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여론조사에서 국정지지도가 낮은 이유

"그냥 보통인데~" 답하면 '모름/무응답' 처리...'보통' 넣었다가 뺐다가

검토 완료

안홍기(anongi)등록 2019.10.02 23:50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특정 여론조사 기관을 향해 '여론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교대상으로 <중앙일보> 여론조사를 거론했지만, 이 조사는 국정지지율이 낮게 나타나는 방식인 걸로 나타났다. 중립적인 응답을 '모름/무응답'으로 처리해 다른 여론조사 보다 '긍정'과 '부정' 모두 조금씩 낮게 나온 것이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달 23~2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한다'는 응답은 37.9%, '잘못한다'는 52.1%, '모름/무응답'은 10.0%로 집계됐다. 
 
비슷한 기간에 실시한 조사결과는 여론조사 기관마다 꽤 차이가 있다. TBS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9월 23~25일 조사(전국 성인 1504명)에서 '잘한다' 48.5%, '잘못한다' 49.3%, '모름/무응답' 2.2%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의 9월 24~26일(전국 성인 1002명) 조사는 '잘한다' 41%, '잘못한다' 50%, '어느 쪽도 아니다'3%, '모름/무응답' 6%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주목할 것은 중앙일보 조사결과의 '모름/무응답' 응답율이 다른 조사보다 높다는 점이다. 3개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 8월에 실시한 국정지지도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모름/무응답'만 보면, 중앙일보(8월 23~24일)는 9.2%, 한국갤럽 (8월 27~29일) 4%, TBS-리얼미터(8월 26~28일) 3.5%였다. 중앙일보의 '모름/무응답' 응답이 다른 조사보다 2배 넘게 높다.
 
중앙일보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한 질문지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문1] ○○님께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얼마나 잘하고 있다고 혹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매우 잘하고 있다', '잘하고 있는 편이다', '잘못하고 있는 편이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중에서 말씀해주십시오.
 
1. 매우 잘하고 있다.
2. 잘하고 있는 편이다.
3. 잘못하고 있는 편이다.
4. 매우 잘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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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보통 (읽어주지 말 것)
99. 모름/무응답

 
9월 23~25일 전화면접방식으로 실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조사원이 사용한 질문지다. 응답분류에 4점 척도 외에 '모름/무응답'과 '보통'도 추가했다. 면접조사원이 '보통'을 먼저 제시하지는 않지만 응답자가 '보통이다'와 같은 중립적인 답변을 내놓을 땐 코드 97번 '보통'으로 집계하란 뜻이다. 국정지지도 조사에서 질문지 답변항목을 이같이 구성한 것은 8월 23일과 지난해 12월 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확인된다.

'보통'이 많으면 국정지지도는 낮아진다
 
'보통'으로 집계된 응답은 '모름/무응답'에 합산됐다. 중앙일보 조사에서 '모름/무응답'이 높게 나타난 이유로 보인다.
 
'보통'은 '잘한다'나 '잘못한다'에 합산할 수 없는 중립적인 응답이다. 따라서 '모름/무응답'에 합산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중앙일보와 같이 전화면접 방식을 취한 한국갤럽의 질문지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살펴보면 중앙일보 집계 방식의 특징을 알 수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조사원은 1번 '잘하고 있다', 2번 '잘못하고 있다' 3번 '어느 쪽도 아니다', 9번 '모르겠다'의 4개 선택지를 제시하는데, 3번과 9번에 답한 경우 "굳이 말씀하신다면 '잘하고 있다'와 '잘못하고 있다'중 어느 쪽입니까"라고 다시 질문하게 돼 있다. 긍정 또는 부정으로 답변할 기회를 다시 주는 것이다. 한국갤럽은 결과를 집계하면서 '어느 쪽도 아니다'를 '모름/무응답'과 분리해 기재한다.
 
중앙일보 여론조사는 긍정 또는 부정으로 다시 답할 기회를 주지 않고 단번에 '모름/무응답'으로 집계해버리는 셈이다. 이같이 합산되는 '보통' 응답은 미미한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12월 26일 실시한 2019년 신년특집 여론조사 결과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하면서 '보통'을 '모름/무응답'에 합산하지 않았는데, '보통'은 6.9%로 '모름/무응답' 4.3%보다 높았다.
 
'보통' 답변이 많으면 '모름/무응답'은 늘어나지만 긍정/부정 웅답 양쪽이 다 줄어든다. 긍정 응답 수치로 표시되는 국정지지도도 그만큼 낮게 표시된다. 리얼미터와 중앙일보가 9월 23일 조사한 국정지지도의 차이만큼은 아니지만,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국정지지도가 조금씩 낮게 조사될 가능성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중앙일보가 여론조사 답변항목에서 '보통'을 빼고 4점 척도로만 할 때도 있었다는 점이다. <오마이뉴스>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중앙일보의 대통령 국정지지도 여론조사 질문지를 조사한 결과,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 여론조사와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여론조사에서는 '보통'이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 때인 2016년 2월 정치 현안 여론조사에서도 '보통'은 빠졌다.
 
어떤 기준에 따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중앙일보가 국정지지도 조사를 하면서 4점 척도로만 실시하기도, 응답 분류에 '보통'을 넣기도 한 걸로 보인다.

중앙일보 "모든 조사에 '보통' 들어가, 박근혜 대통령 때도 넣었다" 
 
박진석 중앙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정지지도 여론조사 응답 분류에 '보통'을 넣은 데 대해 "여론조사를 하면 '그냥 보통인 것 같다'라고 응답하시는 분들이 꼭 있어서 그런 분들이 나오면 '보통'으로 체크를 하라고 질문지를 짠 것이다. '보통' 응답은 '모름/무응답'에 합산한다"며 "보통이라 말하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집계를 위해 마련한 것이지, '모름/무응답'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넣은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질문지 응답분류에 '보통'을 넣기도 하고 뺀 걸로 나타난 것에 대해 박 팀장은 "중앙일보는 모든 지지율 여론조사 때마다 '4점 척도 + 보통, 모름/무응답'으로 해왔다"며 "다만 늘 '보통'을 '모름/무응답'에 포함시켜서 '모름/무응답'의 비율만 산출했기 떼문에 여론조사심의위에 올릴 때는 '보통' '모름/무응답'으로 올릴 때도 있고, 그냥 '모름/무응답'으로만 올릴 때도 있다. 어느 형태로 올리더라도 결과는 똑같기 때문이고, 여론조사심의위 심의를 거쳐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 조사에만 '보통'을 넣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박 팀장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인 2015년 11월 12일 실시한 정치현안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정지지도를 조사하면서 '보통'을 넣었는데,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한 질문지에서만 그 부분이 빠졌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엔 여론조사 내용을 모두 등록하지 않아도 됐고, 선거와 관련된 내용만 올리면 됐다"며 "이후 어느 시점에 법이 바뀌어 모든 설문 내용을 올리도록 변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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