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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올드 테일러, 빌보드 싱글 차트를 주름잡다

[리뷰] 부진 극복한 테일러 스위프트 정규 7집 < Lover >에 담긴 성장

19.09.06 13:37최종업데이트19.09.0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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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정규 6집 < Reputation >을 통해 올드 테일러의 죽음을 선포했던 그가 그 옛날 테일러를 다시 불러왔다. 회귀를 향한 움직임은 패닉 앳 더 디스코의 브랜든 유리와 함께한 선공개 싱글 'ME!'에서, 신스팝 장르로 LGBT 친화적, 옹호적 스탠스를 품고 있는 'You need to calm down'(물론 신보 발매를 앞두고 판매량을 높이기 위한 의도된 편들기가 아니냐는 의심이 있긴 했지만)에서부터 감지됐으나 반응은 미지근했다.

각각 2주 만에 차트 2위, 발매 첫 주 차트 2위란 나름의 성과를 냈지만 장기집권의 파워나 두꺼운 반응을 끌어내는 데는 실패. 다시 밝고 맑은 그로 돌아간 데에 대한 당위성은 상업성 하나뿐이었다.
 
우려와 연속된 실망 사이 고개를 든 신보는 그간의 잡음을 어느 정도 상쇄한다. 커리어 사상 가장 많은 18개의 수록곡을 통해 팝, 팝 펑크, 컨트리, 일렉트로닉의 질감을 모두 품고 있으며 이전과 마찬가지로 직접 적은 솔직한 가사들은 여전히 지나간 사랑과 현재의 사랑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만 틈틈이 놓인 의미 있는 진정성의 발화는 앞서 말한 당위성을 '긍정적 의미의 대중성'으로 해석될 여지를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 20대 초 중반 테일러를 완성시킨 히트곡 'Fearless', 'Speak now'와 맥을 같이 하는 'Paper rings'의 하이틴 팝스러움과 현재 애인을 향한 애정을 담은 'London boy'가 누군가가 그리웠을 팝스타의 '그'라면, 현악기와 컨트리풍의 서정성으로 완성한 'Soon you'll get better'은 아픈 어머니에 대한 위로를, 몽롱한 사운드와 색소폰을 통해 만든 'False god'은 사랑을 종교에 빗대며 성숙한 현재의 '그'를 그린다. 전체적으로 화려하게 터지는 효과음과 꼼꼼하게 다진 사운드 조합은 적지만 대중성과 진중하고 무거운 속내를 동시에 꺼내놓음으로써 청중과 본인의 욕심을 모두 충족시켰다.
  

정규 7집 로 3년 만에 돌아온 테일러 스위프트. 선공개 싱글의 차트 성적은 부진했지만 8월 23일 정규 음반이 발매 된 후 수록곡 18개를 모두 차트 인 시키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 유니버설 뮤직

 
단, 이러한 올드와 뉴 사이의 경계가 다소 들쑥날쑥하게 배합되어 있다는 점은 음반의 통일성을 해친다. 특히 후반부 아련한 감성을 품은 'Cornelia street', 둔탁한 드럼 패드 중심의 뭉근한 'Afterglow'를 필두로 앞뒤에 놓인 노래들은 한 호흡으로 연결 지어 들을 때 보다 단독으로 받아들일 때 매력이 사는, 한마디로 앨범의 구심점을 끊어놓는 배치에 해당된다. 뿐만 아니라 < Red >시절부터 함께해온 맥스 마틴의 부재로 야기된 타율 높고 탄력 있는 사운드의 미흡함 역시 이 음반이 디스코그래피 최정상에서 설 수 없는 이유다.
 
브레이크 없이 2~3년에 한 번 찾아온 테일러의 성공 신화 속 < Lover >는 신(新)과 구(舊)의 조합을 터트린다. < Speak Now >, < Red >, < 1989 > 시절의 풋풋한 감성을 노래하고, 냉정히 바라볼 때 그때만큼의 매끈한 선율은 부재하지만 그것을 전에 없던 깊은 속내의 꺼내놓음을 통해 매워 냈다. 'Miss americana & the heartbreak prince'가 전하는 'Go, Fight, Win'의 메시지와 'Lover', 'It's nice to have a friend', 'Daylight'가 은유하는 정착된 사랑의 모습들은 어느덧 30대가 된 테일러의 지나온 날들과 지나갈 날들을 연결 짓는다. 한 때의 컨트리 총아이자, 한 때의 가십 걸이자, 한 때의 스네이크였던 그가 상업성을 놓치지 않고 직조한 현재 나. 죽은 줄만 알았던 올드 테일러의 귀환이 나쁘지만은 않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음악 리뷰 테일러 스위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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