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중년 남성들이 모여 수중발레를...? 뻔하지 않은 이 영화

[리뷰]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위기의 중년 남자들이 찾은 희망

19.07.13 18:30최종업데이트19.07.13 18:30
원고료로 응원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포스터 ⓒ (주)엣나인필름


직장을 잃고 우울증까지 앓으면서 아내, 아이들과 소원해진 2년 차 백수 베르트랑(마티유 아말릭 분)은 우연히 수영장에서 남자 수중발레 팀원을 모집하는 광고를 본다. 무기력증을 극복하고자 남자 수중발레 팀에 지원한 베르트랑은 그곳에서 각양각색의 걱정을 안고 사는 중년의 남자들을 만난다.

로랑(기욤 까네 분)은 사업엔 성공했지만, 아내에게 버림을 받은 신세다. 마퀴스(브누와 뽀엘부르드 분)는 자신의 회사가 망할 위기에 처한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시몽(장 위그 잉글라드 분)은 아직 가수의 꿈을 버리지 못한 채로 식당에서 일한다. 코치인 델핀(버지니아 에파라 분)은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있다. 남들의 조롱을 받던 이들은 인생의 금메달을 꿈꾸며 수중발레 세계선수권 대회에 도전장을 던진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위기의 중년 남자들이 삶의 희망을 되찾고자 수중발레 대회에 나가는 도전기를 그린다. 프랑스 개봉 당시 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2018년 전체 박스오피스 6위를 기록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작품성도 인정받아 2018년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었고, 제44회 세자르영화제에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중년 남성들이 뭉쳐 세계선수권 대회에 도전한다는 소재는 스웨덴의 남자 수중발레 팀의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한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질 를르슈 감독은 "개인주의적인 경쟁 속에서 잊고 있던 공동체적인 것과 힘을 내게 하는 원동력, 그리고 노력의 소중함을 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한다.

질 를르슈 감독이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의 첫 대본을 쓴 건 2010년경이었다. 자신의 세대의 사람들, 나아가 프랑스 사회에서 느껴지는 권태감 혹은 잠재적인 우울증 같은 것을 탐구하고 싶었던 질 를르슈 감독은 배우로 출연한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여한 알코올 중독자 익명 모임에서 공동체적 나눔의 분위기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무언가 나눌 수 있는 모임이란 콘셉트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후 스웨덴 남성들 한 무리가 수중발레를 하는 다큐멘터리를 접한 다음에 지금의 형태로 다듬어졌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가족과 불화, 직장 내 문제, 주위의 무시, 불투명한 미래 등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한 중년 남성들이 팀을 결성하며 희망을 되찾는다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의 설정 자체는 참신하지 않다. 많은 스포츠 영화들이 써먹던 '루저들의 반란'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전개 역시 익숙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합지졸들이 팀을 결성하고, 모래알 같았던 팀이 어떤 사건으로 마음을 합하며 혹독한 훈련으로 거듭난 다음에 대회에서 성과를 보여준다는 스포츠 영화의 흔한 문법에 충실하다. 절망에 빠진 아버지의 색다른 도전에선 <풀 몬티>(2009)를 참고한 혐의가 짙다.

그렇다면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뻔한 복제품에 불과할까? 그렇진 않다. 영화는 몇 가지 방법으로 진부함을 탈피한다. 중년 남성들이 도전하는 목표가 여성의 스포츠로 여겨지는 '수중발레'인 점부터 눈길을 끈다. 처진 뱃살과 털이 수북한 중년 남성들이 수중발레를 하는 장면은 비슷한 소재를 다룬 <워터 보이즈>(2001)와 다른 재미를 전한다. 수영복만 입은 중년 남성들에겐 자신의 모든 걸 드러내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10명 이상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앙상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인물 하나하나를 허투루 다루지 않는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각자의 삶과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또한, 남성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여성 캐릭터의 묘사에도 소홀하지 않다. 영화는 모두를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다.

여성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영화엔 두 명의 여성 코치가 등장한다. 델핀은 시집을 읽어주며 팀원들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반대로 아만다(레일라 벡티 분)는 엄청난 지옥훈련을 통해 팀원들의 몸을 단련시킨다. 내면을 가꿔주는 델핀과 외면을 다져주는 아만다. 팀원들은 이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마치 모성의 공간처럼 느껴지는 수영장 안에서 새로이 태어난다.

영화엔 "네모는 동그란 틀에 절대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확실히 입증했다. 의지만 있으면 동그라미도 네모 틀에 들어갈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란 대사가 나온다. 베르트랑과 친구들은 네모난 수영장에서 수중발레로 원을 만들며 하나가 된다. 그들의 원엔 우정과 사랑의 의미이며 각자의 상처와 주위의 편견을 이겨내는 움직임이다. 영화는 말한다. "다시 일어설 수 있어!"라고. 기분 좋은 메시지다.
질 를르슈 마티유 아말릭 기욤 까네 브누와 뽀엘부르드 버지니아 에파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