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만 1억 넘는 청년주택… 대기업 직원도 "비싸서 안가"

서울시 역세권청년주택, 돈 많은 청년주택만 늘린다 비판도

등록 2019.09.04 09:35수정 2019.09.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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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 시장이 역세권청년주택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서울시


'비싸다.'

서울시 역세권청년주택의 첫 공급이 시작됐지만, 비싼 임대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원룸 규모의 주택임에도 보증금이 최대 1억 원을 넘는 등 주거 문제를 겪는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은 생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역세권청년주택은 서울시의 용적률, 자금 지원 등을 받은 민간 사업자가 공급하는 주택이다.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기업형민간임대주택)'를 본따 만든 이 정책은 민간사업자에게 의무 임대기간,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의 의무를 부여한다.

박근혜 뉴스테이 본따 만든 역세권청년주택, 서울시 첫 공급 개시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23실, 광진구 구의동 84실 등 모두 621실의 역세권청년주택 입주자모집공고를 냈다. 청년과 대학생,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급되는 이 주택들은 공급면적 16~39㎡ 규모의 원룸형이다. 이중 공공임대주택(67실)을 제외한 민간 임대 물량은 모두 554실이다.

서울시는 민간 임대의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85~95% 수준에 맞춰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나온 임대료를 살펴 보면, "저렴한 수준"이라는 서울시 주장이 크게 와닿기 힘들다.

서대문구 충정로에 공급되는 35~39㎡형 청년 주택은 임대보증금이 1억 원대, 월세는 60만 원대 수준이다. 39㎡형을 기준으로 보면, 임대보증금은 1억 1280만 원, 월세는 66만 원이다. 보증금은 8500만 원까지 줄일 수 있지만, 이 경우 월세는 78만 원으로 올라간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공급되는 역세권청년주택 39㎡형의 설계도. 방 한칸 규모의 원룸 수준 주택이지만, 보증금은 1억 1280만 원, 월세는 66만 원의 높은 임대료가 책정됐다. ⓒ SH공사

 
39㎡형 임대료와 월세를 서울 지역 전월세전환율(6월 기준=5.3%)을 적용해 전세로 환산할 경우, 전세 가격은 2억 6223만 원이다. 비슷한 입지의 충정시리온(44㎡형)의 전세 환산 가격(2월 거래 기준,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80만 원)은 2억 3113만 원이었다. 전세가격으로 비교하면 청년주택은 비슷한 입지 아파트보다 3000만 원 이상 비싼 것이다.

15~17㎡형의 경우 임대보증금은 4850만~5310만 원, 월세는 29만~32만 원 수준이다. 임대 보증금 규모를 최대한 줄여도 3000만 원 후반(3640만~3990만 원)까지만 줄일 수 있고, 이 경우 월세는 34만~37만 원으로 상승한다.

1인 청년가구 평균 보증금보다 1600만~1900만원 비싼 청년주택

15~17㎡형 주택도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과는 거리가 먼 임대료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2017년 서울과 수도권, 부산에 거주하는 1인 청년 가구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자.

1인 청년 가구의 평균 보증금은 2066만 원, 월세는 34만 6000원이었다. 청년 주택에 입주할 경우, 월세는 큰 차이 없지만 보증금 부담은 1600만~1900만 원이나 많아지는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 청년들에게 청년주택 입주는 더욱 부담스럽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만 29세 미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123만 4000원. 15~17㎡형 주택의 월세만 낸다고 가정해도 월 소득의 27.5~29.9%가 주거비로 나간다.

지난해 수도권 지역 거주민들의 주거비 비중이 월 소득의 18.6%였던 점을 감안하면, 비정규직 청년은 거의 2배 가까운 주거비 부담을 지는 셈이다. 대기업 직원도 임대료에 대해선 혀를 내두른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초반의 한 대기업 직원은 "임대료를 보고, 처음에는 강남에 공급하는 주택이 아닌가 생각했다"면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보다 부담액이 훨씬 올라가는데, 단순히 교통이 편하다고 거기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대기업 직원도 "비싼데 굳이 왜 들어가?"

청년주택의 민간 임대 물량은 별도의 자산, 소득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돈 많은 청년들만 청년주택에 입주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높은 임대료로 인해 '주거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지원한다'는 청년주택의 정책 취지는 공급 초기부터 퇴색하고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서울시가 용적률을 풀어주고 자금 지원을 하는 등 공공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에, 저렴한 임대 주택에 대한 기대치는 높았다"면서 "막상 공개된 임대료는 돈 많은 청년들만 입주 가능한 높은 수준인데, 이런 주택을 공공이 지원해 더 공급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지희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공공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 되는 물량을 제외하면, 주거 문제를 겪는 청년 입장에서는 청년주택의 임대료 수준은 높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서울시는 아파트와 시세 비교를 하는데, 비슷한 주변 원룸과 비교하면 청년주택보다 싼 주택들이 많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현실적 한계 아래 지자체 차원에서의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라는 점에서 높이 사지만,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으려면 개선이 많이 필요하다"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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