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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과 계약만 하면... 음악계 완전히 뒤집어 놓은 회사

[리뷰] 영화 <블루노트 레코드>

19.08.16 18:45최종업데이트19.08.1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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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노트 레코드> 영화 포스터 ⓒ 마노엔터테인먼트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는 주로 <휘트니>(2018)처럼 '인물'에 초점을 맞추거나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2017) 같이 '장르'를 소재로 다루곤 한다. 때론 지구촌을 뒤흔든 사회 현상을 되짚은 <우드스탁: 사랑과 평화의 3일>(1970), 소리의 세계를 여행하는 <피아노 매니아>(2009), LP 음반의 의미를 탐구한 <LP 매니아>(2012), 전설의 스튜디오를 기억하는 <사운드 시티>(2013), 음반 시장을 조명한 <타워레코드의 영광과 몰락>(2015) 등 색다른 작품도 선보인다.

또 한 편의 음악 다큐멘터리인 <블루노트 레코드>는 레코드 레이블 '블루노트 레코드'를 소재로 삼은 특별한 작품이다. 블루노트 레코드는 많은 이에게 생소하다. 그러나 음악에 관심이 많은 분, 특히 재즈 음악팬에겐 친숙하다. 블루노트 레코드는 80년 역사 동안 마일즈 데이비스, 아트 블레이키, 존 콜트레인, 델로니어스 몽크, 버드 파웰, 허비 행콕, 웨인 쇼터, 로버트 글래스터, 앰브로스 아킨무시리, 노라 존스 등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의 앨범으로 전 세계 음악 팬들을 매료시킨 이름이다.

블루노트 레코드가 재즈 음악의 거인들을 계속 배출한 저력은 무엇일까? 음반에 어떤 방식으로 시대와 감성을 새겼을까? <블루노트 레코드>는 재즈 음악사를 이끈 레코드 레이블 '블루노트 레코드'의 발자취를 추적한다. 그 여정 속에서 '블루노트'스러움은 무엇인지 찾는다.
 

▲ <블루노트 레코드> 영화의 한 장면 ⓒ 마노엔터테인먼트


연출은 베를린 필름 콜렉티브에서 몇 편의 극영화를 공동연출하고, 2012년 장편 다큐멘터리 데뷔작 <해리 딘 스탠턴의 초상>을 내놓았던 소피 허버 감독이 맡았다. 그녀는 "블루노트의 역사는 80년에 이르고 그 가치는 약 1000개의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각각의 레코드에는 우리 시대의 표현과 사람이 자리한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음악의 깊이, 즉 표현의 깊이와 그것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필요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한다.

<블루노트 레코드>는 블루노트 레코드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블루노트 레코드의 역사와 유산, 현대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돈 워스 현 블루노트 레코드 대표를 비롯하여 로버트 글래스퍼, 마커스 스트릭랜드, 웨인 쇼터, 앰브로스 아킨무시리, 데릭 호지, 켄드릭 스콧, 테라스 마틴, 아트 블레이키, 노라 존스 등 역대 블루노트 아티스트들과 레이블에 몸담았던 사람들을 만난다. 그 외에 스페셜 세션의 녹음 현장,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아키이브 연주 영상, 오디오 자료와 사진 자료, TV 동영상도 활용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알프레드 라이언과 프랜시스 울프가 1939년 뉴욕에서 작은 음반사 '블루노트 레코드'를 설립하면서 역사는 시작했다. 나치를 피해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왔던 상황과 재즈 애호가로서 듣고 싶은 음반을 직접 만들고자 한 바람은 블루노트 레코드에서 표현의 자유와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오롯이 나타난다. 허비 행콕은 "그들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이들이 표현할 기반을 갖게 하는 것이었어요"라고 말한다.
 

▲ <블루노트 레코드> 영화의 한 장면 ⓒ 마노엔터테인먼트


알프레드 라이언과 프랜시스 울프는 음반사 사장이 모두 백인으로 흑인 음악에 관심이 없던 시절에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로 음반을 만들었다. 사운드 엔지니어 루디 반 겔더는 자신의 집에 시설을 갖추고 음반을 녹음한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디자이너 리드 마일스가 만든 블루노트의 음반 커버는 앨범 아트워크의 시작으로 평가받는다.

뮤지션의 자유와 평등, 자본의 압박으로부터의 독립,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시도 등이 모여 블루노트 스타일을 완성했다. 앰브로스 아킨무시리는 "저에게 블루노트는 혁신적인 사람들과 (시장의) 판도를 바꾼 이들의 레이블"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말처럼 블루노트 레코드와 계약한 아티스트들은 음악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 한 블루노트 레코드는 1967년 리버티 레코드에 매입되었다. 새로운 소유자는 팔릴 만한 음반 제작에 치중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제작에 손을 놓았던 블루노트 레코드는 1984년 EMI/캐피털 그룹에 인수되면서 재출발을 선언한다. 설립자 알프레드 라이언과 프랜시스 울프의 창작 정신을 계승한 브루스 룬드발 대표는 US3, 노라 존스, 로버트 글래스퍼 등을 발굴하며 블루노트 레코드의 새로운 전성기를 썼다. 역사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 <블루노트 레코드> 영화의 한 장면 ⓒ 마노엔터테인먼트


블루노트 레코드의 유산은 지금의 힙합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50~60년대에 재즈가 도시를 이야기했다면 80년부턴 힙합으로 주체가 바뀌었다. 블루노트 레코드의 재즈 뮤지션들은 시대를 표현하는 많은 힙합 뮤지션들의 근간이 되었다. 블루노트 레코드에서 녹음한 루 도널드슨의 '오드 투 빌리 조' 연주는 사이프레스 힐, 드 라 소울, 에미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등 힙합 뮤지션이 가장 많이 사용한 샘플링으로 알려진다.

<블루노트 레코드>는 훌륭한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다. 미국의 대중문화 매체 '더 랩'은 "블루노트 레코드의 백과사전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이 작품으로 충분하다"는 평가를 주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재즈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담았다"라고 썼다. <블루노트 레코드>는 음반사의 역사를 보여줌과 동시에 블루노트 레코드와 동의어인 재즈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재즈, 나아가 음악의 가치를 전한다. 뮤지션이자 힙합 프로듀서인 테라스 마틴은 이야기한다.

"블루노트는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예요. 항상 남다른 일을 하고 있고 다음 세대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들로 바꾸어 가고 있어요. 우리는 시대를 달래줄 수 있는 음악을 해야 해요."
블루노트 레코드 재즈 다큐멘터리 하비 행콕 소피 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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