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간의 단호, 울컥, 송구... 조국 "제가 부족했지만... 해보겠다"

[기자간담회] 과거 SNS발언과 의혹 적극 해명... 가족 얘기에 울먹 "만신창이됐지만..."

등록 2019.09.02 22:06수정 2019.09.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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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3일 새벽 2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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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입장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3주 동안 "직접 답할 수 없었기에 숨이 막히는 듯했다"던 그는 거침없었다.

끝내 무산된 청문회 대신 급작스레 열린 2일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온갖 의혹을 막아낼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선 모습이었다. 짙은 갈색 백팩을 메고 성큼성큼 간담회장에 들어선 그는 때론 그래프를 들어 설명하기도, 때론 송구하다는 말을 반복하기도, 때론 확고한 태도로 취재진 질문에 반박하기도 했다.

혼신의 힘을 다한 11시간이었다. 2일 오후 3시 30분 시작한 기자간담회는 날을 넘겨 3일 새벽 2시 17분에야 끝이 났다. 총 질문 수는 100회였다. 지금까지 없었던 '1박 2일 기자간담회'였다.

'조로남불' 지적에... 

이날 기자간담회 초반엔 조 후보자의 과거 발언 관련 질문이 집중됐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그는 '폴리페서'를 꾸준히 비판했고, 국정농단 당시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두고 "어떤 얼빠진 기자들이 중대범죄 피의자의 범행 부인과 일방적 항변을 보도하는지 봐야겠다"는 글을 썼다.

하지만 청문회가 물건너간 상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딸 장학금 특혜 의혹이 불거진 데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직을 유지하는 것을 두고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 조스트라다무스(과거 글이 현재 조 후보자를 비판하는 상황을 예언자에 빗댄 표현)'라는 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우선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문제가 대두되는 시점에 열린 기자회견과 이 상황은 다르다"고 했다. "어떤 형식과 방법으로도 많은 의혹과 논란에 대해 충실히 답하고 설명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던 모두발언과 같은 맥락이었다.


그는 또 "현행 법률과 서울대 학칙에 따르면 선출직 아닌 임명직은 휴직 제한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장기간 휴직을 하면 (학생들의) 수업권에 일정한 제약을 주는 점, 매우 잘 알고 있다"며 "임명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종료되고 난 후 정부·학교와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는 "그 시절 했던 말(과거 SNS 발언)들이 돌아와 저를 치는 건 사실이다, 다시 한번 글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고 있다"고도 했다.

그가 버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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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꺼내는 조국 후보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입장해 답변자료를 꺼내고 있다. ⓒ 남소연

 
수많은 의혹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묵묵히 버텼다. 2일에도 조 후보자는 그 이유로 '검찰개혁'이라는 소명을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 문제는 정말로 호기가 왔다"며 한동안 열변을 쏟아냈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부터 검찰개혁이 많이 얘기됐지만, 한 번도 제도화된 적이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정부의 공식적 합의안으로 만들어지고 (국회에) 제출된 게 대한민국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엄청난 일이라 생각한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를 밟고 있지만, 본회의 표결 직전 단계까지 간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수도 없이 말했지만, 법무부가 박상기 장관 주도로 법안을 만들고 그에 기초해 의원 입법이 이뤄지고 패스트트랙에 (이 안이) 오른 것도 역사상 처음이다. 지난 문무일 총장도 말했고, 이번에 윤석열 총장도 말했지만 검찰 수뇌가 공수처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역사상 처음이다. 수사권 조정에 대해선 입장차가 있을 거다.

하지만 검찰개혁 문제에 정말로 호기가 왔다는 뜻이다. 역사상 한 번도 없던 일이 온 거다. 이 시기를 놓친다면 공수처가 언제 될지 모르겠다. 수사권 조정 역시 지금 검찰에서 일정한 반대가 있다. 과거 참여정부 때 수사권 조정 말했을 때, 평검사회의가 열리고 검찰 조직 전체가 반대했다. 지금 잘 보시면 검찰의 집단행동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공수처, 수사권 조정을 이룰 수 있는 시기는 지금밖에 없다고 본다.

...(중략) 제가 감히 해보겠다는 건, 저도 그 논쟁 속에서 일익을 담당했고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와 있다. 제 욕심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부족하더라도 이 일을 마무리하고 시민으로 돌아가고 싶다."


검찰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에도 변함없었다. 이날 검찰 수사관련 질문에 조 후보자는 "지금 검찰에서 압수수색한 것, 저는 언급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그에 대해 어떠한 평가도 제 입에서 나오면 향후 수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임명된다면 제 가족 관련 일체의 수사 보고를 금지할 것을 지시하겠다"며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고, 법무부는 법무부의 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족 얘기에 몇 차례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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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이는 조국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녀 관련 답변도중 울먹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11시간 가까이 이어진 기자간담회 동안 조 후보자는 차분한 자세를 유지했다. 다만 몇 차례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모두 가족 관련 이야기였다. 그는 특혜 의혹을 받는 딸의 집 앞에 늦은 밤까지 기자들이 찾아온다며 울먹였다(관련 기사 : 울먹인 조국 "남성 기자들, 밤 10시 딸 오피스텔 문 두드려").

두 번째 '울컥'은 가족이 참여한 학교법인 웅동학원 이야기를 꺼낼 때였다. 조 후보자 가족이 웅동학원 채무를 감췄고, 후보자 동생과 전 배우자가 이 과정에서 '위장이혼'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또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후보자 아버지 묘소에 찾아가 가족들 이름이 담긴 사진을 찍은 뒤 페이스북 등에 올리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제가 참 불효자다, 어떤 분이 가서 우리 아버님을 밟고 묘비를 찍었을지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고 했다.

논란이 불거진 뒤 조 후보자와 가족은 웅동학원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어머니의 이사장직도 내려놓겠다고 했다(관련 기사 : 자세 낮춘 조국 "사모펀드 기부, 웅동학원 내려놓겠다"). 조 후보자는 깊이 한숨을 내신 뒤 "저희 어머니께서 충격을 받고 다 내려놓겠다고 하셨다"며 "저는 (현재) 이사는 아니지만 임명이 되든 안 되든 절차에 따라 이 학원을 국가와 사회에 돌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 마음 속 깊이는, 다 그만 두고 가족을 돌보고 싶다"고도 털어놨다. 이어 "딸 아이를 위로해주고 싶다"며 "제 배우자나 어머니도 수사받아야 하는데 변론문제에 대해서 검토해주고 싶다, 집안 전체가 지금 난리"라고 했다. 위장이혼 의심까지 받은 동생의 전 배우자에게도 "너무너무 미안하다, 만나서 도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송구, 죄송하지만... "금수저라도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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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가족에 울컥했지만, 가족 문제에 거듭 "송구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기도 한 조 후보자였다. 특히 딸 특혜 문제를 두고 "당신이 진보를 외치면서 왜 해결하지 못했냐고 비난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저희 아이와 비슷한 나이에 있는 김용균씨는 산업재해로 비극을 맞이했다, 그에 비하면 제 아이가 얼마나 혜택받은 사람인가 모를 리가 있겠냐"며 "제가 가진 자이지만, 그 한계를 직시하면서 해보려고 한다, 그걸 도와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딸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은 것도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역시 "지금 돌아보면 제가 좀더 예민하고 주도면밀하게 확인해서 애초에 받지 못하도록 해야 했던 것 같다"며 "그걸 왜 미리 확인 못했는지 후회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저는 금수저가 맞다. 금수저는 항상 보수로 살아야 하는가. 강남에 살면 진보를 얘기하면 안 되는가."

조 후보자는 "금수저라고 해도 제도를 좋게 바꾸고, 다음 세대에는 더 좋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꿈도 꿀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제가 부족했다, 실제 흙수저 청년들의 고통을 얼마나 알았겠냐는 게 제 한계"라면서도 "그렇지만 할 수 있는 걸 해보려고 비난을 받으면서도 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제가 만신창이가 됐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진 다 해보고 힘이 부치면 조용히 물러나겠다"고 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검찰개혁 #기자간담회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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