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미군 철수'를 위협한다 하더라도

[대놓고 돈 내놓으라는 미국 2] 오히려 주한미군 역할을 재검토할 때

등록 2019.08.19 13:45수정 2019.08.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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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에서 열린 오찬에서 연설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설을 제의하며 마이크를 넘기고 있다. 2017.11.7 ⓒ 연합뉴스

 
작전지원 신설 요구의 불법부당성은 그것이 한국을 일시적으로 방문하는 해외 주둔 미군을 적용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위한 이행약정(부속문서)은 '제5절 군수지원분담'의 제2항에서 "군수비용 분담 프로그램에 따라, 주한미군의 상시적 또는 일시적 주둔 지원을 위해 한국 국방부는 다음과 같은 장비, 보급품 및 용역을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일시적 주둔 지원'이란 한미연합훈련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오키나와나 괌, 하와이, 미 본토 등의 해외 주둔 미군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이행약정의 규정은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해서까지 방위비분담지급의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지원하는 개념의 협정이다. 따라서 기관 간 약정(조약이 아니다)에 불과한 이행약정이 해외 주둔 미군의 경비를 지원할 수 있게 규정한 것은 조약(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위반이다.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해서까지 방위비분담금을 지급하게 되어 있는 이행약정은 원천적으로 불법이고 무효이다.

미국은 9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 때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한국에 요구하였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B2와 B52 폭격기, 핵잠수함 등의 한반도 파견이 주한미군 주둔비용과 개념적으로 다르며 주한미군 주둔비용 결정의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강경화 장관도 전략자산 전개비용에 대해 "분담금의 기본 취지와도 안 맞다"(2018. 10. 1)고 국회에서 답변한 바 있다.

공공요금과 저장·위생·목욕·세탁·폐기물처리 용역 부담의 불법성

이행약정의 제5절 '군수지원 분담'의 10개 세부항목 중의 하나로 '기지운영지원'이 있다.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체결 때 이 기지 운영 지원 항에 전기·천연가스·상하수도 공공요금과 저장·위생·목욕·세탁·폐기물처리 용역이 새로 포함되었다. 이로써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전략자산 전개나 한미연합연습을 위해 한국(제주해군기지 등)을 방문하는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해서도 그들이 사용한 전기·천연가스·상하수도 요금이나 저장·목욕·세탁·폐기물처리 용역비를 방위비분담금에서 지급할 수 있게 허용되었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물론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해서까지 공공요금을 한국이 지불하는 것, 또 목욕·위생·세탁·폐기물처리 용역비를 지급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이는 방위비분담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위반해 불법적으로 군수지원에 포함된,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해  공공요금과 목욕·위생·세탁∙쓰레기처리 용역비 지급을 허용한 독소조항은 폐지되어야 한다.

감당할 수 없는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


2020년 국방예산(부처요구안)은 50.4조 원이다. 이는 전년보다 8%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내년도 국방예산(부처안) 50.4조 원은 내년도 방위비분담금이 올해와 같은 1조389억 원이 될 것으로 가정한 상태에서 산정된 것이다. 만약 미국 요구대로 방위비분담금을 5조4984억 원(48억 달러)으로 올리면 국방예산은 17.6%가 오른 54.9조 원이 될 것이다. 내년 국방예산 증가율 8%도 정부 예산증가율 6.2%보다 높아 국가재정의 커다란 압박요인인데 17.6%나 올려야 한다면 일자리 창출이나 서민복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처하는 예산 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남북과 북미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하고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만큼 국방비는 줄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내년도 국방예산이 줄기는커녕 정부예산 증가율 6.2%보다 3배 가까운 17.6%가 오른다면 남북관계의 진전을 저해함은 물론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역행한다. 2019년 국방비 증가율 8.2%에 대해 북한이 "남북 선언들과 군사분야합의서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며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정세 완화 흐름에 역행하는 엄중한 도전행위"(우리민족끼리 2018년 12월 14일)라고 반발한 것을 상기한다면, 내년도 국방예산의 급증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방위비분담금 대폭 삭감을 협상목표로 해야

그동안 방위비분담금 협상 때마다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다. 이번 11차 특별협정 협상 때도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하며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압박할 것이 틀림없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먼저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단행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방위비분담 인상요구에 응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가서명(2019년 2월 10일)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리얼미터, 2019. 1. 25)를 보면, 우리 국민의 58.7%가 미국의 방위비분담 인상 요구를 반대하고 또 52%가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단행하더라도 방위비분담 인상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답하였다. 이는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 위협에 굴복해 트럼프의 부당한 방위비분담금 인상요구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둘째 문재인 정부는 미집행된 방위비분담금만 2조 원 가까이에 이르고 평택 미군 기지이전 완료로 군사건설 수요가 주는 등의 사정을 감안해 국민 앞에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삭감을 협상 목표로 분명하게 천명해야 한다.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 때 문재인 정부가 방위비분담금 대폭 삭감을 목표로 제시하지 못하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분담'을 목표로 제시함으로써 협상 내내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미국에 끌려다녔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볼턴이 청와대를 방문해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한 직후 정부는 "2020년 이후 한미방위비분담금과 관련 동맹정신을 기반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협의해 가기로 하였다"(경향신문 7월 25일)고 밝혀, 여전히 방위비분담금의 삭감 입장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있어 10차 때의 실수를 되풀이 할 것이 우려된다.

셋째 10차 특별협정은 한미가 합의하면 2019년 12월 31일 이후에도 방위비분담금액을 제외하고서는 연장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주둔 미군에 방위비분담 지급을 허용하고 공공요금이나 목욕·세탁·위생·폐기물처리 용역비까지 한국이 부담하게 되어 있는 등 각종 독소조항들이 연장되지 않도록 정부는 10차 협정에 대한 연장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에 대해 유연한 사고 가져야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의 규모나 역할에 대해 유연한 사고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남북 및 북미 정상 합의로 한반도에서 미국의 안보전략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북의 위협으로부터 남을 방어하기 위한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은 불필요하게 되며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축소(단계적 철수)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인도·태평양(대중국 패권) 전략 차원에서 주한미군을 운용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에 평화협정 체결 뒤에도 주한미군의 역할을 이른바 '동북아시아 균형자 역할'로 변경해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지역 평화와 안정에 반한다. 주한미군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이란 것이 주한미군이 중국을 포위 견제하는 역할을 지칭하기 때문에 한반도는 미국의 대중국 전초기지로 전락한다. 그리고 주한미군은 동북아시아에서 진영 간 대결의 직접적인 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균형자 역할을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한반도가 평화시대로 전환하는데도 주한미군에 대한 기존 시각(주한미군이 안보의 핵심역할을 한다는 사고)을 계속 고집하면서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축소에 대해 유연한 사고를 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대중국 패권 전략에 말려들어가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 미국의 대중국 패권전략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축소, 나아가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정책적 입장으로 해야 한다.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동맹을 구축하려는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준 뒤에도 한미연합사 체제를 계속 유지하면서 한국군을 대중국 포위공격 작전에 동원하고자 한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례없이 대미 종속적인 한미연합사가 유지된다면 미국은 계속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실질적으로 쥐고 한국군을 미국의 대북 및 대중국 패권 전략의 하위 파트너로 삼고자 할 것이다.

이런 미국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함께, 한미연합사를 해체해야 하고 유엔사 또한 해체함으로써 한국군에 대한 미국의 전시작전통제권 행사 소지를 없애야 한다.

그와 함께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지역에서 북한 및 주변국을 상대로 하는 미군과의 공동작전 연습을 축소하고 폐기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문재인 정부는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에 역점을 두는 기존 태도에서 탈피해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을 축소해 나가는 정책을 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에 임해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위협에 의연히 대처해야 하며, 그러자면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트럼프방한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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