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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관련자 주요 보직 임명에, 문화예술계 화났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문체부에 해명 요구... "본부 발령 아닌 소속기관 발령"

19.07.16 18:45최종업데이트19.07.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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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화체율관광부 장관 ⓒ 문체부

 
문화체육관광부는 블랙리스트 문제를 어물쩍 넘기려 하는 것일까?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체부)가 최근 블랙리스트 수사의뢰 대상자들을 인사발령한 데 대해 문화예술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블랙리스트 피해단체들의 연합체인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15일 비판 논평을 통해 인사발령에 대한 문체부의 해명을 요구했다.

문체부는 최근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앞서 블랙리스트 실행자로 지목을 받아 수사 의뢰 대상자에 이름을 올린 인물을 주요 보직에 임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인사발령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체부 측은 "당사자들이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공개를 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블랙리스트 적폐 청산을 위해서 싸워온 우리로서는 이러한 인사 발령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라며 "문체부가 수사의뢰 대상자들을 소속 기관에 발령내면서 이들의 명단을 언론 보도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당사자가 원하지 않았다는 변명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인사 발령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에 대한 인사는 지난 8일 박양우 장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과정에서 드러났다. 박 장관은 "문체부 본부 발령은 하지 말라는 의견에 따라 문체부 소속기관으로 발령을 낸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문체부가 이들에 대한 수사의뢰를 단행하고 불기소처분 시 중징계 의뢰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불과 반 년 전 일인데, 이들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재, 소속 기관에 발령을 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을 기관장 혹은 상급자로 만나야 하는 소속 기관 직원들, 해당 분야 예술인들과 시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며 "문체부는 이에 대하여 정당한 해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고, 우리는 그러한 해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만약 문체부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다시는 블랙리스트 사태를 반복하지 않고 조직문화를 혁신하겠다는 문체부의 '약속'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며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지속해 왔던 우리로서는 문체부가 과거로 돌아가려는 징후에 대하여 강력하게 문제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라고 덧붙였다.

산하기관으로 발령난 블랙리스트 관련자들, 왜...
 

2017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블랙리스트 규탄 시위를 벌이는 문화예술인들 ⓒ 성하훈

 
이번에 산하기관에 인사발령이 난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은 해외문화원장 등으로 재직했던 이들로 수사의뢰 대상자에 이름을 올린 인물들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용아무개 전 런던한국문화원장은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자료운영부장으로, 김아무개 전 LA 한국문화원장은 국립한글박물관장으로, 김아무개 전 러시아 한국문화원장은 해외문화홍보원 해외문화홍보기획관으로 발령이 났다고 문체부 측은 밝혔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펴낸 백서에 따르면 용아무개 부장은 국립국악원 기회운영단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10월 기획공연 예정이었던 <소월산천>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박근형 연출가가 협업한다는 사실을 문제삼아 공연 변경 또는 취소를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14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블랙리스트 실행을 지원하고 심사제도 개편 때도 정치적 성향을 기준으로 하는 배제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배제 대상자들을 책임 심의위원에서 제외할 것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아무개 원장 역시 박근혜 정권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청와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를 문체부에 전달했다. 법령상 의무가 없는 일을 한 것으로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김아무개 해외문화홍보기획관은 문체부에서 과장으로 재직하면서 공모사업에 블랙리스트 대상자 탈락시키고 특정 도서에 대한 지원 배제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부당한 개입을 하는 등, 출판계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이익 당한 사람들은 힘겹게 지내는데..."   
 

▲ 문화예술인 대행진 '블랙리스트 블랙라스트' 2018년 11월 3일 진행된 적폐청산과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2018문화예술인 대행진 - 블랙리스드 블랙라스트(Blacklist Blacklast)’ 행사 모습. ⓒ 권우성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박양우 장관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지난해 말 블랙리스트 제도개선안 등 기본적인 내용은 다 발표했고 현재 그 과제들을 이행하고 있다"면서 "남아 있는 과제들을 이행해나갈 것이다"라며 현재진행형이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인사로 인해 문체부에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 의지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서 박양우 장관 내정 당시 일각에선 그가 전형적인 문체부 관료 출신 인사로서 블랙리스트 사안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거란 우려가 있었다.

당시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 후속 대응에 기여했다'는 청와대의 박양우 장관 내정 사유에 반박하면서 "새 정부 출범 전후, 박양우 내정자가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 과정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바가 전혀 없는데도, 블랙리스트 사태 후속대처 관련 활동을 허위로 치장, 공적으로 이용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영화계도 이번 인사가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한 장관의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준다는 비판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는 "(블랙리스트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으니)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렸다가 대충 넘어가려고 한 것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저들로 인해 불이익을 당한 사람들은 그 부채를 개인이 안고 힘겹게 지내는데, 정작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들은 어떤 처벌이나 불이익도 전혀 받질 않는 현실이 답답하다"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블랙리스트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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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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