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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얼굴 사라진 유튜브, 그래도 우리는 말한다

[우먼 인 로컬 - 전주편] 전주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너나나나

등록 2019.10.21 12:27수정 2019.10.2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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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살아가는 남성이 아닌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유튜브 채널 ‘너나나나’ 크리에이터 은지(오른쪽)와 의선이 지난 8월 26일 전라북도 전주 완산구 코워킹플레이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여성, 페미니즘, 퀴어 등 민간한 주제를 발랄하게 제작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이전 인터뷰- 너나나나 ①]

너나나나의 영상들은 짧으면서 재밌다. 공중파에 나오는 예능도 결국 짧게 편집되어 인터넷을 통해 소비되는 세상에 어울리는 흐름이다. 진지한 주제를 밝은 예능처럼 풀어내는 너나나나의 가치가 궁금했다.

혐오 댓글은 즉시 삭제, 왜냐면...
 

유튜브 채널 ‘너나나나’ “나로 시작된 이야기가 너로 전달되길”유튜브 채널 ‘너나나나’ 크리에이터 은지와 은선이 26일 전라북도 전주 완산구 코워킹플레이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여성, 페미니즘, 퀴어 등 민간한 주제를 발랄하게 제작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 내용은 강렬하지만, 포장은 아기자기하다. 무거운 주제를 밝게 다루려고 하는 이유는 뭔가.
의선: "예능을 좋아한다. 그런데 페미니즘을 알게 된 후로는 예능도 재밌게 못 본다. 불편한 이야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봤을 때 화가 날 만한 이야기를 웃음 소재로 삼는 경우도 많다. 내가 이 재미있는 걸 왜 못 누리나 화가 났다. 초조함 없이 편안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지면 좋겠다.

화난다고 화를 담아서 만들기보단 재미있게 만들고 싶었다. 페미니즘이라고 다 진지하게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재밌는 이야기도 진지하게 하면 진지하고, 진지한 이야기도 재밌게 하면 재밌어진다. 페미니즘도 영업해야 한다고들 하지 않나. 영업하는 사람들이 고객을 혼내나? 제품을 사고 싶게, 좋아보이게 보여주지 않나. 페미니즘을 알리려면 사람들이 여기 앞까지 왔을 때 불편하지 않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재미있게 만들었다."

- 영상을 보면 진지한 주제지만 결코 가볍게 보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재밌다=가볍다'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중대한 문제인 만큼 진지하게 접근하라는 비판은 없었나.
은지 : "그런 고민 많이 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한 사람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페미니즘이 다양한 톤으로 말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톤으로만 말해야 한다는 것도 또 다른 족쇄다. 페미니즘을 심각하게 다루는 분들도 응원하고 존중한다. 그들 덕분에 우리가 재밌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거다.

누군가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가벼운 콘텐츠도 나올 수 있는 거다. 결국 어떠한 방식으로든 말을 한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재미있게 만든다고 감수성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단어에 신경 쓴다. 대상화된 단어나 낙인이 찍힌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만들고 나서도 당사자가 봤을 때 불편하다거나, 의미가 왜곡되었다고 느끼지 않는지 꼭 확인한다." 

- 주제 때문인지 영상에 공격적인 댓글이 많은데 상처받지는 않나? 
은지: "우리 방송에 대한 악플보다 출연자에 대한 인신모독이나 '얼평(얼굴 평가)'에 민감하다. 그런 댓글은 바로바로 삭제한다. 처음엔 이것도 다른 사람 의견인데 삭제해도 될까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다. 혐오발언을 해서 인기를 끌면 안 되지 않나. 혐오 발언을 하는 댓글이 더 관심을 받고 그런 발언을 하는 채널이 쉽게 구독자를 얻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상처받아서 방송 그만하는 분들 보면 안타깝다. 악플을 살펴보며 스스로 검열하기보다는 내 영상을 좋아해 주는 분들에게 힘을 얻는 방식을 선택하기로 했다." 

- 혐오를 조장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을 혐오하지 않기가 어려울 것 같다.
은지: "혐오가 만연해지는 건 그런 게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혐오 콘텐츠 만드는 사람들 보면 남자고, 자신감 있어 보이고, 말도 잘해보이지 않나. 그런게 좋아 보이면 팬이 되고 구독자가 되는 거다. 만약 페미니즘이 소위 힙하고 멋있는 일처럼 보이면, 그걸 배척하던 사람들도 저게 멋있는 건가 보다, 저거 따라가야 되나보다 하지 않겠나.

그러니 페미니즘을 말하는 건강하고 멋있는 분들이 등장해야 하는 것 같다. 소위 말해, 좀 있어 보이는 사람. 10대 20대 남성들에게 페미니즘을 말해주는 롤모델이 없다. 와, 저거 멋있어. 따라 하고 싶어. 이런 평을 들을 만한 남자 페미니스트가 없다." 

- 남자 페미니스트를 게스트로 초청할 생각은 없나?
의선: "물론 있다. 그런데 남자 게스트를 모시는 게 좀더 어렵다. 모시게 되면 꼭 과거를 물어본다. 우리도 남자 페미니스트를 모신 적이 있었는데, 그가 과거에 한 발언과 행동 때문에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은지: "완벽한 사람이 어디에 있겠나. 우리가 게스트로 모시기 보다 페미니스트 남자분들이 자신의 채널을 통해 스스로 세상에 나와줬으면 한다. 과거에 한 발언이 있다면 사과하고 직접 마이크를 잡으면 좋지 않겠나. '맨박스'가 남성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할 것 같다."

- 혐오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인기가 있는 건 그게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럼 페미니스트 유튜버들도 멋있어져야 할까?
의선: "글쎄. 스웩이 쩐다고 해서 태도가 변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여성의 멋, 여성의 재미는 제대로 탐구되지 않았다. 지금 사회에서 말하는 멋있음과 재미의 스펙트럼이 여성 중심적이지 않지 않나. 코미디도 남성 중심적이지 않나. 다른 식의 개발이 필요하다." 

"유튜브로는 수익 안 난다"
 

유튜브 채널 ‘너나나나’ 크리에이터 은지(왼쪽)와 의선이 지난 8월 26일 전라북도 전주 완산구 코워킹플레이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여성, 페미니즘, 퀴어 등 민간한 주제를 발랄하게 제작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 그럼 어떤 방식의 접근이 필요할까?
은지: "먼저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갖가지 언어로 목소리를 내는 여성의 숫자가 부족하다. 새로 생긴 직업일수록 성차별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유튜브 세계는 그렇지 않다. 이 안에서도 성차별이 심하다. 남자 크리에이터들이 훨씬 많고, 여자들이 하는 분야도 따로 있다. 여자들은 얼굴이 나오지 않거나 ASMR 같은 방송을 많이 한다. 여성의 얼굴이 유튜브에서 상실되었다.

(왜 그런 것 같나?) 우리가 수업을 해도 여자들은 생각이 너무 많아서 시작을 잘 못한다. (기자의 말: 너나나나는 전북지역에서 여성 영상 크리에이터 교육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이런 옷을 입어도 괜찮나, 이 말투는 누구를 불편하게 하지 않나 따지느라 실천을 못한다. 상대적으로 남자들은 쉽게 실천한다. 옷이 이상해? 나중에 고치면 되지. 말투가 이상해? 다음엔 바꾸면 되지. 얼굴 밝히기 꺼려진다고? 탈 쓰고 해보면 되지. 그렇게 생각한다."

- '너나나나'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은지: "영상 조회수가 많으니 다들 우리가 잘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일만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는 없다. (수익이 안 나나?) 수익은 안 난다. 유튜브에서는 아주 소액만 번다.

(구독자가 많은데?) 유튜브에서 광고 수익을 벌고 싶다면 시청자가 영상을 다 보거나 클릭해야 한다. 우리 영상에는 그런 광고도 잘 안 붙는다. 유튜브의 노란 딱지(경고) 제도 때문이다. 유튜브에서는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영상에 노란 딱지를 붙이는데, 우리 영상에 그런 게 붙을 때가 있다. 최근에 '당신의 섹스가 노잼인 이유'에는 붙었는데 '차마실래(섹스하고 싶다)' 같은 영상에는 안 붙었다. 기준이 좀 제멋대로다.

만약 1인 유튜버라서 진행도 직접 하는 거라면 팬이 생기고 광고 수익이 붙겠지만, 너나나나는 우리가 직접 나서지 않는 미디어 형태다. 지역에서 제작 지원을 받거나 교육 사업 등을 통해 수익을 만든다. 그런데 제작자가 두 명이다 보니 아무리 일을 벌이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 다른 일을 모색해보고 싶다. 많은 연락 주시면 좋겠다."

- 구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의선 : "올해와 내년에는 전주라는 지역에 좀더 초점을 맞추어서 활동해볼 생각이다. 오프라인 모임도 꾸리고, 몸을 움직이는 모임도 해보고 싶다. 꼭 서울의 속도에 맞추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자신만의 에너지와 속도에 맞춰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영상 재밌게 봐주셨으면 한다."

'너나나나' 채널은 조회수에 비해 구독자가 적은 편이다. 구독을 누르면 구독 기록에 남기 때문이다. 생리, 섹스, 게이와 같은 제목이 뜨는 게 불편한 걸까. 제목만 보고 누르기는 어려운 영상이지만 누른 후에 영상을 불편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은지와 의선은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봐도 불편한 영상이 아니라고 자신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게 너나나나의 영상이다. 재능있는 너나나나가 오래오래 버텼으면 한다. 굳이 서울에 나오지 않더라도 말이다. 전주에 가면 페미니스트가 있다. 전주에 가면 구독자 몇만의 유튜버 크리에이터가 있다. 전주에 가면 '너나나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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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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