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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혁 끝내기' 9경기 뒤집은 '미러클 두산'

[KBO리그] 1일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NC 6-5로 꺾고 한국시리즈 직행 확정

19.10.02 08:50최종업데이트19.10.0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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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다이노스와의 경기. 9회말 두산 박세혁이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에게 축하받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이 극적인 끝내기 승리로 9경기 차를 뒤집는 역전드라마를 완성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장단 15안타를 터트리며 6-5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88승 1무 55패로 SK 와이번스와 같은 승률을 만든 두산은 SK와의 상대 전적에서 9승 7패로 앞서며 극적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고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다. 

이날 두산은 선발 세스 후랭코프(3.1이닝 2실점)를 시작으로 유희관(0.2이닝 1실점),이영하(1이닝 무실점)까지 선발 투수 3명을 포함해 무려 8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며 총력전을 펼쳤다. 포수 박세혁은 9회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고 3안타를 추가한 호세 페르난데스는 시즌 197안타로 1994년의 이종범(LG 트윈스 2군 총괄코치,196개)을 뛰어넘어 단일 시즌 최다안타 역대 2위에 등극했다. 9경기의 승차를 뒤집은 두산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하루였다.

민병헌-김현수-양의지의 잇따른 이적, 비관적 전망의 2019 시즌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쥔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우승 트로피를 건내받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은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2016년 통합 우승, 그리고 2017년과 2018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삼성 라이온즈의 왕조가 무너진 2010년대 중반 이후 KBO리그의 강자로 군림했다. 실제로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달성한 두산은 정규리그 3위였던 2015년 79승에 이어 2016년 93승, 2017년 84승, 2018년 93승을 올리며 매 시즌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두산은 2017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외야수 민병헌이 4년 80억 원에 롯데 자이언츠로, 미국 생활을 마친 김현수가 4년 115억 원에 LG로 이적하면서 외야 전력에 큰 공백이 생겼다. 실제로 두산은 작년 시즌 지미 파레디스를 시작으로 정진호, 조수행(상무 야구단), 김인태, 국해성 등을 시험해 봤지만 '잠실 아이돌' 정수빈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외야 한 자리를 확실히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결코 작아 보이지 않았던 외야 공백도 두산의 전력에 큰 위기를 주진 못했다. 두산은 작년 선발 5명이 모두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할 정도로 강한 선발진과 팀 타율(.309), 팀 안타(1601개), 팀 타점(898개), 팀 득점(944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강력한 타선의 조화를 앞세워 .646의 승률(93승 51패)로 여유 있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정규리그 2위 SK(승률 .545)와의 승차는 무려 14.5경기였다.

대다수의 야구팬들로부터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라는 평가를 듣고도 한국시리즈에서 SK에게 2승 4패로 패하며 우승이 좌절된 두산은 시즌이 끝나고 더 큰 시련을 맞았다. 두산 전력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전 포수 양의지가 4년 125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조건에 NC와 FA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아무리 두산이 포수 육성을 잘하는 팀이라 해도 리그 최고 포수의 공백은 하루 아침에 메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많은 야구팬들이 두산의 성적을 비관적으로 예상했다. 양의지가 이적하면서 안방 수비와 중심타선의 위력이 동시에 약화됐고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두산 선수들의 목표 의식도 많이 낮아졌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쿠바 국가대표 출신의 외국인 선수 페르난데스 역시 시범경기에서 홈런과 타점 없이 1할 대 타율에 그친 것도 시즌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 이유였다.

9경기 차 뒤집은 '미라클 두산'의 저력, 5년 연속 KS행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다이노스와의 경기. 9회말 두산 박세혁이 끝내기 안타를 친 뒤 그라운드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실제로 두산은 올 시즌 SK의 기세에 밀려 상당히 고전했다. 조쉬 린드블럼과 이영하가 강한 원투펀치를 구성했지만 후랭코프와 이용찬이 부상과 기복으로 작년에 비해 부진했고 공인구의 반발력이 낮아지면서 타격에서도 장타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특히 작년 홈런왕과 타점왕을 휩쓸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던 김재환은 작년 대비 무려 29개의 홈런이 줄어드는 '역대급 추락'을 경험했다.

8월 15일 두산은 2위 키움 히어로즈에게 1.5경기 뒤져 있고 4위 LG에게는 4경기 차이로 추격을 받는 3위에 올라 있었다. 선두 SK와의 승차는 무려 9경기로 30여 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두산이 선두를 노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는 목표가 아니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넌지시 역전우승에 대한 목표를 드러내며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국시리즈 직행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역시 뜻이 있는 곳에는 길이 있었다. 80승에 선착하던 8월 30일까지만 해도 우승 확정 시기가 문제인 듯했던 SK는 9월 한 달 동안 8승 10패에 그치며 9월 11승 7패(승률 .611)로 상승세를 탄 두산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그리고 두산은 1일 NC와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6-5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과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달성했다. 반면에 SK는 두산이 만든 기적의 희생양이 되면서 2년 연속 정규리그 2위에 올랐다.

'미라클 두산'을 완성하는 길은 끝까지 쉽지 않았다. 3일부터 LG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야 하는 NC는 에이스급 선발 투수를 투입하진 않았지만 양의지, 박민우, 모창민 등 주력 타자들을 대부분 선발 출전시켰다. 두산은 선발 투수 유희관의 불펜 투입이 실패로 돌아가며 2-5로 패색이 짙었지만 8회말 허경민, 김인태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고 9회말 국해성의 2루타와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로 경기를 끝내며 기적을 완성했다.

지난 9월 29일 은퇴식을 치른 LG의 '로켓' 이동현은 2002년 첫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후 17년 동안 한국시리즈에 출전해 보지 못하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이에 비하면 2015년부터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두산 선수들은 아주 행복한 경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17년과 작년 각각 KIA 타이거즈와 SK에 밀려 한국시리즈의 조연에 만족해야 했던 두산 선수들은 올해야말로 3년 만의 통합우승을 위해 다가올 한국시리즈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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