야기하며 자신들이 속한 영화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1969년 할리우드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었던 샤론 테이트 살해 사건을 픽션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1969년 LA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한물 간 할리우드 스타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그의 전속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한때 서부극과 액션 장르의 유명 스타였던 달튼은 술 때문에 벌인 여러 사건으로 주연에서 밀려나 악역배우의 역할을 하게 된다. 빠르게 저물어 가는 자신의 시대에 툭하면 눈물을 보이는 감상적인 달튼은 유능한 매니저 마빈(알 파치노)의 도움으로 이탈리아로 진출하게 된다.

이탈리아 진출을 앞둔 달튼과 그와 함께 사는 클리프 앞에 여배우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가 나타난다. 유명 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부인인 그는 그들의 윗집에 이사를 오게 된다. 작품은 샤론 테이트 살해 사건을 기본 베이스로 하고 있는 만큼 언제 샤론 테이트가 찰스 맨슨의 사주를 받은 그의 패밀리에게 죽임을 당할지를 서스펜스의 요소로 활용한다. 하지만 이 과정까지 향하는 에피소드는 1969년 할리우드의 풍경을 중심으로 한다.

릭 달튼의 모습은 1960~1970년대 서부극 최고의 스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서부극 명장 세르지오 레오네와 함께한 서부극 3부작을 통해 스타덤에 올라선 그의 모습처럼 릭 달튼은 이탈리아에서 서부극을 통해 다시 스타덤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아역배우의 연기 칭찬에 눈물을 보이는 릭 달튼의 모습은 코믹하지만 찡한 감동을 전해준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소니픽처스코리아


이런 감성적인 지점은 샤론 테이트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샤론 테이트가 극장을 찾아가고 자신의 영화를 보며 관객과 함께 웃고 박수를 치는 모습은 순수한 열정을 느끼게 만든다. 비록 조연이지만 자신이 출연한 장면에 미소를 짓고 관객들의 박수에 뿌듯함을 느끼는 샤론 테이트의 모습은 그녀가 겪은 비극을 생각나게 만들며 감정적인 깊이를 더한다. 이런 샤론 테이트를 공격한 당시 찰스 맨슨을 숭배했던 히피들의 모습을 조명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클리프 부스가 히피 푸시캣을 따라 향한 그들의 아지트는 한때 서부극으로 유명했던 세트장이다. 이 장면을 통해 감독은 릭 달튼이 인기 하락을 경험했던 1960년대 말 할리우드 서부극의 몰락과 자신들끼리 무리를 짓고 살아가며 사회에 대한 반항과 불신을 드러낸 히피 문화를 조명한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할리우드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지점은 샤론 테이트의 사건을 재구성하면서이다.

그는 꿈 많은 여배우가 잔혹하게 살해당한 이 사건을 릭 달튼과 클리프 부스를 통해 재구성하면서 할리우드가 겪은 악몽을 픽션을 통해서 지워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1960년대 말 자신이 사랑하고 좋아했던 할리우드의 모습과 그 전성기를 조명한다. 이런 시도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코엔 형제의 <헤일, 시저!>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1950년대 할리우드는 냉전 시대로 인한 공산주의자 색출이 극을 이뤘을 때이다.
 

<헤일, 시저!>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핵심 에피소드는 시대극 대작 '헤일, 시저!'의 주연 배우 베어드 휘트록(조지 클루니)이 납치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화사 대표 에디 매닉스(조슈 브롤린)가 분투하는 사건이다. 에디 매닉스는 할리우드에서 여러 사건들을 일으키는 배우들을 기자들로부터 보호하려 애쓰는 인물이다. 개봉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이 일에 에디 매닉스는 할리우드 베테랑들과 함께 해결하려 열을 올린다.

베어드 휘트록을 납치한 일당들은 할리우드 작가 단체로 그들은 공산주의자들이다. 이들이 대스타를 납치한 이유는 공산주의 체제의 선전과 동시에 자신들의 처지에 대한 개선 때문이다. 작가를 비롯한 스태프들의 처우 문제는 시대가 지나도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않는 문화예술계가 지닌 어두운 이면이다. 작가들은 배우와 제작자가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는 자본주의 체제 하의 할리우드를 비판하고 베어드 휘트록은 이 이야기에 깊게 매료된다.

이런 냉전시대의 할리우드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흥미를 주는 에피소드가 호비 도일(엘든 이렌리치)과 디애나 모란(스칼렛 요한슨)의 이야기다. 서부극 배우인 호비 도일은 정극에 캐스팅되고 감독 로렌스 로렌츠(랄프 파인즈)는 절망한다. 제작자의 요구에 따라 영화를 찍어야 되는 감독 입장에서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스타 배우 호비 도일은 버거운 존재이다. 그는 엉망으로 연기를 하는 호비 도일을 혼낼 수 없는 상황에서 화를 억눌러 가며 연기를 지도한다.
   

<헤일, 시저!>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이 장면은 배우의 기본인 연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스타덤에 올라 유명세를 떨치는 스타들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는 디애나 모란 역시 마찬가지다. 바람과 이혼 등 온갖 버라이어티한 사건이 벌어지는 할리우드지만 배우가 지닌 이미지는 그래도 소중하다. 문란한 사생활에도 불구 대외적으로 이미지가 높은 스타 디애나 모란을 보호하기 위해 작전을 펼치는 에디 매닉스와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모습은 한 명의 스타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야 함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할리우드의 모습이 결국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귀결되는 지점은 결말부에 있다. 베어드 휘트록은 에디 매닉스 앞에서 공산주의자 작가들이 들려준 사상을 연설하며 현 할리우드 시스템을 비판한다. 이에 에디 매닉스는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가격한다. 에디 매닉스 역시 할리우드 시스템이 누군가에게는 불공정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베어드 휘트록의 말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세계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영화가 오랜 시간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영화 산업이 눈부신 발전을 이룬 건 이 세계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는 여전히 누군가의 꿈이며 수많은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그려내는 희망의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들의 영광은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이 두 편의 영화는 각자가 인상 깊게 바라본 할리우드의 두 시기를 통해 자신들이 속한 세계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찬가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헤일 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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