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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안 마시고 몇 시간 동안..." 서예지가 만든 결과물

[인터뷰] 광기 어린 신인 감독부터 귀신 역할까지... "<암전> 소중한 작품"

19.08.12 19:03최종업데이트19.08.1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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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예지가 공포영화 <암전>으로 관객과 만난다. ⓒ 킹 엔터테인먼트

  
앳된 인상에 저음의 목소리. 분명 서예지는 보이는 이미지보다 깊고 넓은 매력을 지녔다. 그런 그가 공포 장르와 만난다면? 아마 <암전>은 장르적 재미와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에 관심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다.

겉모습(?)과 달리 최근 서예지는 유독 무겁고 다소 어두운 작품에 몸을 던졌다. "작품 찍을 때 매번 가위에 눌린다"면서도 현장에선 꿋꿋했다. 드라마 <구해줘>에서 방언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그는 영화 <암전>에선 데뷔 욕망으로 가득한 신인 공포 영화감독 미정 역을 맡았다. 끔찍한 사연이 깃든 한 공포영화를 훔쳐 달아나고자 하는 과정에서 미정의 욕망이 광기가 되고, 영화는 그 변화를 공포 장르로 풀어냈다.

"영화 보고 눈물 핑..."

<암전>은 김진원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영화 속 미정이 바로 감독의 과거를 투영한 캐릭터로 볼 수 있다. 서예지는 "일단 전 감독님부터 연구했다"고 몰입 과정을 설명했다.

"직접 뵙고 보니 캐릭터를 깊이 생각하고 계시더라. 해야겠다 싶었다. 보통은 감독님께서 배우를 궁금해하기 마련인데 제가 질문을 많이 했다. 귀신에 왜 관심이 많은지, 공포 장르 영화를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등. 워낙 공포에 애정이 많으시더라. 사실 저도 공포, 스릴러를 좋아한다. 굳이 따지면 귀신 이야기보단 스릴러 쪽이지만, VOD로 많이 소장하고 있다. 샤를리즈 테론의 <몬스터>, <오펀> 시리즈, <더 넌> 등을 좋아한다. 스릴러 영화로 많이 배우는 것 같다. 연기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그렇게 파고 또 파서 탄생한 미정이라는 인물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두꺼운 렌즈의 안경을 쓴다. 실제로 시력이 매우 안 좋은 서예지는 안경 렌즈에 도수를 넣어 쓰고 벗기를 반복했고, 일상에서 렌즈마저 끼지 않기에 사물을 불분명하게 인식하는 모습 또한 반영했다. 물론 미정처럼 무언가를 광기를 느낄 정도로 욕망해 본 적은 없다지만, 영화에서만큼은 실존하는 인물로 보일 법하다. 영화에서 뛰고 넘어지고 구르는 장면 대부분도 서예지가 대역 없이 소화했다고 한다. 

게다가 촬영 스태프를 한 명 한 명 헤치려는 귀신 역시 서예지가 직접 목소리 연기로 표현했다. "광기와 비틀린 열망을 지닌 귀신인 만큼 미정의 목소리와 비슷해야 할 것 같다"는 감독 제안을 받아들인 결과물이었다.

"귀신 소리 녹음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임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기괴한 소리를 감독님이 원하셨는데 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임하면 뭔가 기계적 목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였다. 스스로 내 목을 조르며 몇 시간 동안 물도 안 마신 채 녹음했다. 사실 실제의 전 남을 해하면서까지 비틀린 욕망을 가져 본 적은 없다(웃음). 연기 말고는, 못하는 게 있으면 금방 포기하는 편이다.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는 편이랄까. 자주 가는 카페에서 신메뉴가 나와도 늘 먹던 것만 먹는다." 

너무 몰입한 나머지 체력이 떨어져 숙소에서 다리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후반부 미정이 귀신에게 해를 입는 부분을 다리로 수정하자고 서예지가 직접 제안했다는 후문. 그런 고생이 뭉친 결과라서일까. 지난 8일 언론 시사에서 영화를 본 서예지는 "눈물이 핑 돌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암전> 스틸컷 ⓒ TCO(주)더콘텐츠온

 

<암전> 스틸컷 ⓒ TCO(주)더콘텐츠온


"연기 위해 이렇게 돌아왔구나 싶어"

이런 몰입이 서예지가 배우로서 지닌 장점 중 하나다. 스스로 괴롭히는 것 같이 보이면서도 작품 면에선 그만큼 실재감이 담기기 때문. 최근 이런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을 하느라 실제로 가위도 많이 눌린다던 그는 "그런 데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 또한 다음 작품을 만나는 것"이라 말했다.

"제가 밖에 잘 나가질 않는다. 그게 편해서라기보단 언제부턴가 그렇게 된 것 같다. 집에서 영화도 보고, 커피도 좋아한다. 그러다 어느 날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아깝다는 생각에 울기도 했다. 그래서 최근엔 천연비누를 만들고 있다. 워낙 제가 민낯에 있는 그대로를 좋아하기도 해서. 비누 역시 천연으로 만드는 중이다. 사실 여행을 너무 좋아하고 가고 싶긴 한데 때를 자꾸 놓친다. <암전> 촬영이 끝나고 바로 <양자물리학>을 했고, 또 바로 <내일의 기억>을 찍는다. 재작년에 스태프들과 함께 태국에 일부러 다녀왔는데 참 좋았다. 제가 또 일 욕심도 많아서 이때 아니면 언제 하나 싶다. 못 쉴 바에 열심히 하자는 주의다."

이제 데뷔 7년 차. tvN 시트콤 <감자별 2013QR3>로 데뷔할 당시 서예지로부터 지금까지 스스에 대해 많이 생각하며 작품을 쌓아왔다. 최근에 장르물을 연달아 소화해 다소 무거운 이미지가 있지만 이 역시 그의 선택이다. 스페인 유학 후 몇 번의 캐스팅 제안을 거절한 그가 이렇게 연기자로서 당당하게 서 있는 것 또한 뚝심의 결과이지 않을까. 

"당시엔 원체 (연예계 쪽) 생각이 없었기에 거절을 했다가 사람이 또 반복된 말을 들으면 호기심이 생기지 않나. 그렇게 시작하면서 마음이 생긴 것 같다. 그렇게 연기자 길로 들어섰다. 많은 기자분들이 제가 배우를 안 했다면 뭘 했을지 물으시는데 그때마다 뭐라 답하기가 참 어렵다. 아나운서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조금은 과장이다. 20대 들어 하고 싶었던 일 중에 하나였을 뿐이다.

<감자별>을 하면서 '아, 내가 연기하려고 그 길을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이유도 그 자체가 쉬운 게 아닌, 고민을 거듭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제 경우엔 연기할 때 즐거움을 느끼기보다는 해당 장면을 마치고 나서 감독님과 모니터를 볼 때, 스태프들에게 칭찬받을 때 희열을 느끼는 편이다. 제 안에 있는 여러 자아를 드러내는 것, 그 자체에 연기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저음 목소리 또한 20대엔 저와 좀 잘 안 맞는 느낌이었다면, 30이 되고 나니 조금씩 어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체력 키우키, 그리고 보다 폭넓은 연기 보이기. 서예지가 현재 원하는 것들이다. 일단 <암전>을 통해 그간 서예지가 보이지 않았던 다양한 표정과 캐릭터 연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큰 영화들 틈에서 이런 영화, 귀엽잖나. 개봉하면 저도 일반 관객 분들 틈에서 또 볼 것"이라며 웃으며 그가 응원을 부탁했다.
 

"제 안에 있는 여러 자아를 드러내는 것, 그 자체에 연기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 킹 엔터테인먼트

 
서예지 진선규 암전 공포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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