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강남 3구 정치사, 왜 강남은 보수정당을 지지할까

5. 보수를 지지하는 동(洞) vs. 진보를 지지하는 동(洞). 그 변수로서의 '부동산'

등록 2019.08.05 14:55수정 2019.08.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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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들을 통해 서울시 송파구에서 1988년 13대 총선부터 지속적으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동(洞)들을 분류하였다. 이번 편은 현재의 정치구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선거인 2004년 17대 총선 이후 2012년 19대 총선까지의 결과를 분석하여 위의 경향성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동 별로 다른 정치 지지 결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원인을 제시한다.
 

2004년 17대 총선 송파구(갑,을,병) 당선자 ⓒ 선거정보도서관

I. 탄핵 역풍과 보수정당의 위기. 보수정당 우위 송파갑, 송파을은 무너졌을까. 17대 총선.

2004년 실시된 17대 총선은 현재의 정치 지형을 만든 중대선거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17대 총선은 3김 정치가 일선에서 물러난 선거였으며, 이로 인해 지역주의가 약화되기 시작했다. 또한 정당명부비례대표 제도가 실시됨에 따라 비례대표 득표가 중요해졌으며 이로 인해 진보정당이 상수로서 존재하기 시작한 선거가 17대 총선이었다.

17대 총선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선거였다. 이로 인해 17대 총선은 당시 탄핵 추진세력이었던 한나라당에게 매우 불리한 선거로 예측되었다. 특히나 서울에서는 한나라당에 매우 부진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실제로 서울 지역구 전체 48석 중 32석을 열린우리당이 차지했으며 한나라당은 16석을 획득했다. 그러나 송파갑, 송파을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하였다.

17대 총선에서 송파구 지역구들은 원래 진보정당이 강세를 보이던 송파병을 제외하고서라도 송파갑과 송파을 모두 한나라당의 승리를 확언 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송파갑에서 한나라당 맹형규 후보는 풍납1, 방이2, 송파1동에서 진보정당 후보들인 민주당 공보길 후보와 열린우리당 조민 후보 합산 득표율에 비해 약 10% 포인트 차이의 낮은 득표율을 기록 했다. 보수정당이 강세였던 송파갑 지역에서 보수정당인 한나라당 후보가 패배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맹형규 후보는 진보정당 후보들인 민주당 공보길 후보와 열린우리당 조민 후보 합산 득표율에 비해 방이1동에서 약 10% 포인트, 송파2동에서 약 15% 포인트, 잠실4동, 잠실6동에서 약 25% 포인트, 오륜동에서 약 45% 포인트 차이의 압도적 승리를 기반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전국 판세가 진보정당에 유리한 선거였지만 송파갑 지역구에서는 보수정당 강세 동(洞)에서의 큰 승리를 통해 보수정당 후보가 승리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2004년 17대 총선 송파갑, 송파을 선거 결과 ⓒ 중앙선거관리 위원회

송파을의 경우 한나라당 박계동 후보가 승리하였다. 야권의 분열이 송파을 지역구 진보진영의 패착이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각기 공천을 함에 따라 진보정당 후보 표가 분할되었다. 실제로 민주당 박승진 후보와 열린우리당 김영술 후보의 득표 합산은 한나라당 박계동 후보보다 많았다.

이에 더해 한나라당 박계동 후보는 가락2, 잠실5, 잠실7, 문정2동에서 진보진영 후보들을 상대로 대승 거두어 당선될 수 있었다. 실제로 가락2동과 잠실5동에서 한나라당 박계동 후보는 진보진영 후보들에 대해 약 33% 포인트 차이의 대승을 거두었고 잠실7동에서는 약 47% 포인트 차이의 압도적 승리를 가져갔다. 송파갑과 마찬가지로 송파을 지역구 역시 보수정당을 지지하던 동(洞)들의 압도적인 보수정당 지지를 기반으로 보수정당인 한나라당 후보들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이다.
 

2008년 18대 총선 송파구(갑,을,병) 당선자 ⓒ 선거정보도서관

II. 보수정당의 압도적 승리 속의 송파병. 18대 총선.


2008년도에 실시된 18대 총선은 17대 총선과 아예 반대되는 상황 속에서 치러졌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지 반년도 되지 않아 실시된 선거였기에 여당이었던 한나당이 유리한 정세였다. 여기에 서울에서는 뉴타운 광풍까지 일어나 서울에서도 한나라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측되었던 선거였다. 실제로 서울 전체의석 48석 중 한나라당은 40석을 획득했고 통합민주당이 7석, 창조한국당이 1석을 차지했다.
 

2008년 18대 총선 송파병 선거결과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18대 총선 송파구 지역구들에서도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우세가 점쳐졌다. 더 나아가 원래 보수정당을 강하게 지지하던 동(洞)들이 많이 편성된 송파갑과 송파을은 물론이고 송파병에서도 민주당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실제로 송파병에서 민주당의 김성순 후보는 한나라당 이계경 후보를 상대로 약 2% 포인트 차이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두었다. 18대 총선에서 송파병 지역구는 김성순 후보가 마천1, 마천2, 장지동에서의 큰 격차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면, 진보정당 강세 지역구였던 송파병 지역구마저 한나라당에게 내주었을 선거였다.
 

2012년 19대 총선 송파구(갑,을,병) 당선자 ⓒ 선거정보도서관

III. 송파병에서의 보수정당 승리. 19대 총선

2012년에 실시된 19대 총선은 이전 17, 18대 총선과 달리 보수 진보 중 어느 진영이 유리할 것이란 예측이 쉽지 않았던 선거였다. 같은 해 12월에 치러질 18대 대선의 전초전 성격의 선거였기에 양대 거대정당 모두 총력전을 펼쳤고, 주요 대권 잠룡들 간의 경쟁도 치열했기 때문에 어느 한 정당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지 않았다. 

물론 수도권에서는 반 MB 정서가 강했고 이를 기반으로 민주당-통합진보당 후보 단일화 작업도 이루어져 서울에서만큼은 진보정당들이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에 비해 비교 우위를 가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송파구의 경우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보수정당이 강세를 보여온 송파갑, 그리고 최근 치러졌던 선거에서 보수정당이 호성적을 내온 송파을은 보수정당의 패배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선거 결과, 송파갑과 송파을은 보수정당인 새누리당 후보들이 승리하였다. 예상외의 결과는 송파병에서 나타났다. 새누리당 김을동 후보가 51.01%를 얻어 46.03%를 획득한 민주당의 정균환 후보를 상대로 낙승을 거둔 것이었다. 통합민주당과 정통민주당의 후보 득표율을 합산해도 새누리당 김을동 후보의 승리였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던 송파병에서 보수정당이 승리를 거둔 것이다.
 

2012년 19대 총선 송파병 선거결과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체적으로 송파병 소속 동(洞) 대부분에서 새누리당 김을동 후보가 승리했다. 이는 김을동 후보 본인의 인지도와 후보의 가족 중 유명 연예인이 있기에 인지도를 높이는 데 더 유리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조사해볼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진보정당 우세 지역구인 송파병에서의 보수정당 승리는 오히려 특정 동(洞)에서의 보수정당이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데서 그 원인 찾아야 한다. 김을동 후보의 승리는 선거구 내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인 오금동에서 민주당 정균환 후보를 상대로 약 10% 포인트 차이의 큰 격차를 냈다는 데서 이유를 찾는 것이 적절해보인다.

IV. 보수정당 강세 동(洞) 대 진보정당 강세 동(洞). 그 원인으로서의 부동산

지난 연재들을 통해 송파구 내에서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동과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동(洞)이 분명히 존재하며 그 경향성이 꾸준히 지속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보수정당이든 진보정당이든, 특정 동(洞)에서의 압도적 승리가 전체 선거 승리로 이어졌던 사례도 수차례 확인했다. 즉, 특정 동(洞)에서의 높은 지지가 선거 결과를 결정 지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2004년 17대, 2008년 18대, 2012년 19대 총선 동(洞) 별 보수정당 지지율 범례 :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은 주요 동(洞)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의 표는 송파구 동들의 17, 18, 19대 정당명부비례대표 선거에서 기록한 보수정당 지지율을 나타낸 자료이다. 잠실본동을 제외한 잠실동들, 문정2동, 오륜동, 송파2동, 문정1동이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은 동(洞)으로 분류할 수 있다. 비단 위의 3개 선거를 제외하고서라도 지난 연재 속에서 잠실1~7, 오륜, 오금, 문정2, 송파2동은 1988년 13대 총선 이후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지속적으로 보수정당이 강세를 보였던 동(洞)들이었다.

그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본 연재는 해당 동(洞)의 부동산 가격에 주목한다. 실제로 다양한 연구에서 재산요인은 투표 행태에 영향을 주고 있음이 지적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부동산은 몇몇 연구들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본 연재는 위의 가설을 수용하여 해당 동(洞)의 부동산 가격, 그 중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해당 동(洞)의 정치적 색채를 결정했다고 가정한다.

즉, 동(洞)의 아파트 가격이 높을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하게 된다는 가정해볼 수 있는 것이다.
 

2002년 이후 송파구 동(洞)별 아파트 가격 추이(범례 : 주요 상위동, 하위동) 2002년 이후 송파구 동(洞) 주요 아파트 가격 추이 - 자료출처 : 부동산뱅크(http://www.neonet.co.kr/) 아파트 과거 시세 - 단위 : 1백만원 - 아파트 선정 기준 :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본격 실시된 2002년 이후 아파트 시세 자료가 있는 아파트 중 면적 100m2 내외의 아파트 - 범례 : 아파트 거래 가격 상위 5개 동과 하위 5개 동 ⓒ 부동산뱅크

실제로 2002년 이후 송파구 동(洞) 별 아파트 실거래 가격을 추적해보면 위와 같은 도표로 나타난다(자세한 그림은 첨부파일 확인). 도표 우측의 범례는 송파구 내 아파트 가격 상위 동(洞)들과 하위 동(洞)에 해당한다. 잠실7동이 압도적으로 높은 아파트 가격을 보이고 있다. 뒤이어 잠실4, 잠실2동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잠실6, 오륜, 문정2동이 비슷한 수준으로 뒤를 잇고 있다.

다른 동(洞)들의 아파트의 경우 면적을 100m² 내외로 상정한 데 반해 잠실7동의 경우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의 면적이 124m²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어 가격비교가 힘들다고 할지라도 잠실7동은 매우 높은 아파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른 잠실동들 역시 높은 아파트 가격대를 보였다. 여기에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로 대표되는 오륜동과 올림픽훼밀리타운 등 고가 아파트로 구성된 문정2동이 높은 아파트 가격대를 보여준다.

1988년 13대 총선 이후 보수정당이 매번 강세를 보였던 지역구를 다시 톺아볼 필요가 있다. 잠실 1~7동, 문정1, 2동, 오륜동, 송파2동이 보수정당이 절대적 강세를 보여온 지역들이었다. 이 중 잠실동들과 오륜동, 문정2동은 송파구 내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높은 동(洞)들이기도 했다. 문정1동과 송파2동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아파트 가격대를 기록한 동(洞)들이었다.

V. 아파트 가격이 높을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한다. 그 반대는 가능한가?

동(洞)의 아파트 가격이 높을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편의 주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동(洞)의 아파트 가격이 낮다면 진보정당을 지지한다는 가설, 즉 온전한 의미에서의 계급투표 가설은 가능할까.

위의 자료들을 다시 보면 동(洞)별 아파트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된 동(洞)들과 보수정당 지지율이 낮은 동(洞)이 대개 겹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본 연재는 위와 같은 계급투표 가설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견해를 갖는다. 다양한 연구 속에서 사회경제적 계급이 높을수록, 구체적으로는 재산이 많을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 대해서는 이견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높은 노인 빈곤률을 보았을 때, 한국의 저소득층과 노인층은 겹칠 확률이 높다. 또한 고령일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한다는 연령효과, 한국에서 6.25 전쟁과 냉전세대 속에서 정치사회화를 경험한 세대가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세대효과를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재산이 많지 않은 집단이 진보정당을 지지할 것이란 계급투표 가설은 한국 정치계에서는 조심스럽게 보아야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 편을 마무리 하면서 내용을 정리하자면, 송파구는 1988년 13대 총선 이후 보수정당을 지속적으로 지지해온 동(洞)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동(洞)들은 높은 부동산 가격, 구체적으로는 높은 아파트 가격을 형성해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높은 부동산 자산을 가진 이들이 보수정당에 투표해왔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역의 관계인 낮은 부동산 자산을 가진 이들이 진보정당을 지지했다는 가설까지 사실이라면 사회경제적 계급에 따라 투표한다는 온전한 계급투표 이론이 한국 선거에서 작용된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몇가지 요인으로 인해 검증이 어렵다. 요약하자면 본 연재는 계급투표 이론의 절반인, 재산이 많은 유권자는 보수정당을 지지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것이다. 

즉, 높은 가격의 부동산(아파트) 자산을 가진 유권자들은 지속적으로 보수정당에 투표를 해왔다는 것이 본 연재의 가설이다. 본 연재의 가설은 다른 강남 3구인 서초구의 지방선거와 강남구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통해 검증될 것이다.  
   
1편 :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지역은 따로 있다. 송파갑 vs. 송파을의 정치사(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51631)

2편 : 송파구에서 보수정당 지지하는 동은 어디일까(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51788)

3편 : 보수 대 진보 구도의 확립, 15대 총선 (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51790)

4편 : 4편 : 보수와 진보의 사실상 첫 '정면승부', 16대 총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55474)
#17대총선 #18대총선 #노무현 #이명박 #계급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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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사회복지학 학사 졸업. 사회학 석사 졸업. 사회학 박사 수료. 현직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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