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청소년들이 수업 거부한 이유 "살고 싶습니다"

[현장] 청소년기후행동 "기후 위기... 우리가 살아갈 시대에 직면한 문제"

등록 2019.09.27 16:17수정 2019.09.27 17:48
1
원고료로 응원
 
a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환경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학생과 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며 청와대로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저는 지금 이 자리에 무단조퇴하고 나왔습니다... 학생들을 학교가 아닌, 거리로 내모는 우리나라가 정말 두렵습니다."

5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학생들이 학교를 거부하고서 거리로 나왔다. 펜과 교과서 대신, 'NO EARTH, NO LIFE(지구가 없이는 삶도 없다)', 'CLIMATE ACTION, NOW(기후 행동, 당장 시작해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대부분 종이 상자를 뜯어 만든 재활용품이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집회에 참석했다. "학교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제게 가만히 죽으라는 말과 같다"는 어느 16살 청소년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기후 위기'에 대해, '생존'에 대해 호소하고 있었다.
 
a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환경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학생과 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며 정부를 향해 위기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27일, 서울 세종로 공원에서는 환경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의 주관으로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가 열렸다. 결석 시위는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1인시위를 계기로 시작됐다.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해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환경보호에 대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툰베리가 시작한 '결석' 시위는 현재 미국, 방글라데시, 호주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날(27일)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및 유엔 기후 주간의 마지막 날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청소년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기후변화 행동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청소년들의 절박한 외침
 

500여 명의 '결석' 시위를 이끈 17살 소녀... "우리들은 절박하다"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학생과 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며 정부를 향해 위기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 유성호

 
a

ⓒ 유성호

  
a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환경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학생과 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며 정부를 향해 위기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살고 싶어서요. 살기 위해서 나왔어요."

이날 현장에 참석한 이채연(18) 학생의 말이다. 그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견학이라고 둘러대고 왔다"며 "사실 오늘 학교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집회 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곳에 참여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곳에 나왔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이어 "(결석시위를 처음 시작한) 그레타 툰베리의 영상을 보면, 그가 '당장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는데, 이를 알고서도 학교에 앉아 있는 게 중요하냐'고 한다. 그 말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나나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앞으로의 삶을 위해 이곳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이유경(16) 학생도 "오늘 이 자리가 아니었다면 분명 저는 평범한 학교를 시작해 등교를 하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전 지금 광화문 한복판에 있다"며 "우리가 살아갈 나라고,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에 직면한 문제다. 그렇기에 학교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닌, 이 자리에 나와 문제를 말하는 것을 택했다"고 했다. "이런 기후 위기 속에 어떻게 우리가 교실에서 가만히 책을 읽을 수 있겠나"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집회 도중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한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이자, 이번 집회의 기획자인 김유진(17) 학생은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에 대해 "절박함"이라고 답했다. 그는 "저희는 지금 정책 결정권자들에 의해 인생이 결정되는 상황이다. 이들의 결정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라며 "하지만 정작 20, 30년 후 그들은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결국 우리의 미래기 때문에 이렇게 결석까지 감행하며 그들(정치권)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청소년들 외에도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각지에서 왔다. 현장을 찾은 장아무개씨(52)는 "나는 울산에서 왔다. 집회 참석을 위해 오전 6시 53분 열차를 타고 올라왔다"며 "막상 현장에서 애들(청소년들)이 학교 대신 거리로 나와 이렇게 집회를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울컥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아이들이 스스로를 보고 '멸종 위기'라고 하는데, 충격받았다"는 소회도 덧댔다.

'상당히 먼 거리였는데도 부담은 없었느냐'고 묻자, 장씨는 "누구는 해외 가서도 환경 보호를 위해 운동하는데 이게 먼 거리라 할 수 있는 거냐"며 "사실 기후 위기라는 게 기성세대의 책임인 건데... 아이들을 이렇게 나오게 만든 것에 대해 미안함도 든다"고 답했다.

그는 "누군가는 아이들의 집회에 대해 '급진적'이라고 한다는데, 이런 환경 운동은 급진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다"며 "서서히 점진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당장의 오늘이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은 당장 중단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성적표... 무책임 끝판왕"
 
a

ⓒ 유성호

  
a

ⓒ 유성호

  
a

ⓒ 유성호

 
a

ⓒ 유성호

   
이날 행사에서는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성적표도 공개됐다. 김유진 학생은 "앞서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 총 15명이 정부가 기후 위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 '문제 파악, 의지와 적극성, 신뢰성과 구체성' 총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눠 평가했다"며 "평가 결과, 정부의 점수는 빵점이었다. 정부는 미진한 노력으로 '무책임 끝판왕 상'까지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청소년 기후행동은 "지금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는커녕, 3도를 훨씬 넘게 된다는 걸 정부도 알고 있다"며 "1.5도를 넘을 경우 청소년은 미래를 꿈꿀 수 없는데도 정부의 환경 정책은 너무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기에는 우리의 미래가 너무나 불안해서, 오늘 하루 학교를 빠지고 거리로 나왔다"며 "우리는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후 1시 30분께 행사를 끝마친 청소년들은 뒤이어 "정부 기후위기 대응 점수 빵점!"이라 적힌 현수막을 들고 청와대로 행진했다. 이들은 청와대에 도착한 후, 앞선 성적표와 상장을 전달하며 결석시위 관련 청소년 기후행동 측의 요구사항을 읽을 예정이다.

요구사항과 관련해 김유진 학생은 "2020년까지 지어지는 국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백지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 2050년까지 탄소 중립(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달성, 정부 차원의 기후 위기 선언, 그리고 (정부와) 청소년기후위기행동과의 만남. 총 5가지의 요구사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진 학생은 "(기후위기로 인해) 당장 10년 후,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를 그릴 수가 없다.  지금 나온 기후변화 정책으로는 어떤 미래가 될지 전혀 모르겠다"며 "우리의 이런 절실함을 정부와 정책 결정자들이 깨달아주시고 지금 당장 행동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a

ⓒ 유성호

  
a

ⓒ 유성호

  
a

ⓒ 유성호

  
a

ⓒ 유성호

  
a

ⓒ 유성호

  
a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환경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학생과 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며 평균기온 1.5도 내리는 의지를 표현하는 석탄박 터뜨리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a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환경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학생과 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며 평균기온 1.5도 내리는 의지를 표현하는 지구공 띄우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a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환경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학생과 시민들이 기후변화로 빙하가 사라지는 것을 간접 체험하는 게임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결석시위 #기후행동 #청소년기후행동 #청소년 #환경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