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뺑뺑이' 막는 학원 일요 휴무제? 어림없다

[주장] 교육개혁의 대안마저 소박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등록 2019.09.23 07:48수정 2019.09.2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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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혁신학교' 서울영희초 찾은 간담회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희초등학교에서 급식실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1일 서울형혁신학교로 지정된 서울영희초에선 교원학습공동체, 기초학력신장 등 우수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학원 일요 휴무제' 카드를 뽑아 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다는 아이들의 '학원 뺑뺑이'를 제도적으로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두 달여의 공론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교육감이 법적으로 일요일에 일괄적으로 학원 문을 닫게 할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과연 실효성이 있는 대책인지 의문이 든다. 공론화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말하지만, 교육개혁이 대학입시에만 매몰되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변죽만 울리는 것 같아서다.

이미 2017년 법제처가 교육감이 특정 요일이나 주말 등에 교습을 금지하는 휴강일을 규정할 수 없다는 유권 해석을 내린 터다. 국민 열에 일곱 여덟이 찬성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회에 관련 입법을 촉구하려는 뜻일까. 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데자뷔'다.

학원 일요 휴무제의 한계

교육에 관한 한 5공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광주 학살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전두환을 단죄해야 한다는 사람들 중에도, 교육에 대한 그의 '업적'만큼은 인정한다. 바로 1980년 광주 학살 직후 단행된 '7.30 교육개혁 조치' 덕분이다.

이는 대학 졸업정원제와 개인 과외교습을 전면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군사정권다운 파격적인 개혁안이었다. 대학의 경쟁력 제고와 사교육의 확산을 막는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비밀과외가 성행하고 개개인의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고 사라졌다.

80년대의 상황과 지금이 같을 수 없으니, 당시의 개혁 조치를 지금에 대입해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다만, 그때가 마냥 좋았다고 여기는 게 아니라면, 반면교사 삼을 만한 구석은 있다. 학벌 구조와 특권이 대물림되는 사회를 손보지 않고 대학입시만 문제 삼아서는 필패라는 교훈이 그것이다.

차라리 '5공 시절'이 그립다고 말하는 이들의 속내는 단순하다. 어디선가 '백마 탄 초인'이 나타나 '도깨비 방망이'를 휘둘러주기를 바란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이기적 욕망이 충돌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이 돼버린 교육 현실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길 바라는 거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눈엔 수능과 학종 사이에서 갑론을박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볼썽사나운 것이다. 획일적일지언정 '군말 없었던' 학력고사 시절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이유다. 학력고사의 폐해를 보완한 게 수능이고, 또 수능을 보완한 게 학종이라는 건 그들의 머릿속엔 없다.

우리 사회 어느 분야가 안 그럴까마는, '구관이 명관'일 리는 없다. 속도의 문제일 수도 있고, 방향이 잠시 흔들릴 수는 있지만, 다시 과거의 시스템으로 회귀하자는 건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학력고사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의 수능도 박물관에 들어가야 할 과거의 유물이다.

잠시 이야기가 엇나갈 뻔했다. '학원 일요 휴무제'는 국회 입법도 쉽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제정된다고 해도 아이들의 가혹한 '학습 노동'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없는 것보다야 낫지 않느냐면 수긍하겠지만, 기껏해야 '언 발에 오줌 누기' 정도에 그칠 것이다.

근거는 이러하다. 우선 사교육 시장은 이미 청년 취업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산업'의 영역이 되었다. 사교육을 받고 대학에 진학해 졸업한 뒤 다시 사교육에 취업하는 '생애 주기'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서울과 지방 사이는 물론, 서울 내에서도 학원 간 서열을 읊는 세상이다.

2018년 통계 기준 우리 국민의 사교육비 지출액이 무려 20조 원에 이를 만큼 사교육 시장은 불황을 모른다. 사교육 강사 수가 공교육 교사 수를 앞지른 건 이미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조변석개하는 대학입시에 사교육은 덩치를 키웠고, 공교육은 시나브로 위축되어만 갔다.

대학입시의 변화에 발맞춰 '기획 상품'을 내놓는 사교육에 애초 공교육은 상대가 될 수 없다. 학종이 도입되어 교사들의 연수조차 끝나지 않은 때에, 이미 사교육에서는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새로운 직종이 생겨났다. 심지어 그들이 교사 대상 연수를 진행하는 '웃픈' 일도 있었다.

대학입시가 복잡할수록 사교육 시장은 확대된다. 과거에는 해마다 임용시험에 응시하는 예비 교사들이 학원에 잠시 적을 두었지만, 지금은 아예 '1타 강사'를 꿈꾸며 학원으로 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입시가 수천 번 변한다 해도 사교육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정부도 사교육 시장이 청년 취업난의 완충 역할을 한다는 걸 모를 리 없다. 지난 7월, 교육부가 전문대 졸업자와 대학 1~2학년 학생의 학원 강사 취업을 허용하는 시행령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차별적 요소를 없애겠다는 취지라지만, 청년 취업난 완화 대책임을 모르지 않는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사교육 시장은 마지막으로 기댈 언덕 같은 존재다. 몇 해 전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 제자는 이렇게 고백했다. 끊임없이 불안감을 조장해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앗아간다는 일말의 죄의식이 없진 않지만, 이마저 없으면 먹고 살 일이 막막하다고.

이런 청년들이 부지기수인데, 전국의 모든 학원을 하루 동안 문 닫게 할 수 있을까. 전통 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 마트의 영업을 한 달에 이틀간 제한하는 법이 천신만고 끝에 통과됐지만, 전통 시장은 예상만큼 살아나지 못했다. 되레 온라인 시장만 웃었다는 평가가 많다.

하루짜리 진통제

'학원 일요 휴무제'도 대형 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한 '유통 산업 발전법'과 비슷한 노정을 걷게 될 것으로 본다. 이미 주말에 학원으로 향하던 아이들 상당수가 인터넷 강의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사교육 시장도 낌새를 눈치 채고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양새다. 듣자니까,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나눠 주중과 주말의 강좌를 별도로 편성하는가 하면, 입시 전형에 맞춰 다양한 수익 창출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럴진대, 청년들에게 사교육 시장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다.

지옥과 같은 학원 뺑뺑이를 통과해 명문대에 진학한 아이들은 낙오한 친구들을 대놓고 차별한다. 명문대생으로서 누리는 특권은 고통스러웠던 학원 뺑뺑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여긴다. 대학 간판이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없음에도, 아니꼬우면 출세하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애초 출발선이 동일하지 않다는 걸 모르진 않지만, 오로지 결과만을 놓고 판단하는 셈이다. '부모 잘 만나는 것도 실력'이라는 말에 겉으로는 발끈할지언정 속으로는 모두 동의한다. 아무리 애쓴다한들 부모가 물려준 문화자본의 힘을 능가할 수 없다는 사실에 체념한 탓이다.

이미 '조국 사태'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대통령의 취임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결과가 정의로우려면, 과정이 공정해야 하고, 우선 기회가 평등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일로 기회 자체가 애초 평등하지 않다는 걸 온 국민이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아이들의 월화수목금금금 학원 뺑뺑이는 기회조차 평등하지 않은 현실에 무릎 꿇은 처절한 몸부림이다. 몸통은 수술대에 올리지 못하고 꼬리만 처치하는 식의 처방으로는 백약이 무효다. 예컨대, 꼬리인 대학입시에 애면글면할 게 아니라, 차라리 몸통인 대학 평준화에 힘을 쏟을 일이다.

아울러, 일선 교사들도 온존한 학벌 구조의 톱니바퀴가 되어 아이들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서있진 않는지 성찰이 절실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교사의 손을 거쳐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법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경구를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무릇 교육자라면 아이들의 획일적이고 그릇된 욕망을 성찰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경쟁은 인간의 본성이고, 욕심이 끝이 없다는 편견을 더 이상 심어줘서는 안 된다. 경쟁보다는 협력이 본성에 가깝고, 욕심은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제어될 수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학원 일요 휴무제는 시행된다고 해도 기껏해야 하루짜리 진통제일 뿐이다. 그것이 마치 획기적인 교육 개혁 방안인 양 떠들어대는 언론들의 호들갑이 우스꽝스럽다. 일주일에 하루 쉬게 한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제시되는 대안마저 현실에 굴복한 듯 한없이 소박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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