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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 털어 앞다퉈 부산으로... 청소년영화제 '비키'의 저력

[현장] 14회 만에 세계 3대 청소년영화제로 성장... 개막식 찾은 이정현에 '눈길'

19.07.10 18:46최종업데이트19.07.1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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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부산 영화의전달에서 열린 14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상화 집행위원장 ⓒ 성하훈

 
"해외에 나가면 아시아 최대의 청소년영화제라고 소개해주고 부러움의 시선을 받는데, 국내에서는 많이 알아주지 않는 게 아쉽습니다."
 
8일 오후 부산 영화의 전당.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약칭 BIKI, 비키) 집행위원장은 해외에서 온 손님들을 맞기에 여념이 없었다. 해외의 주요 영화관계자들이나 영화를 상영하는 감독들에게는 공식초청을 해주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럴 수 없는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청소년영화제 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온 것이다.
 
개막식이 열리는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 앞은 앞두고 해외의 영화제 관계자들과 청소년 영화인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아시아 최대 청소년영화제에 참여한다는 것에 들뜬 마음이 역력했고, 블루카펫을 밟고 입장했다.
 
"영화제에 오라고 비행기 표를 보내 줄 수도 없는데, 알아서 자비로 항공권을 구입해 오니 고마운 마음이 가득할 뿐입니다. 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됐다는 것에 이들이 더 영광스러워하지만요."
 
개막식에서 주목받은 이정현 배우
 
14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가 9일 개막식을 열고 1주일간의 행사에 돌입했다. 아역배우 이지원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은 어른들은 철저히 뒤로 물러선 채 오직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청소년들이 행사를 진행했다. 배우 이지원은 5년째 사회를 맡고 있는 중이다.
 
이날 개막식에는 이지원 배우 외에 역시 청소년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역배우 이레와 오석근 영진위원장,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 이미연 영상물등급위원장 등 주요 영화기관장들이 대거 참석해 14회 개막식을 축하했다.
 

14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을 찾은 배우 이정현과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아역배우들 ⓒ 성하훈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배우 이정현이었다. 영화 촬영 중에 개막식 참석을 위해 서울에서 급히 내려온 이정현은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개막식이 끝난 후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열의를 보였다.
 
같은 작품에 출연 중인 이레 배우를 만난 이정현 배우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는데, 평소 청소년문제 등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쉽지 않은 여건에서도 개막식 참석을 위해 찾은 배우의 열정에 관객들은 큰 박수로 응원을 보냈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측 관계자는 "이정현 배우가 참석 의사를 전해왔고, 못 올 줄 알았는데 참석하는 정성을 보여 줬다"며 "모범적인 배우로 청소년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영화제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인들이나 부산시 관계자의 형식적인 인사도 모두 없애고 오직 사회를 비롯해 심사위원 등을 맡은 것은 청소년들의 자율적 운영을 강화하기 위한 영화제 측의 의지기도 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이안 평론가는 "열네 해 동안 씨 뿌리고 보살펴온 어른들의 수고가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제라고 하면 어린이나 청소년들만 참석하는 행사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를 제외한 전체관람가나 12세 관람가 영화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영화제로 유치원생부터 어른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온 가족 영화제 불리는 게 정확하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와 올해 베를린영화제를 비롯해 해외 영화제를 휩쓸고 다니고 있는 <벌새> 역시 청소년기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교육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에 사회적 의식을 키울 수 있는 영화들을 선별해 놓으면서 교사들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9일 개막식에는 김석준 부산교육감을 비롯한 많은 초중고 교사들이 참석했고, 영화제 기간 중에도 학생들과 함께하는 단체관람이 줄지어 예정돼 있다. 영진위도 학교에서의 영화교육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여기에 가장 잘 부합한 영화제인 셈이다. 
 
14년 만에 세계 3대 청소년영화제로
 

9일 저녁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14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 ⓒ 성하훈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제들은 그리 적지 많은 편이다. 14회를 이어오면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는 이탈리아 지포니영화제와 체코 즐린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우뚝 섰다. 아시아 최대 청소년영화제로 자리매김된 것도 지난 14년 노력의 결과물이다.
 
상영편수가 61개국 176편이라는 점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의 월등한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 3년간 5~6억 정도의 예산으로 영화제를 치러낸 것 자체가 기적으로 평가될 정도다. 올해는 국제영화제 지원기준을 충적해 영진위로부터 처음 지원을 받게 됐으나, 여전히 규모에 비해 지자체 등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한 국제단편영화제는 부실하게 진행됐음에도 이틀간의 행사에 3억 2천만 원을 예산을 써 논란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는 19회를 이어온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지난해 보조금 문제 인해 법적처벌을 받으면서 개최가 무산돼 사실상 문을 닫은 셈이 됐고, 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가 생겨났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일부 영화제들은 경험과 연륜이 짧은 탓인지 부산의 기획이나 아이디어 등을 노골적으로 베낄 정도고, 상영관에 관객이 없어 자원봉사자들로 채운 경우도 봤을 만큼 부실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9일 개막한 14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 성하훈

 
올해 상영작은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월드프리미어 21편, 아시아프리미어 58편, 한국프리미어 44편으로 총 123편이 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인다.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들도 상당수가 포진했다.
 
대표적으로 누군가 자신의 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어린이의 불안을 유머러스하고도 긍정적인 톤으로 그려낸 스웨덴 영화 <수네 vs 수네>,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올랐던 라트비아의 시인 '비즈마 밸셰비차'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빌레>, 혼란한 세상 속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소셜네트워킹 시대의 청소년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스웨덴 영화 <탕탕탕!>은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다.
 
국내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1주일간 영화교육과 함께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국제청소년영화캠프(교장 이현정 감독)'도 10일부터 시작됐는데, 강사로 참여한 김재우씨는 "자신도 10년 전에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를 참여해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다"며 영화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9일 막을 올린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과 북구문화센터에서 개최된다.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영화들도 다수 선보인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비키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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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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