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한국인, 식인습관" 막말, 일본 유치원생 노래에 '소름'

[TV 리뷰] < MBC 스페셜 > '아베와 일본회의'편

19.08.13 16:18최종업데이트19.08.13 16:30
원고료로 응원
 

< MBC 스페셜 > '아베와 일본회의'편 중 한 장면 ⓒ MBC

 
일본을 이끌어가는 것은 겉으로는 국회와 내각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극우단체인 일본회의(닛폰카이기)가 국가전략을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와 내각에 그들이 대거 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회의는 한국을 향한 공격적 망언들의 주된 진원지다. 일례로, 지난 1일 한국 국회의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과거에 한국은 매춘 관광국'이라고 발언한 에토 세이이치 총리대신 보좌관(참의원 의원 겸직)도 일본회의 회원이다. 그는 이 단체 산하의 의원연맹인 국회의원간담회 간사장이다.
 
박태혁이란 한국인 명의로 출간돼 한국인을 스스로 비하하고 일제 식민지배를 찬양한 책 <추한 한국인>의 실제 저자인 가세 히데야키도 일본회의 대표위원이자 도쿄도 본부회장이다. 이 책에는 한국인이 식인 습관을 갖고 있다는 황당한 내용까지 적혀 있다. 이런 책을 자기 이름이 아니라 한국인 박태혁 명의로 내놓은 가세 히데야키 같은 추한 일본인도 일본회의의 핵심 인물이다.
 
단체 홈페이지에도 명기됐듯이, 일본회의는 '아름다운 일본의 재건(美しい日本の再建)'을 추구한다. 그렇지만 이들이 진짜로 일본을 아름다운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아니다. 그간 일본의 경제와 군사를 떠받쳐준 미국의 세계 패권이 약해질 경우에 대비해, 이들은 이웃나라들과 상생을 추구하기보다는 일찌감치 기선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쪽을 선택했다.
 
이들의 영향을 받은 일본 내각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무력화시키려고 시도하는 데서도 그런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남북한 및 중국 등과 공존하기보다는 1945년 이전의 군국주의로 되돌아가 '일본의 힘'을 보여주고자 애쓰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일본'이 아니라 '위험한 일본'의 재건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베 신조의 일본은 매우 위험하다.
  

< MBC 스페셜 > '아베와 일본회의'편 중 한 장면 ⓒ MBC

 
일본 평화헌법 개정 추진 지원하는 '일본회의'의 정체

광복절 특집으로 8월 12일 오후 11시 5분 방송된 < MBC 스페셜 > '아베와 일본회의' 편은 그 같은 일본회의의 위험한 본능과 더불어 그들의 조직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 방송에 소개된 그들은 목표만큼이나 조직 규모도 대단하다. 방송이 6분 40초를 경과했을 때, 2016년 현재 그들의 조직 규모가 소개됐다.
 
"일본회의는 광역자치제 47개 전체에 본부가 있고 241개 지부, 회원 수만 3만 8천 명으로 일본 최대 규모의 우익 결사체다. 국회의원, 종교인, 우익 지식인, 기업인 등이 속해 있고, 이들은 여러 관련 단체들을 조직하며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일본회의는 지방의 풀뿌리 대중과 중앙의 명망가들로 구성된 전국적 조직이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그들은 아베 신조 내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표현은 그들을 과소평가한 것일 수도 있다. '장악하고 있다'고 해야 옳을지도 모른다. 아베 신조 옆이 그들로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 MBC스페셜 > 방송 중 한 대목에서는 이런 설명이 나온다.
  

< MBC 스페셜 > '아베와 일본회의'편 중 한 장면 ⓒ MBC

 
"그의 곁에는 아군들이 많다. 재집권에 성공한 2012년부터 지금까지, 아베 내각에는 일본회의 국회의원간담회 소속 인물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현재 4기 내각의 경우, 총리를 포함한 전체 스무 명의 각료 중 열다섯 명이 일본회의 국회의원간담회 소속이다. 일본회의가 장악한 내각, 그들이 정책을 결정하는 최전선에서 일본을 움직이고 있다."
 
아베 신조는 2006년부터 1년간 총리를 지낸 뒤, 2012년 총리로 복귀해서 3번 연임했다. 따라서 현재는 제4기 아베 내각이다. 제4기 내각의 각료 20명 중에서 75%인 15명이 일본회의 소속이다. 부총리 아소 다로, 법무대신 야마시타 다카시, 국방대신 이와야 다케시, 문부과학대신 시바야마 마사히코 등이 그들이다.
 
방송에서는 다 소개되지 않았지만, 국회에도 그들의 숫자가 만만치 않다. 아오키 오사무 전 <교도통신> 서울특파원이 쓴 <일본회의의 정체>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참의원·중의원 의원 총 707명 중에서 약 280명이 일본회의 소속이다. 이 정도면, 앞에 나서는 여당이 자유민주당(자민당)이라면 뒤에 숨은 여당은 일본회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MBC 스페셜 > '아베와 일본회의'편 중 한 장면 ⓒ MBC

  
일본회의는 1997년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와 '일본을 지키는 모임'의 합병으로 발족됐다. 이 중에서 '일본을 지키는 모임'은 신도계 종교단체들의 연합체다. 이들 신도계와 더불어 신사본청이 일본회의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 신앙인 신도가 일본회의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신도가 단순히 자금줄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념 제공자도 겸하고 있다. 돈을 대면서 자기 이념을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생장의집(生長の家, 세이초노이에)'이라는 신도계 종교가 이 방면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매춘 관광국" 발언한 인물도 생장의집 출신

교인 숫자가 300만을 넘은 적도 있는 생장의집은 1930년 다니구치 마사하루가 창설한 종교로서 천황을 숭배하고 있다. "일본회의의 핵심 회원들 다수가 바로 이 생장의집 열성 회원들의 자녀들"이라고 이날 방송은 말한다. '한국은 매춘 관광국'이라고 발언한 에토 세이이치도 이 종교 출신이다. 그는 아베와 일본회의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생장의집은 일본 군국주의가 보유했던 매우 위험한 본능을 자극하고 있다. 과거에 이루려다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번엔 꼭 이루자며 일본 지도층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에 의한 세계 통일이 바로 그것이다. 방송이 36분을 경과했을 때, 이에 관한 교주 다니구치의 어록이 등장한다.
  

< MBC 스페셜 > '아베와 일본회의'편 중 한 장면 ⓒ MBC

 
"전 세계 인류가 행복하게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려면, 날 때부터 신이 지도자로 정한 일본 황실이 세계를 통일해야 한다."
 
일본회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단위조직인 생장의집이 '천황이 세계를 통일해야 한다'는 이념을 퍼트리고 있는 것이다. 생장의집의 그 같은 부추김은, 과거 일본이 본격적 대륙 침략에 앞서 국가전략으로 채택한 1927년의 다나카 상주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다나카 기이치 총리(재임 1927~1929년)가 지금 일왕(천황)의 할아버지인 히로히토에게 올린 그 상소문에는 "우리가 장래에 중국을 정복하고자 한다면 먼저 만주와 몽골을 정복해야 하며, 세계를 정복하고자 한다면 먼저 중국을 정복해야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 상소문이 나온 지 4년 뒤 일본은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만주를 차지했다. 생장의집 교주가 퍼트린 동일한 이념이 일본회의를 통해 아베 신조 내각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미가요' 합창하는 일본 유치원생들, 그리고...

그런 이념이 일본회의 일선 회원들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일본회의 소속인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방송에서는 아베 내각으로부터 특혜 지원을 받은 가고이케 이사장이 유치원 아이들을 지도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 MBC 스페셜 > '아베와 일본회의'편 중 한 장면 ⓒ MBC

 
방송에 등장한 유치원생들은 청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마치 자위대 대원이나 된 것처럼 일사불란하고 우렁차게 <기미가요>를 목청껏 부른다. "임금님의 치세는 천대에 걸친 대에,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서 이끼가 낄 때까지"라며 일왕의 천년·만년 통치를 찬양하는 노래가 유치원생들한테서 단체로 울려퍼진다. 미래의 아베 신조들을 미리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뿐 아니다. 일본회의 회원들은 군국주의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도 강행해야 한다고 외치고, 군사대국화도 거침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외친다. 방송이 40분 경과했을 때 등장하는 아베 신조의 핵심 브레인, 시마다 요이치 후쿠이현립대 교수의 강변에서도 그들의 열망을 읽을 수 있다.
 
개헌을 통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마다 교수는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이 위험하다면, 한국 역시 위험한 게 아니냐?'는 논리를 편다. 한국은 헌법 상으로 국군의 존재를 명기하고 있으니, 일본군을 일본 헌법에 명기하는 게 위험하다면 한국도 위험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일본이 헌법을 개정해서 말도 안 되게 위험한 나라가 된다면, 이미 한국은 말도 안 되는 나라가 된 거예요."
 
일본회의는 패망 이전으로 되돌아가 거침없는 대외팽창을 추진하자고 호소한다. 일본이 이웃나라들을 침략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며 그것에 개의치도 않는다.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아름다운 일본'이다.
 
그런 우익단체가 지금의 일본을 이끌어가고 있다. 종교단체인지 정치단체인지 헷갈릴 정도로 신념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들이 일본 국회를 장악하고 내각까지 장악했다. 그리고 방송에서 언급된 대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도 그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어두운 그림자가 점점 짙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 MBC 스페셜 > '아베와 일본회의'편 중 한 장면 ⓒ MBC

 
일본회의 일본우익 아베신조 일본우경화 생장의집
댓글2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