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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회' 된 손현주 즐겁게 만든 것, 편의점·편육·맥주·수다

[인터뷰]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으로 첫 사극 도전한 손현주

19.08.21 17:26최종업데이트19.08.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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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현주.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역사극에서 한명회는 주로 권력욕이 가득한 노련한 고위 정치가로 묘사됐다. 멀게는 배우 정진, 화제성으로 보면 이덕화, 그리고 영화 <관상>에 출연한 김의성 등이 저마다의 개성을 입혀 한명회를 묘사하곤 했다. 

21일 개봉한 영화 <광대들: 풍문 조작단> 속 한명회는 배우 손현주가 연기했다. 게다가 영화로는 그의 첫 사극이다. 여러 배우들이 소화한 역사적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에 부담이 컸을 수도 있지만 손현주는 오히려 "제가 연기하는 한명회? 나 자신도 궁금했다"며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역사광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청주 한씨, 한명회는 기록을 보면 대문 열어놓고 사람 맞이하는 걸 좋아했다. 압구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천수를 누렸지. 당시 70세 넘게 산 건 천수라고 봐야겠지.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한명회보다 2살 어린데 58세에 돌아가셨다. 그런 걸 보면 참 권력이 덧없다. 그렇게 겨우 왕위에 오르고 13년인가 하고 끝났잖나. 

그간 여러 분들이 한명회를 했었다. 정진 선배의 한명회는 책사 정도로 묘사됐고, 나머지 분들은 좀 강하게 묘사된 경향이 있다. 당시 사료를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그만한 권력을 가지려면 많은 사람을 희생했겠구나 싶었다. 권력을 뺏기지 않으려면 누군가를 해하기도 했을 것이고, 그렇게 올바른 일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한다.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올라가는 게 올바른 방법은 아니잖나. 두 명의 왕을 사위로 두고 천수를 누린 한명회를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 했을 거라 생각한다." 


짐짓 진지하게 자신의 캐릭터 배경을 설명하면서도 손현주는 <광대들>의 본질을 분명 기억하고 있었다. "세조 말 레임덕이 있었을 것이고, 실록에 나오는 40여 가지 미덕을 바탕으로 상상한 유쾌한 영화"라며 그는 "감독의 상상이 궁금해 참여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극 중 조진웅, 김슬기, 고창석 등 광대 캐릭터에 비해 한명회는 시종일관 무겁고 진지하다. 아무래도 이들을 모아 세조에 대한 미담을 퍼뜨리며 동시에 자기 권력을 지켜야 했으니 그리 묘사했겠지만, 연출자 특유의 역사에 대한 태도가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상상력을 발휘한 부분은 유쾌하게, 실존 인물과 사실에 대해선 담백하게 가는 식이었다.

손현주 역시 이에 동의했다. "감독과 얘기하면서 한명회도 조금 풀어지는 면이 있길 바랐는데 아무래도 공신 캐릭터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지만 편집에서 좀 더 조화롭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감독님 입장에서도 좀 힘들어했을 것 같다. 세조는 이미 역사적인 인물이고, 관련한 역사적 사실도 이미 나와 있으니 말이다. 사육신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있었는데 감독님은 그 사이에 상상력을 넣어야 했을 것이다. 관객분들에 맡겨야지. 영화를 세 번 봤는데 전 즐겁고, 유쾌하게 봤다. 주어진 데서 최선을 다하는 게 우리 몫이니까. 작년에 너무 덥지 않았나. 거구의 한명회를 표현하기 위해 옷을 여러 벌 입히더라. 더워 죽는 줄 알았다. 귀 분장은 떼기 귀찮아서 그냥 쓴 채로 자거나 근처 편의점을 다니기도 했다.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더라(웃음)."

변화의 궤적
 

"세조는 이미 역사적인 인물이고, 관련한 역사적 사실도 이미 나와 있으니 말이다. 사육신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있었는데 감독님은 그 사이에 상상력을 넣어야 했을 것이다. 관객분들에 맡겨야지."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앞서 사극에 도전하는 자신의 모습이 궁금했다고도 했지만 손현주가 <광대들>에 참여한 건 어떤 갈증 때문이기도 했다. 드라마 <추적자>(2012) 이후 꾸준히 스릴러 장르물을 하면서 본인 스스로도 답답증을 느끼기도 했던 것이다. "5, 6년 정도 어두운 캐릭터를 하니 너무 많이 했나 싶었다"며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저스티스>도 사실 그런 장르인데 이런 대본이 재밌긴 하다. 동시에 재미를 떠나 좀 편하게 볼 수 있는 것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사극 드라마 촬영 중 말에 의해 부상 당하는 등 몇 가지 트라우마가 있었던 그다. "사극을 아주 안 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피해다니긴 했다"며 그가 말을 이었다.

"다친 것도 있지만, 사극에서의 대사 투나, 장엄한 모습 등 거기에 제가 섞일 수 있을까 싶었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오래 하다가 드라마 쪽으로 제가 왔잖나. 다시 연극을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그런 두려움과도 같다. 사극을 한다고 했을 때 잘 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광대들>을 하고 나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전까지 제안이 많았다. 대하 사극도 있었고, 사극 영화도 있었다. 제 마음이 그땐 내키지 않았던 거지."

출연하진 않았지만 평소 사극을 매우 좋아하는 그다. 기자에게도 조선 시대 주요 왕과 관련 사실을 막힘 없이 읊는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소설책 보듯 보는 것"이라며 "광개토대왕? 한번 해보면 좋겠다. 그런데 기회가 되면 천민도 하고 싶고, 다양하게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광대로 살아가는 건 참 즐거운 일인 것 같다. 저도 남의 옷을 입는 광대로 살아가지만 즐겁고 재밌는 일이다. 평소엔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사실 <광대들> 촬영 때도 배우들과 매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촬영 마치면 편의점으로 달려가 맥주랑 볶음 김치, 편육 등 사다가 수다를 떨곤 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가장 손현주다워 보인다. 그는 "배우들끼리 모이는 게 대수인가. 인터뷰 전날에도 매니저와 종로3가 포장마차 촌에서 소주 한 잔 했다"며 "아침에 못 나올까봐 근처 모텔에서 자고 왔다"고 웃어보였다. 

수더분함으로 이웃에게 편안함을 주는 동시에 그 속에 숨은 다양한 면모를 그는 연기로 꺼내 보이고 있다. 북촌, 종로3가 일대, 촬영장 근처에서 그는 대부분 최대한 자신을 내려놓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렇게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스로에게까지 관대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손현주는 연기에서만큼은 본인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걸로도 유명하다.

"그렇게 안 하면 흐트러진다. 그걸 못 견디겠다. 연극 때 든 버릇인데 대본을 보면서도 꼭 긴장해야 한다. 그래서 제가 작품 두 개를 한 번에 못한다. 지금은 홍보 과정이니 <광대들> 이야기를 하는데 <저스티스>를 찍고 있잖나. 소속사에선 싫어할 수도 있지만, 제가 그렇다(웃음). 욕심은 없다. 숨이 붙어 있는 한 일하고 싶고, 늘 편한 사람으로 주변에 있고 싶다." 
 

"광대로 살아가는 건 참 즐거운 일인 것 같다. 저도 남의 옷을 입는 광대로 살아가지만 즐겁고 재밌는 일이다. 평소엔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손현주 광대들 조진웅 저스티스 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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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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