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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패닝이 스타가 되는 영화... 왜 기시감 드나 했더니

[리뷰] 영화 <틴 스피릿> 순수한 시골 소녀가 화려한 무대 위 스타가 되기까지

19.09.06 09:55최종업데이트19.09.0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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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틴 스피릿> 포스터 ⓒ 찬란

 
영화 <틴 스피릿>은 개봉일을 두 번이나 연기했다. 당초 6월로 개봉일을 확정한 후 더 많은 관객분과 만나겠다며 8월 개봉으로 미뤘다. 막상 8월이 되자 다시 한 번 9월로 미뤄졌다. 이러다가 부가판권 시장으로 직행하는 건 아니냐는 소문이 흉흉하던 찰나, 드디어 9월 첫 주에 개봉했다. 때문에 영화에 대한 관심이 솟아났다. 노이즈 마케팅을 예상한 것일까? 엘르 패닝 주연작 <틴 스피릿>을 들여다봤다.

꿈을 좇는 10대의 열정과 성공
 

영화 <틴 스피릿> 스틸컷 ⓒ 찬란

 
주인공 '바이올렛(엘르 패닝)'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폴란드계 소녀다. 노래와 춤을 좋아해 가수가 되고 싶지만 홀어머니 밑에서 따분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가끔 바에서 노래도 부른다. 그러다 우연히 세계적인 오디션의 예선이 작은 섬마을까지 찾아왔고, 기회를 잡으려는 17세 소녀는 어른의 도움이 절실하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을 일이지만 바에서 노래를 듣고 재능을 알아봐 준 '블라드(즐라트코 버릭)'덕에 오디션을 통과한다. 그렇게 지역 예선을 가볍게 통과하고 본선에 진출해 방송을 타게 된다.

영화 <틴 스피릿>은 십대가 가질 수 있는 열정과 외모가 빛나는 영화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10대에게 화려한 성공으로 포장된 가수의 꿈은 신기루일지 모른다. 어쩌면 일찍이 연예계에 데뷔해 인정받는 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상처받거나 재능을 낭비해 망가질 수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인기를 끈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을 최고로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피 튀기는 경쟁에서 이겨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올라가 최종 우승자가 되면 데뷔라는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의 희열은 얼마 가지 않는다. 무섭게 따라오는 후발주자를 따돌리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왕관을 쓰기 위한 고군분투뿐만 아니라 유지하는 일도 쉽지 않음을 오디션 프로그램을 차용해 보여준다.

'엘르 패닝'의 93분짜리 영상 화보집
 

영화 <틴 스피릿> 스틸컷 ⓒ 찬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3년 전 영화가 떠오른다. 바로 '니콜라스 윈딩 레폰' 감독이 만든 <네온 데몬>이다. 순수한 모델 지망생인 제시가 모델업계에 발을 들여놓으며 단숨에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도 엘르 패닝은 세공을 아직 받지 못했을 뿐 충분히 빛나고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지망생을 연기했다. 노래와 춤, 퍼포먼스가 빛나는 가수와 화려한 메이크업, 헤어와 패션 스타일로 무대 위를 활보하는 모델은 다른 듯 비슷했다.

때문에 엘르 패닝이 직업만 바꾸었을 뿐 순수함에서 화려함으로 승격하는 구조에서 기시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십대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우승해 화려한 스타가 되는 과정도 그리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틴 스피릿>에서는 폴란드어부터 노래, 춤까지 바이올렛이란 캐릭터를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연기는 물론이고 음역대가 높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음색이 음악과 잘 어울린다. 감독과 연인 사이인 사심이 만들어 낸 엘르 패닝 화보집에 가깝지만, 노래 한 곡을 그녀의 목소리로 끝까지 듣고 퍼포먼스까지 덤으로 얻어 갈 수 있는 영화다. 배우가 영화 안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고 무방하다.
 

영화 <틴 스피릿> 스틸컷 ⓒ 찬란

 
엘르 패닝은 <아이엠 샘>에서 언니 '다코다 패닝'의 어린 역할로 데뷔한 아역 출신 배우다. 작고 아담한 언니와는 상반되는 큰 키와 허스키 보이스는 엘르 패닝의 매력 중 하나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최연소 심사위원을 맡으며 또 하나의 필모그래피를 추가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장르와 역할에 구애 없이 탁월한 작품 선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공주에서 스스로 왕이 된 여성, 여성으로 태어나 스스로 남성이 된 자, 최초의 SF 작가, 십대 미혼모 등 인상적인 변신으로 차기작을 기다리게 한다. 이런 엘르 패닝의 팔색조 매력을 볼 수 있는 영화로 손색없다. 영화의 OST는 인기 아이팟 플레이리스트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전반에 흐른다.

다만, <라라랜드>의 제작진의 의기투합이나 <잉글리쉬 페이션트>, <리플리>의 시나리오 작가 '안소니 밍겔라'의 타이틀 때문에 선택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영화는 그의 아들이자 배우인 '맥스 밍겔라'의 데뷔작이며, 진부한 설정과 오직 엘르 패닝을 돋보이기 위해 소비된 캐릭터가 아쉬움을 남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장혜령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틴스피릿 엘르패닝 맥스밍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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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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