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라, 손석희"... 시민들이 분노한 이유

[주장] 시민들은 왜 "'검찰개혁' 다음엔 '언론개혁'"을 외치나

등록 2019.09.30 22:19수정 2019.10.0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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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JTBC <뉴스룸> 톱뉴스 <서초동 대규모 촛불집회…참가자들 "검찰 개혁" 촉구> 중 한 장면. 시위 참가자들이 "진실보도"를 외치는 가운데 '돌아오라 손석희!'라는 손 팻말이 눈에 띈다. ⓒ JTBC

 
"진실보도! 진실보도!"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28일, 현장을 생중계한 JTBC <뉴스룸>의 박민규 기자를 둘러싸고 시민들은 "진실보도"란 구호를 외쳤다. 이 구호는 고스란히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그 중 한 시민이 들고 있던 피켓에 쓰인 구호 역시 짧은 순간 전파를 타게 됐다.

'돌아오라, 손석희!'

JTBC와 <뉴스룸>의 조국 장관 보도 논조를 비판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어디 JTBC만이었을까. 현장의 분위기는 훨씬 더 첨예했다.

28일 '서울의 소리' 유튜브 채널이 공개한 <"진실 보도!" 촛불집회에서 쫓겨나는 SBS, 진실보도 요구당하는 JTBC>란 영상에 그 현장이 생생히 담겨 있다. 30일 오후 1시까지 108만이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이 영상은 6분여 동안 박 기자의 리포트 현장이 실제로 어땠는지, 또 SBS 기자는 왜 중계차 위에서 리포트를 해야 했는지 낱낱이 기록돼 있었다.

2016년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박수와 응원을 받던 JTBC에겐 굴욕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리포트를 전하는 박 기자나 앵커 김필규 기자의 얼굴은 상당히 경직돼 있었다.

서울의 소리 해당 영상엔 "JTBC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시민들이 느꼈을 배신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현장"이란 자막이 달렸다. 그렇게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는 '검찰개혁' 요구와 함께 그간 조국 장관과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불신이 폭발한 현장이기도 했다.

언론에 쏟아진 비판

"아! 한겨레, 결국 이렇게까지 망가지는구나. 신념 가치 지향, 다 떠나서 그냥 눈에 보이는 걸 쓰는데도, 이렇게 쓰는구나. '팻말 물결'이라고 중립적으로 해서 양팀 무승부인 듯 쓰다니, 교묘하다."

정윤수 스포츠평론가가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정 평론가는 <한겨레>의 28일자 <"조국수호" vs "조국구속"... 반포대로 가득 채운 '팻말 물결'>이란 온라인 현장 기사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실제로 대검찰청 앞에서 직접 확인한 보수 성향 시민단체 '조국사퇴문재인퇴진국민행동'의 '조국 구속 문재인 사퇴' 집회 참가자는 주최 측 추산을 감안해도 2천 명 가량이었다. 하지만 <한겨레>의 해당 기사는 최소 '100만' 안팎으로 추정되는 '검찰 개혁' 집회 인원과 보수 집회를 동등해 보이게 비교했다. 해당 기사엔 네이버에서만 무려 1만 1천여 개의 댓글이 달렸고, 비판 일색이었다.
 

29일 MBC <뉴스데스크> 톱뉴스 <국정농단 촛불집회 이후 최대 인파 모였다> 중 한 장면. 28일 검찰개혁 촛불집회 현장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 MBC

    
한편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현장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뉴스데스크>는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치며 국정농단 이후 최대 인파가 촛불 집회에 참가했습니다"라며 "주최 측인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는 어제 집회에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200만 명이 참석했다고 밝혔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참여인원 공방

정치권을 중심으로 '검찰개혁' 촛불집회 참여 인원에 대한 공방도 30일까지 계속됐다. 이런 가운데 원병묵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동인구'와 '빈도수' 개념을 통해 집회 참가 인원을 최대 100만까지 내다보기도 했다.
 
"(원병묵 교수) 그는 서초역 인근을 포함해 가톨릭대학까지 집회 면적 길이를 2km로 봤고 도로폭을 50m로 계산해 집회 면적을 약 10만제곱미터로 산정했다. 그리고 페르미 추정법에 따라 약 30만 명을 집회 공간에 참여한 인원으로 추정했다.
또한 전체 집회 시간은 6시간이었고 한 사람당 머문 평균 시간을 2시간으로 보고 같은 장소 다른 시간에 3명이 참여할 수 있다는 '빈도' 개념을 적용하면 유동인구는 100만 명까지 볼 수 있다는 게 원 교수의 주장이다. 이 같은 계산법은 박근혜 탄핵 당시 100만 명이 참가한 촛불집회 계산법과 같은 것이다." (<미디어오늘> 30일자, <갈수록 커지는 촛불집회 참가 숫자 공방> 기사 중에서)

반면 같은 날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집회 참가자 인원과 집회의 정체성에 대한 폄훼와 비난을 쏟아냈다. "5만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서초구청장 출신 한국당 박성중 의원을 비롯해 "서리풀 축제에 끼어들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정신 나간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 리가 없다"(전희경 한국당 대변인),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문재인의 홍위병"(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기껏해야 10~20만일 것"(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 "종북좌파가 관제데모에 동원한"(민경욱 한국당 의원)" 등 거친 표현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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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교안 대표. ⓒ 남소연

 
"문재인 대통령, 분노에 가득 찬 검찰증오를 드러냈다. 그러고 나서 '극렬지지층 총동원령'을 내렸다. 가장 타락한 민주주의의 정치, '군중정치'로 가고 있는 것이다. 모택동과 나치의 수법에 기대보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이 200만으로 둔갑시키기에는 과한 것이었다. 옆에 대규모 축제인원까지 훔쳐서 부풀렸다. 한마디로 판타지 소설급으로 뻥튀기하고 선동하고 있다. 부인, 물타기, 감성팔이에 이어서 이제는 홍위병 정치로 나섰다."

이런 비판과 폄훼는 30일까지 이어졌다. 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당 최고위원회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보수야당 정치인들의 발언이 다수 기사화되면서 '진보 vs. 보수' 프레임 또한 공고한 분위기다. 이어 '숫자 공방'으로 보도 양상을 옮겨가는 모양새다. 여기서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이번 '검찰 개혁' 집회에서 과연 언론은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왜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검찰개혁 다음은 언론개혁"이라고 부르짖는가.

'검찰개혁' 다음엔 '언론개혁'

"올초 손석희 앵커는 자신이 연루된 '폭행사건'을 뉴스룸에서 해명한 바 있다. 꽤 불공정했다. 최근 JTBC 뉴스룸의 '조국 뉴스'는 중립도 접고 의혹 위주였다. 그간 거악을 고발하며 영향력을 넓혔지만 정치인 발언중계로 흘렀다.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다. 이젠 밤 8시 '손의 시간'에 의존하지 않는다."

지난 10일 최진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이렇게 '조국 사태'가 '검찰 사태'로 국면 전환이 일어나기까지, 다수 언론과 방송사의 '조국 보도'는 일방적인 의혹 위주였고, 단독보도 역시 '한국당발'에서 '검찰발'로 자리 이동을 한 모양새였다.

그러는 사이, 적지 않은 시민들이 기존 언론보도를 불신하면서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 등에 의존해왔다. '손의 시간' 뿐만 아니라 다수 언론 보도에 의존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검찰개혁 집회마저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계속해왔다.

(100만이든, 200만이든 정확한 인원이 그리 중요하진 않겠지만) 광화문광장이 아닌 서초동 일대에 운집한 '100만' 안팎의 인파가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을 외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날 <뉴스룸>을 향해 "진실보도"를 외치고, SBS 기자를 중계차 위로 쫓아버린 시민들의 항의는 앞서 설명한 불만과 불신을 상징하는 결정적 장면이라 할 수 있다.

2016년의 촛불 이전부터 언론의 관습적인 '기계적 균형'은 비판받아 왔다. 그러한 비판을 넘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팩트를 체크하고, 의혹을 제기하며,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시대다. 이번 검찰개혁 촛불집회는 그러한 변화의 양상을 단적으로 입증한 현장이 아닐 수 없었다.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기계적 균형'에 갇히거나 스스로 '정파성'을 무기로 삼아온 언론들은 이제 무엇을 쓸 것인가.
#검찰개혁 #촛불집회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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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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