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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가 보인 새로운 재미... 이런 재난영화도 있었다

관객 환호하게 한 한국 재난영화 5편

19.07.28 17:17최종업데이트19.07.2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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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개봉을 앞둔 <엑시트>는 대학교 산악 동아리 에이스 출신이지만 취업 실패로 눈칫밥만 먹는 용남(조정석)이 도심 전체가 유독가스로 뒤덮인 일대혼란 상황에서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와 함께 탈출을 향한 기지를 발휘한다는 내용의 재난 영화다.

한때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재난영화는 특유의 스펙타클한 규모 때문에 시도하기 힘든 장르로 여겨졌으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기사에서는 재미와 감동을 장착한 한국 재난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타워> 스틸컷 ⓒ CJ ENM

 
 
<타워>
 
2012년 개봉한 <타워>는 초고층 빌딩과 화재 사건을 바탕으로 블록버스터 요소를 한국영화에 재현시킨 작품이다. 108층에 달하는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타워스카이에서 갑자기 화재사건이 발생하고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로 즐거움을 맛보고 있던 이들은 위기의 상황을 겪게 된다. 타워스카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스펙타클한 규모와 스릴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이는 이 작품의 큰 힘은 탄탄한 드라마에 있다 할 수 있다.
 
시설관리 팀장 대호(김상경)가 연정을 품고 있는 푸드몰 매니저 윤희(손예진)와 사랑하는 딸 하나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장면이나 결혼 후 처음 아내와 데이트 약속을 한 소방대장 영기(설경구)가 불꽃이 휘몰아치는 빌딩 안에서 사랑으로 또 책임감으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장면은 큰 감동을 준다. 
 

<터널> 스틸컷 ⓒ (주)쇼박스

 
 
<터널>
 
2016년 개봉한 <터널>은 밀폐된 공간을 배경으로 사회적인 메시지와 긴장감, 감동과 웃음을 모두 사로잡은 영화라 할 수 있다. 자동차 영업대리점 과장 정수(하정우)가 갑자기 무너져 내린 터널 안에 홀로 갇혀 구조를 기다리는 내용을 담아낸 이 작품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터널이라는 공간과 식량과 물, 정신적인 한계로 고통을 겪는 정수의 모습을 통해 긴장감을 유발해낸다. 여기에 정수와 터널에 갇힌 강아지의 묘한 케미는 예기치 못한 웃음을 선사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이다. 터널 밖에서 생명이 아닌 사회적, 정치적 이유로 구조를 미루는 이들의 모습은 한국 사회가 재난 사건에서 보여준 매커니즘의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한다. 동시에 무거운 메시지나 지나친 신파에 짓눌러 영화가 주는 재미가 반감되지 않게 재난영화의 장점을 적재적소에 보여주며 흥미롭게 극을 이끌어 나가는 유연함을 보여준다.

 

<부산행> 스틸컷 ⓒ (주)NEW

 
 
<부산행>
 
2016년 한 편의 영화가 전 세계에 대한민국 영화를 알리는 쾌거를 이뤄냈다.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의 연상호 감독이 처음 시도한 실사 영화 <부산행>은 대한민국에 퍼진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 거대한 재난을 다룬 좀비영화로 기존 좀비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장면과 스펙타클한 액션으로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 작품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때문에 긴급재난경보령이 선포된 가운데 유일하게 안전한 도시인 부산까지 가기 위해 열차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좀비물의 스릴감과 긴장감이 열차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더 강렬해진 건 물론이고 재난영화가 지닌 절망과 희망의 양면성이 드라마를 더욱 응집력 있게 만든다. 대한민국 사람들 다수가 좀비로 변해버린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인 좀비와 맞서 싸우는 주인공들 모습은 감정적인 격화와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에 생존을 위해 잔혹하고 무자비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 내면이 지닌 악을 조명한다.
 
<부산행>이 지닌 최고의 강점이라면 단연 좀비와 맨주먹으로 싸우는 상화 역 마동석의 존재감일 것이다. 기존 좀비물이 강력한 무기로 좀비를 공격하거나 그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도망치는 모습만을 조명한 반면 강인한 육체로 좀비를 때려잡는 마동석의 모습은 기존 좀비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하면서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해운대> 스틸컷 ⓒ (주)NEW

 
 
<해운대>
 
2009년 개봉한 <해운대>는 웰메이드 영화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작품이다. 재난영화가 주는 쾌감이나 긴장감보다는 드라마적 서사에 중점을 두지만 이 서사 역시 각 인물들 사이를 연결하는 연결점이 부족하고 각각의 이야기가 신파로 빠진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쓰나미가 닥치기 전 전반부는 지루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기존 재난영화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구조를 택하며 익숙하지만 유효한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과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한 번쯤은 볼 만한 한국 재난영화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휴양지인 해운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2004년 엄청난 사상자를 낸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비슷한 규모의 쓰나미가 도시를 덮치며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다루고 있다. 각자의 드라마를 써 내려가고 있던 인물들은 갑작스러운 쓰나미에 서로를 지켜야만 하는 위기에 내몰리게 되고 고통과 아픔 속 희생과 구원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담아내며 비록 신파의 향기가 강하지만 기어코 눈물을 뽑아내고야 마는 감동을 선사한다.
 
<해운대>는 재난영화의 매력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전반부 코믹 요소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1번가의 기적>, <낭만자객>, <두사부일체> 등에서 선보였던 윤제균 감독의 코믹과 로맨스를 섞은 드라마가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반부 쓰나미가 해운대를 덮치는 스펙타클한 장면과 위기 속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재난영화가 지닌 익숙하지만 긴장감과 감동을 동시에 갖춘 재미를 선사한다.
 
 

<더 테러 라이브>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더 테러 라이브>

 
2013년 개봉한 <더 테러 라이브>는 스펙타클한 규모나 인물들이 엮어 서사가 주는 감동을 지닌 재난영화의 특성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방송국 안, 앵커가 앉아있는 생방송 공간만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며 극도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생방송을 진행하던 앵커 윤영화(하정우)는 장난전화라 여겼던 신원미상의 협박전화로 마포대교가 폭발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뒤 인질이 되어 테러범과의 통화를 독점 생중계하기에 이른다.
 
화면은 오직 테러범에 의해 함부로 자리를 뜰 수 없는 앵커만을 비추지만 그 밖에서는 대규모 테러 사건을 통해 재난상황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시각적으로는 제한된 공간을 지니지만 시각 밖에서 더 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독특한 형태다. 윤영화 역을 맡은 배우 하정우의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는 물론이고 연출은 규모가 아닌 탄탄한 서사와 독특한 형식을 바탕으로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 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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