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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미에서 부마항쟁까지, BIFF 태생지 남포동의 부활

[커뮤니티비프] 다양한 상영에 이벤트 풍성... 새 성장동력 자리매김

19.10.11 19:28최종업데이트19.10.1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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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미 배우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객들로 붐비는 부산 남포동 거리 ⓒ 부산영화제

  
원로배우 김지미의 열기로 막을 연 '커뮤니티비프'가 부마항쟁 40주년 기념으로 이어지며 남포동의 부활을 선언했다. 부산영화제 개막 다음 날인 4일부터 시작된 커뮤니티비프는 10일까지 이어지며 남포동과 중앙동 등 초기 부산영화제를 탄생시킨 곳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커뮤니티비프는 올해 부산영화제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로 평가할 만한데, 늘어난 프로그램 속에 발전 가능성 도 확인돼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 더 키우느냐가 중요한 숙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가 예행연습이었다면 올해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순간답게 7일간의 시간이 짧게 느껴질만큼 많은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영화제의 출생지이자 영화제를 성장시킨 바탕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부산영화제의 혜택을 보지 못했던 남포동과 인근의 원도심은 커뮤니티비프의 옷을 입고 다시 부산영화제가 돌아오면서 엣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쇠락해가던 남포동은 부산영화제의 기운에 다시금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도약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부산영화제의 영역을 넓혔다.
 
노년층까지 영화제로 이끈 김지미의 힘 
 

김지미 배우와 전도연 배우 ⓒ 부산영화제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영화제를 목표로 진행된 '커뮤니티비프'의 불을 당긴 것은 원로배우 김지미였다. 20년 전 젊은 영화관객들로 넘쳐나던 남포동 비프광장은 세월이 흘러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공간으로 바뀌었지만, 평소 극장을 잘 찾는 않는 연령층이 영화제 행사를 보기 위해 모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부산영화제 역시 이들의 참여를 통해 새로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80세가 된 원로배우는 3일 동안 4번의 토크쇼에 참여하며 노익장을 과시했고, 한국영화 역사상 최고배우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닐 만큼 60~70대 노년 관객들은 김지미 출연작 상영과 토크쇼 행사에 적극적이었다.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배우를 예우하며 의미와 흥행을 모두 사로잡은 셈이 됐다. 노년층 참여가 저조하다는 것이 부산영화제의 약점이었는데, 커뮤니티비프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한 것이다.
 
김지미 토크쇼에는 김홍준 감독과 김형석 평론가, 김규리, 조진웅, 전도연, 이영하 배우, 정진우 감독과 곽경택 감독 등이 함께해 원로배우를 예우했다. 김지미 배우는 관객들의 사랑에 감사를 표하면서, 한국영화와 배우들을 위해서도 아낌없는 성원을 부탁하는 대배우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김지미 배우가 출연한 6편의 고전영화를 상영할 때와 4번의 토크쇼가 열렸을 때 200석의 야외 좌석 모두 들어차, 서서 관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평소 일반관객들이 보기 힘든 한국 고전영화에 대한 노년층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프로그램 기획에 참고가 될 전망이다. 
 
리멤버 부마, 부마항쟁 영화 나올 시기
 

8일 저녁 부산 남포동 야외무대에서 열린 부마항쟁 40주년 기념 토크쇼. 동방으(명계남), 안미나 배우 사회오 송기인 신부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참석했다. ⓒ 성하훈

 
첫 주말 김지미로 출발한 커뮤니티비프는 8일~9일까지는 부마항쟁으로 이어졌다. 부산영화제가 올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부마민주항쟁 40주년을 '리멤버 부마'라는 제목으로 기념한 것이다. 부마항쟁의 중심지였던 남포동에서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과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됐고,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송기인 신부님과 김경수 경남도지사까지 나서 박정희 독재를 무너뜨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부마항쟁의 의미를 되새겼다.
 
8일 저녁 남포동 야외무대에서 열린 토크쇼는 정기평 감독이 연출한 부마항쟁 40주년 기념 다큐 < 1979 부마의 기억 > 상영 후 동방우(명계남), 안미나 배우의 사회로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인 송기인 신부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참여 속에 진행됐다.
 
동방우 배우는 "부마항쟁에서 싸운 분들 덕분에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송기인 신부는 "몇몇 사람이 아닌 당시 시민 대대수가 참여했다"며 "당시 유신정권의 폭압적 통치 속에 천주교의 시국미사가 부산을 비롯해 전국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식 속에 이게 옳은 정치체제가 아니라는 의식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또 "70년대 유신 시대는 인권이라는 게 없어 사람을 잡아가면 끝이었다며 경찰이 쳐다만 봐도 기절할 때고. 경찰에 끌려가면 며칠을 지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희망을 갖고 그 시대를 이겨냈다"고 강조했다. 송기인 신부는 "역사적으로 진리가 이기고, 그릇된 것은 성공하지 못하고 망했다"며 70년대의 상황을 설명했다.
 

남포동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부마항쟁 40주년 기념공연. 뮤지컬 <지워진 이름 부마> ⓒ 성하훈

 
하지만 이렇듯 역사적 의미가 큰 1979년 10월 부마항쟁은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에 비해 자료가 많이 없어 진상규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부마항쟁 다큐를 만든 만든 감독이 '기록이 많지 않아' 제작이 어려웠다고 한다"며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묻혀진 자료를 찾아내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민주화 운동이나 그간의 역사를 보더라도 국민들이 피부를 느낄 수 있게끔 영화나 드라마 등이 많이 나오는 게 필요하다"며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이사장에게 부마항쟁 소재의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
 
동방우 배우는 부마항쟁의 의미에 대해 많은 감독과 관객들이 놓치고 있었다며 "이번 행사를 시발점으로 앞으로 영화인들도 나서서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부마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는데, 민주주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부마항쟁인만큼 광주항쟁을 그린 <택시운전사> 등처럼 앞으로 영화제작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영과 토크쇼 외에 부마항쟁을 주제로 한 뮤지컬 축하공연과 들국화 최성원, 김보형 등이 참여한 축하콘서트가 이어지며 남포동은 달아올랐다. 영화 역사와 현대 역사를 잘 엮은 뒤 의미를 살려 만든 프로그램은 남포동의 흥행을 가치 있게 만들었다.
 
영화와 함께 무용을
 

커뮤니티비프 이색 상영 <댄스 이머시브 : 피나> 영화 상영 중간 중간 무용가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부산영화제

 
커뮤니티비프는 이색 상영과 체험 프로그램으로도 주목 받았다. <댄스 이머시브: 피나>(Dance Immersive: Pina)가 대표적이다. 천재 무용가 피나 바우쉬를 그린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피나> 상영과 공연이 동시에 펼쳐졌는데, 이 이색 상영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세계 공연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인 '이머시브 공연'은 극장이 아닌 광장, 호텔, 창고 등의 공간에서 관객들이 부정형으로 자리를 잡고, 공연자들이 참관자들과 뒤섞여 퍼포먼스를 벌이는 형식이다.
 
주말 이틀간 중앙동 한성1918 청자홀에서 이뤄진 <댄스 이머시브 : 피나> 상영에는 다큐를 통해 무용가의 생활과 안무의 기법 등이 소개되는 순간 부산 지역 무용인들이 다큐멘터리와 상호 작용하며 영화에 나오는 안무를 재현해 특별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는 음악과 함께 관객들을 춤으로 유도했는데, 상영과 공연이 어우러지는 신선함에 관객들 대부분이 만족감을 표시했다. 주말 상영을 관람한 국내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특별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면서 호평을 보냈다.
 
체험형 프로그램인 박찬일의 한중일 면(麵) 삼국지는 영화제를 찾은 관객이 박찬일 요리사와 함께 부산의 음식을 맛보고 걸으며 새로운 사실과 역사의 발견을 통한 '장소와 이야기, 추억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일찍부터 신청자가 몰려 금방 마감됐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가 엄선한, 어린 학생과 어른 관객을 동시에 만족시킬 영화 상영 프로그램인 '비프랑 키즈랑'은 대부분의 상영이 매진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술과 음식을 맛보며 밤새 영화를 보는 '취생몽사'와 초창기 부산영화제의 남포동 즉석 거리파티를 재현한 '시네객잔'은 참석자들이 적극으로 호응했고, 주말 중앙동의 한 카페에서 김의성 배우가 주최한 파티는 밤 늦은 시각 해운대의 영화인들까지 몰려들며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관객참여 저조 일부 프로그램 개선 필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리퀘스트시네마: 신청하는 영화관' ⓒ 부산영화제

 
준비했던 프로그램의 80~90%가 관객들의 호응을 받으면서, 커뮤니티비프는 빠르게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포동에서 특정 커뮤니티가 함께 영화를 보는 '리퀘스트시네마: 신청하는 영화관'은 사전에 기본적인 관객들이 채워지면서 무난하게 진행됐다.
 
다만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일부는 사전 관객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홍보도 제대로 안 돼,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많지 않았다. 앞으로 준비과정에서 여러 요소에 대한 고민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남포동 야외무대의 위치와 음향시설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지미 배우 토크쇼에 앞서 자신의 연출한 영화를 관람한 정진우 감독은 "맨 앞자리에 앉아서 듣는데, 소리가 정확히 안 들리고, 옆 골목길에서 비치는 햇빛으로 인해 화면도 잘 안 보였다"며 앞으로는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비프는 어린이청소년, 음식, 춤 등 국내 특성화된 영화제의 비슷하지만, 이를 한층 심화시켜서 활용했다. 특화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기획을 지속적으로 펼칠 장을 마련한 것인데, 해운대와 차별화된 관객참여 프로그램의 확장이 앞으로 부산영화제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데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영화제 커뮤니티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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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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