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하고 정리하라(1. 어떻게 정리할까?)

글쓰기의 이유

검토 완료

고현주(abccab)등록 2019.08.24 17:03
  사실 글을 모르는 문맹자가 아니라면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를 뿐이다. 한편의 글쓰기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것은 재료가 70, 기교가 30프로 정도된다. 글쓰기는 특히 책쓰기는 요리와 같다. 쉽게 요리를 예로 들어보겠다. 된장찌게를 하려 한다면 된장과 호박, 고추, 감자, 파, 두부 등이 필요하지만 요리하는 사람이 그 모든 것을 전부 재배하거나 만들 필요는 없다. 시중에서 파는 재료들을 사오면 된다. 또 뚝배기도 있어야 하고 채소를 자르려면 칼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칼을 만드는 대장간을 하겠는가? 글쓰기도 마찬가지도, 재료가 되는 글감을 온전히 내 힘으로 모두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료를 잘 마련하면 된다. 그리고 같은 된장찌개라도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서 각기 다른 맛을 낸다. 재료의 혼합비율이 다르고 손맛도 다르기 때문이다. 책 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준비한 글감으로 새로운 생각이 더해지고 입혀지고 혼합된다. 뻗어나간다. 연상된다. 다양하고 질좋은 식재료가 요리의 맛을 내듯이 책쓰기도 풍부한 재료가 있어야 풍요롭게 쓸 수 있다.
 
서두가 길었다. 작가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 글감이다. 하루 24시간중 깨어있는 시간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 사물, 상황, 미디어등에서 새로운 글감들을 수도 없이 발견한다. 최근에는 중국 한나라말기의 왕이었던 헌제에 관한 중국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거기에서 글감을 얻었다. 흥하고 망한 세계의 왕조들중에 마지막 왕이 짊어져야 했던 책임과 고독, 상실, 의욕 등을 조명해보고 싶어진 것이다. 이렇게 모은 글감들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발견하면 바로 글을 쓰면 되지 않나 하겠지만 글감이 모두 책의 재료가 되지는 않는다. 검증되어야 하고 정리되어야 하는데 재료 수집의 첫걸음은 내게 관심가는 재료들을 그저 차곡차곡 모으면 되는 것이다. 정리방법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스크랩을 할 것이고, 노트에 적을 것이며 컴퓨터로 정리해둘 수도 있겠다. 나의 경우는 블로그의 비공개 카테고리로 정리해둔다. 자료마다 정리가 편한 형태가 있지만 여기저기 저장해두면 나중에는 찾기가 어렵다.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저장방법이지만 한 곳에 일목요연하게 모여있으니 나중에 활용하기가 좋다. 네이버블로그를 2005년부터 운영해왔는데 방문자수가 10만이 넘는 블로그를 공개와 비공개로 나누어 관리한다. 공개되는 카테고리에는 책관련 이야기와 독서감상평, 미디어감상평, 가고싶은 여행지, 맛집소개, 각종 이야기등이 있다. 비공개 카테고리에는 창작관련 자료, 일기, 자녀교육정보 등 외부인에게 공개하기 어려운 자료들을 정리해둔다. 글감도 작가에게는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므로 미완성상태로 이곳에 보관해 둔다. 블로그 카테고리는 편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창작의욕이 생기는 분야가 생기면 얼마든지 추가가 가능하고 삭제도 된다. 다른 포털사이트의 까페도 비공개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블로그와 같은 방법으로 관리 할 수 있다. 다만 공개와 비공개를 혼합해서 쓰는 경우 저장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나만 보려고 비공개자료라 대충 정리해서 올려둔 것이 공개가 되어 나름 이웃도 생기고 정보도 공유하는데 좀 망신스러울 때도 있다. 페이스북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자료를 찾기에 어렵기 때문에 홍보용으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하나 자료를 정리해두기에는 부적당하다. 당장의 글쓰기에 활용되지 않더라도 일기, 꿈꾸는 일들, 가족이야기, 내 이야기들도 정리해두어야 한다. 언젠가 이것들도 글감이 될 수도 있다. 자서전에 좋은 글감들이다. 평상시에 작은 수첩이나 핸드폰 메모장을 활용해서 그때그때 떠오른 정보나 아이디어를 적어두기도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정리에 여러가지 방법을 혼합해서 쓸수 있으나 최종에는 한곳으로 모으는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정리를 좀 잘 해두어야 나중에 자료를 찾을 때 수월하다. 물건찾기와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정리해둔 재료가 어느 정도 축적되면 작가는 책으로 써야 될 시기가 왔음을 느낄수 있다. 그때 차근히 보물함을 열어 분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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