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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 최무성이 '그 브랜드' 입지 않게 된 계기

[인터뷰] SBS 드라마 <녹두꽃> 전봉준 역 맡은 배우 최무성

19.07.24 16:30최종업데이트19.07.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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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무성 인터뷰 사진 ⓒ 이매진아시아

 
"개인적으로는 출연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만한 작품이었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녹두꽃>에 대해 최무성은 이렇게 평했다. <녹두꽃>은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다룬 작품. 최무성은 동학농민항쟁을 이끈 민초의 영웅 전봉준으로 분해 시대를 고뇌하는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동학농민운동과 전봉준을 재조명한 <녹두꽃>은 시청률 면에서는 다소 고전했지만 작품성에서만큼은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얻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최무성은 "(호평을 받은 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부족함 없이 최대한 (자원을) 동원하려 했다. 배우도 스태프도 '의미있는 작품이니까 잘 만들어보자'는 그런 의기투합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전봉준' 최무성이 사투리 쓰지 않은 이유
 

배우 최무성 인터뷰 사진 ⓒ 이매진아시아

 
역사에 실존하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배우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더구나 전봉준은 그간 영화, 드라마에서 거의 다뤄진 적 없는 인물이기에 최무성의 연기가 곧 전봉준에 대한 이미지로 굳어질 수도 있었다. 최무성 역시 그 점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봉준의) 체격도 나와 달랐고 실존 인물이니까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작가님이 '괜찮다'고 해주시더라. 거대한 인물의 영혼을 헤아리기 어렵다고도 생각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인데 부담이 됐다. 그런데 (작가님이) 내가 대사와 상황을 어떻게 소화할까 하는 고민만 하면 되게끔 잘 써주셨다. 촌철살인의 글이 좋았기 때문에 (작가님께) 의지하면서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전봉준은 전라북도 고부군(현 정읍시 일원) 출생의 인물이지만 극중에서 최무성은 사투리를 거의 쓰지 않았다. 백이강(조정석 분)을 포함한 다른 인물들이 진한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한 것과는 다른 선택이었다. 최무성은 그 이유에 대해 '보편성'을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작가님이 (사투리로) 고민을 많이 하신 것으로 안다. 부분적으로 쓴 적은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표준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물론 나는 작가님의 속을 다 알 수 없고 왜 '저만 서울말 씁니까'라고 묻지도 않았다. 내 판단은 전봉준을 시청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이해시키고 싶어서였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심에서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이니까 보편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방송 볼 때 댓글을 자주 확인했는데 '왜 전봉준은 사투리를 안 쓰냐'는 반응은 없더라. 이심전심으로 통한 것 같다."

최근 한일 간 무역 갈등이 불거지면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일본 제품 보이콧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녹두꽃>에서도 동학혁명을 진압하기 위해 일본군이 들이닥치고, 농민군은 이에 저항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를 두고 시의적절했다며 드라마를 호평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최무성도 그러한 반응들을 알고 있었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고.

"사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논란 이후 나는 '그 브랜드'를 입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과 다르게 연기할 때는 '왜 이 작품을 만드는지'에만 집중했다. 드라마와 제가 현실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그걸 생각하고 연기하지는 않았다. 민초들이 뭉쳐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전봉준은 그들과 함께하는 인물이었다. 그게 가장 중요했고 그런 점이 시청자에게 잘 전달되기만을 바랐다."

결국 사람과 삶에 대한 이야기인 <녹두꽃>
 

배우 최무성 인터뷰 사진 ⓒ 이매진아시아

 
최무성은 극중에서 결국 자결을 택한 백이현(윤시윤 분)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앞서 신경수 감독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신을 언급하며 "우리 민족과 역사를 향해 큰 잘못을 하고도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는 친일파들이 자각했으면 좋겠고, 청산되지 못해 반복되는 역사에 대해서도 (우리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감독님 말도 맞지만, 배우로서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백이현은 친일파를 떠나, 자기만의 이상이 있었던 똑똑한 친구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부딪히고 갈피를 못 잡았던 것 같다. 마지막에 (백)이현이 전봉준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지 않나. 지문에 나는 '묵묵부답'이라고 돼 있었다. 백이현은 결국 악인이 됐지만 그 장면 연기하면서 안타깝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마음이 아팠다."

최무성은 <녹두꽃>이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가 전봉준으로 분해 이 드라마에 임했던 자세도 그러했다. 그는 "우리 드라마는 '사람이 어떻게 사는 게 옳은가'에 대한 이야기다. 전봉준은 위인이나 영웅, 개혁자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잘 살아보자는 얘기를 하는 인물이다. 작가님이 (작품에서) 백이강, 백이현을 내세운 이유도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인물은 극명하게 상반된 길을 걷지만 둘 다 어떻게 사는 게 옳은지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도) 호응을 얻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대에서 자극받고 스스로 반성할 때도 있다"
 

배우 최무성 인터뷰 사진 ⓒ 이매진아시아

 
드라마는 끝났지만 이후에도 그는 영화 <뜨거운 피> 촬영으로 계속 바쁠 예정이다. <뜨거운 피>는 소설 <고래> <고령화 가족> 등을 통해 풍부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준 천명관 작가의 첫 감독 데뷔작. 현장에서 감독으로서의 천명관은 어떤지에 대해 물어보자 최무성은 "그냥 수더분한 아저씨"라면서도 "예민함, 관찰력, 내공 등 작가로서 존경할 만한 부분이 있는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그는 <뜨거운 피>에 대해 살짝 귀띔해주기도 했다. 이번에도 '사람'과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작가로서 예민함, 관찰력, 내공을 다 갖고 있는데 그걸 연출적으로 풀고 있다. <뜨거운 피>를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글이 좋아서였다. 조직폭력배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사람 이야기가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조폭이지만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말로는 쉽지만 표현하기는 어렵지 않나. 연기자가 고민하는 것도 그래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표현해야 하는데, <뜨거운 피>를 보면 그게 보인다."

영화, 드라마 연기로 바쁜 와중에도 그는 연극 무대를 잊지 않는 부지런한 연출가이도 하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택이 아빠'로 깊은 인상을 남긴 이후에도 그는 <사람을 찾습니다> <변호사 바이론> <부정> 등을 꾸준히 무대에 올렸다. 그에겐 끊임없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 역시 '무대'라고. 

"일인 것 같지만 내게는 (연극 연출이) 휴식이기도 하다. (매체와)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기도 하고, 무대에서 자극받고 스스로 반성할 때도 있다. 내가 연극에서부터 시작했으니까 여기서 자극을 받아서 계속 일하고, 그런 선순환이 좋은 것 같다. 시간을 어떻게든 짜내서 내년에는 연출을 한 작품 하려고 한다."
최무성 녹두꽃 전봉준 동학농민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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