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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군 최초 승리의 역사가 준 잊지 말아야 할 메시지

[리뷰] 영화 <봉오동 전투>

19.08.09 11:56최종업데이트19.08.0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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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오동 전투> 포스터 ⓒ 쇼박스

 
위로는 중국, 아래로는 일본. 지리적으로 중간에 위치한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전쟁에 시름하는 땅이었다. 매번 찢기고 밟힌 수탈의 역사 중 몇 안 되는 승리의 역사도 있었으니, 만주 봉오동 일대에서 벌어진 독립군 최초의 승리 '봉오동 전투'도 그 중 하나다.

'봉오동 전투'는 '청산리 대첩'의 시발점이자 영향을 준 사건이지만 역사에선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암살> <밀정> 등 독립투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재조명된 역사의 한 페이지이기도 하다.

최근 악화된 한일 정세와 더불어 짚고 넘어가야 할 메시지를 <봉오동 전투>에서 살펴본다.

선악구도, 이분법 논리는 자중해야..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컷 ⓒ 쇼박스


영화 <봉오동 전투>는 '독립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배경은 1920년 6월로, 1919년 3.1운동으로 저항과 독립운동이 거세진 이후다. 어제 농사짓던 인물이 오늘의 독립군이 될 수 있던 급변의 시대였다. <봉오동 전투>는 못 배우고 가지지 못했어도, 기록되지 아니했어도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름 모를 사람들의 이야기다.

봉오동 전투를 스크린에 최초로 구현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어려움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이미 알고 있는 결과를 위해 과장되고 소모되는 장면들이 반복되는 까닭에 다소 불편하기도 했다.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컷 ⓒ 쇼박스

 
극명하게 보이는 선악구도의 쾌감은 초반 몇 분까지만 유효했다. 보는 내내 독립군은 영웅, 일본군은 악당이기 때문에 무찔러야 하는 미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 민족의 상징이기도 한 호랑이를 해체하는 장면은 우리의 정신과 언어, 몸까지 모두 찢어 놓겠다는 일종의 선포처럼 보였다. 그 이후로도 일제는 사악하고, 표독스러우며, 치사하고, 간사한 캐릭터로 묘사된다.

반면 독립군과 농민은 정의롭고 마음 따뜻하며, 내 목숨보다 타인의 목숨을 걱정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연민과 감동을 위한 영화적 장치겠지만, 노골적으로 그려진 이분법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아베 신조가 잘못 하고 있지 일본인 전체가 문제가 아님을 상기해보는 것과 같다.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판결에 대해 일본이 수출 규제 보복을 한 것에 대해 섣부른 반일 감정으로 대응하기 보다,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해야 할 이유다.

대한민국이 다시 똘똘 뭉칠 수 있을까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컷 ⓒ 쇼박스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과 대한국민회군, 대한군무도독부군, 대한신민당, 대한독립군 등이 연합한 전투다. 삿갓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지형의 골짜기로 유인해 지형지물을 이용한 총공격을 펼쳐 대승을 거두었다. 결과 일본군은 전사자 157명, 부상자 300여 명으로 망가졌지만 독립군은 전사자 4명, 부상자 2명뿐이었다.

봉오동 전투에 참여한 사람 중에는 군인이 아닌 사람이 있었다. 나라 빼앗긴 설움이 신분이나 부의 차이를 떠나 쟁기 던지고 누구나 독립군으로 이끌던 시대다. 이들은 부끄럽게 살지 말자 했다.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깃털처럼 가볍다고 무기에 새겼다. 차별과 선 긋기보다 갖추어야 하는 자질이 있었다. 바로 지켜야 하는 신념 하나로 똘똘 뭉친 의리와 정신이다. 봉오동 전투는 3.1 운동 직후 자금난으로 분열 위기에 놓였던 독립군을 다시 봉합한 일화기도 하다. 이 기세를 몰아 이후 청산리 대첩에서도 승리를 이어갔다.

100여 년 전 봉오동 전투는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한 전투에서 거둔 최초의 승리였다. 이를 통해 독립군의 사기는 더욱 커졌으며, 계란으로 바위를 깨트릴 수 있음을 몸소 깨닫는 계기가 된다. 잘잘못을 따지고, 우리편 네 편을 가르기에 바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신은 봉오동에서 함께 울고 웃던 민중의 힘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장혜령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봉오동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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