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을 노린 '경광봉', 광화문 지킨 광복절 촛불

[현장] 일본인도 연대한 '8.15 아베 규탄 범국민 촛불 행사'... 24일 6차 촛불

등록 2019.08.15 21:58수정 2019.08.1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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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강제동원 사죄와 배상판결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양금덕 할머니(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 "앞으로는 절대 저 같은 일(강제동원 피해)이 없도록 젊은이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돼서 끝까지 싸워 아베를 규탄합시다."

다카다 겐(일본 시민운동가) : "오늘 여러분들이 'NO 아베'를 가슴에 품고 여기 앉아 계신 걸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여기 모인 친구들에게 깊은 곳으로부터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 "일제 때 선배 노동자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민초들은 불매 운동을 하고 있고, 택배 노동자는 배송 거부, 마트 노동자는 안내 거부로 싸우고 있습니다. 승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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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 시작을 기다리는 시민들 위로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다. ⓒ 유성호

행사가 시작될 즈음 종일 퍼붓던 비가 그쳤다. 'NO 아베', '전쟁 범죄 사죄하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하라', '친일적폐 청산하자'고 적힌 형형색색 팻말들로 가득 찬 광화문 광장 위로 길게 무지개가 떴다. 록 버전으로 편곡된 아리랑 가락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광장 곳곳엔 비를 흠뻑 머금은 분홍색 무궁화가 활짝 피어있었다. 해가 저물자, 촛불이 켜졌다.

15일 오후 6시, 74주년 광복절을 맞아 '8.15 아베 규탄 범국민 촛불 행사'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아베규탄 시민행동'이 개최한 이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 북측부터 세종대왕 동상까지 꽉 찼다. 'NO 아베'라고 적힌 하얀색 티셔츠를 맞춰 입거나 스티커를 부착한 시민들도 많았다. 참가자들은 "아베 정부 규탄한다!", "역사 왜곡 규탄한다!", "경제 침략 규탄한다!", "평화 위협 규탄한다!"를 외쳤다. 주최 측은 다음주 토요일인 24일 6차 촛불 행사를 열겠다고 밝혔다.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GSOMIA 폐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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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강제동원 사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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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강제동원 사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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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강제동원 사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0) 할머니는 이날 행사 단상에 올라 "14살 때 일본인 교장의 말에 속아 배를 타고 나고야의 미쓰비시 공장에 끌려간 뒤 하루 열 시간씩 쌔빠지게 일했다"라며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 사람이 약하단 소릴 듣지 말고 끝까지 싸워서 아베에게 사죄 받고 자유롭고 행복해지자"고 말했다.

할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강제동원 사죄하고 배상판결 이행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할머니의 발언이 끝나자 시민들은 "할머니, 건강하세요!", "우리가 이깁니다!"고 외쳤다. 양 할머니는 지난해 11월 29일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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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민운동가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우리들은 전쟁을 반대한다. 아시아의 평화와 상생을 위해 아베 정권을 타도하고 일본의 정치를 바꾸자"고 촉구했다. ⓒ 유성호

 
일본 시민운동가 20여명도 일제히 'NO 아베' 팻말을 들고 행사에 참석해 뜻을 함께 했다. 대표로 발언한 한일시민연대의 일본 시민운동가 다카다 겐씨는 "헌법 개악을 역사적인 임무로 삼고 있는 아베 정권은 일본 역대 정권 중 가장 악질적이고 반동적인 정권"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시민 민중들이 손 잡고 아베 정권을 무너뜨릴 때까지 싸우자"고 했다.

다카다 겐씨는 이어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을 무너뜨리고 일본을 다시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라며 "우리들은 전쟁을 반대한다. 아시아의 평화와 상생을 위해 아베 정권을 타도하고 일본의 정치를 바꾸자"고 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아베는 전쟁 가능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라며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고 박근혜 정권이 맺은 외교 적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이 기회에 폐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특혜를 독점하며 일본 기술을 모방하며 지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재벌 대기업들은 도리어 규제를 풀어달라고 하고 장시간 노동을 더 늘려달라고 하고 있다"라며 "지금의 시기가 지난 시간 잘못에 면죄부를 주는 계기가 돼선 안 된다"고도 했다.

"토착왜구 꺼져!"... 분노한 시민들
   

광복절, 광화문광장에 모인 10만 촛불 “아베를 규탄한다”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을 규탄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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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강제동원 사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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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강제동원 사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문화제가 끝난 뒤 시민들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촛불을 들고 "토착 왜구 꺼져!", "친일언론 조선일보 폐간하라!", "아베 정부 규탄한다!", "우리가 주인이다!" 등을 외치며 행진했다. 시민들은 일본대사관과 조선일보 건물 등을 찾아 항의했다. "NO ABE, 강제동원 사죄하라"는 녹색 레이저빔이 일본 대사관 건물 위쪽을 밝히기도 했다.

중랑구에서 왔다는 성아무개씨는 "예비 신랑인데 신혼 준비물도 일본산은 사지 않고 있다"라며 "일본 정부가 전쟁범죄와 경제보복에 대해 사과 없이 오히려 과거사를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데에 분노한다"라고 했다.

'NO 보이콧 재팬' 티셔츠를 입은 김아무개씨(58)씨도 "경제가 안 좋은데 일본 때문에 화가 나서 왔다"라며 "앞으로도 시간이 되면 계속 오겠다"고 했다.

한편, 앞서 광화문 광장 남단에서 시위하던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촛불행사가 열리는 광장 북측으로 넘어오면서 한때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이들의 손에는 하얀빛을 내는 경광봉이 들려 있었다.
#NO아베 #촛불 #광복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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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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