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규칙안" 이장 임명 두고 태안이 시끄러운 이유

태안군이장단협의회, 군이 입법예고한 '이장 임명에 대한 규칙' 조목조목 반박

등록 2019.06.14 10:54수정 2019.06.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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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청 전경 최근 태안군이 입법예고한 ‘태안군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을 두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가운데 현직 이장들이 반발하고 나서며 논란이 일고 있다. ⓒ 김동이


"현재 입법예고한 태안군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대로라면 이장들은 단체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특히 소모임이나 동창회까지 회장을 맡을 수 없다. 또한 읍‧면장이 적격여부를 판단하여 직권으로 임명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곧 이장들의 사회활동을 막고, 군수가 이장들을 통제하겠다는 의미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말도 안되는 규칙안이다."

최근 충남 태안군이 입법예고한 '태안군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을 두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가운데 현직 이장들이 반발하고 나서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군내 이장들의 집합체인 태안군이장단협의회는 규칙안에 대한 의견서를 내면서 논란이 예고됐던 이장은 해당읍면 주민 10명 이상으로 구성된 단체의 대표가 될 수 없다는 '타직의 겸임금지' 조항과 모조(집집마다 추렴하여 받는 수고비)와 연계되는 '모금행위 금지' 조항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그동안 군청 실‧과장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으며 절차를 진행해 온 해당 규칙안을 입법예고한 태안군 행정지원과에서는 한발 물러서 수렴된 의견이 반영된 규칙안을 새로 작성한 뒤 다시 입법예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단 물리적 반발 확산에 대처하는 모양새다.

태안군이장단협의회는 왜 반발하나

그렇다면 왜 태안군이장단협의회는 태안군이 입법예고한 '태안군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에 반발하는 것일까.

먼저 태안군이 지난 4월 입법예고한 '태안군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태안군은 이장 임명절차 개선을 통해 이장 선거 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점 해결과 적임자의 이장 선출 유도를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하겠다며 이장 임명절차를 비롯해 임기, 타직의 겸임금지, 모금행위 금지 등에 대한 개정안을 담아 군청 누리집을 통해 입법예고했다.

구체적으로 주요 개정 내용을 보면 임명절차와 관련해 이장 임기만료 20일 전까지 모집공고문을 마을회관 등 읍‧면장이 지정하는 장소에 공고하는 안을 신설했고, 1인 후보자 당선일 경우 읍‧면장이 적격 여부 판단 후 직권 임명토록 했다. 기존에는 1인 후보자일 경우에도 마을총회에서 선출한 사람을 읍‧면장이 임명할 수 있었다.

또한, 이장은 비밀투표를 통해 선출하여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이장직선제는 가세로 태안군수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전임자의 해임이나 사임으로 임기 만료 전 이장에 선출되면 잔여임기를 승계하는 조항도 폐지하고 이장의 3년 임기를 보장토록 했다.

특히, 반발을 사고 있는 타직의 겸임금지 조항도 신설했는데, 이장은 해당읍면 주민 10명 이상으로 구성된 단체의 대표가 될 수 없음을 명시했다. 모조와 연계되는 모금행위에 관련해서도 마을경비 충당을 위한 모금행위 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이같은 규칙안이 입법예고 되자 태안군이장단협의회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찬성 의견도 있지만 사실상의 반격인 셈이다.

해당 의견서에 따르면 읍면장이 적격여부를 판단, 직권으로 임명한다는 조항과 관련해 군 이장단협의회는 "마을 찬반투표를 통해 결정된 이장을 다시금 읍면장이 적격여부 판단 후 직권 임명하겠다는 것은 12월 개정된 직선제의 의미를 퇴색시키며, 이미 제2조 임명자격과 제4조에서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1인 후보일 경우에만 해석이 모호한 적격의 여부를 조항을 넣어 판단하게 만든 것은 읍면장과 마을주민과의 갈등의 여지를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행정의 과도한 주민자치권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해당읍면 주민 10명 이상으로 구성된 단체의 대표가 될 수 없다는 타직 겸임금지 조항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협의회는 "이장임무 수행에 차질 우려로 인한 규정이라면 이미 현재 제3조 제3항에 업무추진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직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때 읍면장이 직권으로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다수의 이장들이 단체의 대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 바 이 규정은 단체의 종류와 역할, 구성 인원 등 다양성을 무시하고 일괄적으로 10인 이상의 단체로 명시함으로써 이장 업무에 차질이 없는 경우까지도 활동을 금지 시키는 상황이 발생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협의회는 이어 "민주적인 선출을 통해 대표로 세워진 만큼 겸임이 문제된다면 각 단체와 마을에서 논의할 사항이지 행정에서 개인의 사회활동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하물며 공직자이신 군수님께서는 체육회장으로 되어 있고, 읍면장 및 공무원들도 겸임허가를 받으면 활동이 가능한데 이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친목 단체의 대표조차 될 수 없다는 것은 공직자보다도 과한 제재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모금행위 금지와 적발시 직권 해임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서는 마을 자치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까지 표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협의회는 "모금행위는 마을자치를 위해 다양한 행사, 경조사, 마을공동시설 정비 등의 사용을 위해 주민과의 회의를 통해 운영되는 것으로 주민의 화합과 단합, 유대관계 유지 등을 위해 주로 사용된다"고 전제했다.

협의회는 이어 "천안과 아산에서도 이통장의 개인의 경비와 수고비 명목조 금품수수금지를 규정하고 있을 뿐 해임 규정과 마을경비 전체의 모금행위까지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마을에 군수님과 의원님들이 찾아와서 인사하는 행사도 모두 마을의 십시일반 모금을 통해 이루어지는 행위임을 알면서도 어느 시군보다도 과도한 금지 조항들과 행보를 보면 군수님이 꿈꾸는 미래의 태안은 지금까지 마을을 지켜왔던 원주민의 의사는 사라지고 귀농귀촌인만이 자리잡은 곳이길 바라는 건가 싶기도 하다"고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협의회는 또한 "의도적으로 과도하게 입법예고를 하고 그 이후 양보한다는 듯이 협의안을 도출해 내겠다는 심산이 있다면 그 역시도 태안의 미래를 위한 게 아닌 최근 정치인들의 행태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면서 "지방분권화 시대에 기초자치단체인 군에서 앞장서서 마을 자치를 억압하고, 행정의 발아래 놓겠다는 의도에 안타까움을 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협의회는 "이장이 나서지 않더라도 노인회, 부녀회, 새마을회 이름으로 이루어진다면 의미가 없어지는 이 조항을 끝까지 관철하고 이러한 마을 단체 이름의 찬조나 기부 등의 모금도 모조리 금지하겠다면 군에서 마을당 경비를 직접 지원하는 등의 대안을 찾아주길 바란다"면서 "군에서는 주민자치의 의미를 되새겨 주길 바라며 사후 결과에 따라 후속 대응을 불사하는 일이 없도록 원만히 관철되길 바란다"고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협의회는 한편으로 규칙안의 신설 또는 폐지 조항에 대해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의견서에 적시했다.

먼저 비밀투표를 통한 선출과 이장 임기만료 20일 전까지 모집공고문 공고에 대해서는 찬성의 입장을 견지했다.

협의회는 "비밀선출을 통해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보호하는 규정 신설과 직선제 변경 후 잦은 선거로 행정낭비를 불러오는 잔여임기 조항은 폐지가 타당하다 할 것"이라면서 "20일전 모집공고 게시는 이장 레임덕의 우려가 있으나 공고의 시기보다는 공고기간, 선거인명부, 선거일 확정 등이 더 중요하므로 큰 무리없는 조항이라 사료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태안군, 수렴된 의견안 반영한 규칙안 새로 만든 뒤 재 입법예고 방침

한편, '태안군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안을 입법예고한 태안군 행정지원과는 규칙안에 대한 의견이 다수 접수돼 이를 반영한 규칙안을 다시 만들어 재 입법예고하겠다는 방침이다.

태안군 관계자는 "접수된 의견이 많아 다시 검토하고 (기존에 입법예고한) 규칙안을 다시 손을 봐야 한다"면서 "의견이 반영된 변경된 규칙안으로 다시 입법예고하는 등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단 수정안에는 (논란이 됐던) 10인 이상 단체의 대표가 될 수 없다는 조항에 대해 10인 이상을 폐지하고 보조금을 받는 단체에 한해서라는 안도 포함시킬 예정"이라면서 "(모금행위 금지 조항 등) 모조에 관련해서도 변경사항이 있을 것"이고 예고했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규칙안은 군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통과하게 되면 바로 공포가 된다"면서도 "이번에 제기된 의견 반영 후 군수님의 최종 결재를 맡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이장 #이장 임명 규칙안 #태안군 #이장직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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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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