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 환호하던 이들은 왜 등을 돌렸나

[게릴라칼럼] 방향 잃은 '조국 수사' ...검찰, 과거 악습 그대로 보여줘

등록 2019.09.28 10:58수정 2019.09.2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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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른 수사는 이렇게 하지 않았습니까? 세월호참사 수사는 왜 이렇게 하지 않았습니까? 가습기살균제피해 사건 수사는 왜 이렇게 하지 않았습니까? 고 장자연씨 사건 수사는 왜 이렇게 하지 않았습니까? 김학의 성접대 동영상 사건 등의 수사는 왜 이렇게 치열하게 하지 않았습니까?"

지난 9월 25일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무려 11시간에 걸친 검찰의 조국 법무부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과거 수사는 왜 이렇게 하지 않았느냐'며 먼지털이식 수사가 결국은 검찰의 개혁 거부가 아닌가라는 내용의 비판 논평을 냈다. 

검찰총장 바뀌었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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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에 압수수색을 나선 검찰 관계자가 외출 후 현관을 들어서고 있다. ⓒ 이희훈

 
그러나 과거의 사건에 대해 '왜 이렇게 하지 않았는가' 묻는 건 지금 시점에서 합당하지 않을 수 있다. 과거 검찰이 올바른 수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신망이 두터웠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명했던 것이다.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새로 임명한 검찰총장과 그에 의해 꾸려진 검찰을 두고, 과거의 수사는 왜 이렇게 하지 못했냐고 묻는 건 그리 설득력이 없다.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피해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 김학의 성접대 의혹 사건 등 많은 사건이 검찰의 권력 비호와 제 식구 감싸기, 부실 수사로 인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많은 사건에 대한 진실이 먼지털이식 수사로 밝혀지고, 검찰에서 흘린 정보에 의해 피의자들이 여론재판으로 단죄되길 바라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검찰을 비판해야 할 지점은 고강도 먼지털이식 수사를 과거엔 왜 하지 않았느냐는 게 아니라, '윤석열 체제의 검찰은 왜 과거 검찰과 다르지 않는가'여야 한다. 다시 말해 검찰총장은 바뀌었는데 왜 검찰은 바뀌지 않느냐다. 

검증할 수 없는 검찰총장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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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오전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수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 참석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장관 관련 수사에 대한 질문에 위와 같이 답했다. 언론은 조국 장관 수사와 관련해 처음으로 언급을 했다면서 관련 내용을 주요하게 다뤘다. TV조선은 발언내용보다 분위기를 읽으면서 '검찰총장이 자신감을 피력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총장의 이런 발언은 의례적인 답변으로 하나마나한 소리다. 국민들은 수사가 공정한가에 물음표를 던지는데, 검찰총장은 아무도 검증할 수 없는 '절차의 합리성'을 내세워 '공정성'으로 치환하려고 했을 뿐이다.

되돌아보면 '법과 원칙에 의해서' '수사 절차에 따라서'라는 답변은 검찰의 오래된 습관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논두렁 시계'라는 확인할 수 없는 정보를 흘리고도 '법과 원칙에 의해서 수사를 한다'라고 했던 검찰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당시 미온적인 검찰 수사에 화가 난 국민들이 비판을 해도 '절차에 따라 수사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망신주기'를 목표로 한 수사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수사는 불신을 키워 특검을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윤 총장의 답변을 과거 검찰의 통상적인 책임회피성 답변과 같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검찰이 내세우고 있는 법과 원칙, 절차가 그때나 지금이나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는 성역처럼 자리매김돼 있다는 건 다르지 않다. 공정성이란 것은 검찰총장의 말로 확인돼야 할 것이 아니다. 검찰이 아닌 다른 곳에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공수처법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또다시 불거진 '검찰의 정보 흘리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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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검찰 수사 팀장과의 전화통화가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이런 상황에서 조국 장관의 검찰 수사 관련 공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커져가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검찰에서 정보를 흘린 듯한 기사가 '특종' 혹은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오는 현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조국 장관이 현장에 있던 검사와 통화를 했다는 사실은 조 장관이 해명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어떻게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알았는지는 검찰이 밝혀야 할 사실이다. 설마 검찰도 '유도기법에 넘어간 것'이라는 주광덕 의원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조국 장관 수사 초기부터 끊임없이 흘러나온 피의사실공표 논란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그 동안 한국 사회에 영향을 끼쳤던 검찰의 못된 버릇이 아른거린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석열 총장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검찰 개혁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조 장관 관련 수사가 거듭될수록 검찰 개혁 요구가 커지는 아이러니. 그것은 검찰의 자기 권력 지키기가 예전 검찰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석열 총장이 사랑한다고 했던 검찰 조직, 그가 조직을 사랑하는 방식이 이런 것이라면 국민의 개혁요구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검찰 개혁은 시대적 요구다. 3000명도 되지 않는 조직이 어떤 통제도 받지 않고 절대권력으로 군림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사가 진행될 수록 커지는 '검찰개혁' 목소리, 그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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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나는 조국 장관 관련 수사가 방향을 잃었다고 본다. 공정과 정의가 결여된 절차는 속도를 낸다고 해도 국민의 믿음과 멀어질 뿐이다. '조국 대전'에서 검찰이 승리한다면, 그래서 조국 장관이 사퇴하고 검찰개혁이 공허한 메아리로 남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유한국당이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거대한 공룡이 된 검찰 권력은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 큰 권력을 위해 또 다른 먹잇감이 필요할 것이다. 야당에게 작금의 먼지털이식 수사가 진행된다면 한국당은 지금처럼 검찰을 두둔할 수 있을까. 

동시에 윤석열 총장은 '수사가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큰소리 칠 처지가 아니다. 여당을 비롯해 상당수 국민은 검찰의 피의사실공표를 의심하고 있다. 그 결과 수사 대상자의 여론 재판은 그 열기가 과도하게 뜨겁다.

항명과 쿠데타는 과거 정치군인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주겠다던 대통령이 마련한 '검찰과의 대화'에서 고졸 학력을 들추는 무례함은 항명과 다름 없었다. 없는 사실을 흘려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것 역시 검찰권력지키기 쿠데타였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수사가 검찰개혁의 반대 급부로 등장한 권력 지키기라면 그것 역시 항명이고 국민의 개혁 열망을 뒤집는 쿠데타다.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 당시 많은 국민들이 환호했던 것은 과거 검찰과 달라지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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