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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도 혹평... '엑스맨' 마지막, 정말 최선이었나요

[리뷰] <엑스맨 : 다크 피닉스>, 개연성 부족에 캐릭터 매력 상실

19.06.06 12:08최종업데이트19.06.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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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장장 20년에 걸친 '폭스표 마블 영화' <엑스맨> 시리즈가 신작 <엑스맨:다크 피닉스>로 사실상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2000년 첫 등장했던 <엑스맨>은 이후 등장하는 <스파이더맨>(소니)과 <배트맨> 트릴로지(워너), 그리고 마블의 영화 시장 진입에 큰 영향을 끼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었다.  

​비록 각 편마다 널뛰는 작품성과 재미로 인해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등 후발주자 슈퍼 히어로물 대비 아쉬운 흥행 성적을 기록하긴 했지만 <엑스맨>은 종종 단순한 오락물을 뛰어 넘는 의미를 전달했다. 특히 인간의 적으로 간주되는 돌연변이를 앞세워 차별 받는 현실 속 인간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다루는 등 여타 히어로물과는 다른 나름의 가치를 정립했다는 점에서 <엑스맨>은 21세기 블록버스터 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모범적인 프리퀄로 평가되는 2011년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의 성공은 한때 끝난 줄만 알았던 이 시리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이어 2014년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에선 시간 여행을 이용해 오리지널 3부작의 허망했던 마무리를 재정비하는 등 예상 밖의 성과도 얻으면서 '원조집' 마블에 대항하는 폭스의 자존심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그런데 과욕이 문제였을까? 2016년 <엑스맨 : 아포칼립스>는 의욕만 앞섰을 뿐 기존 엑스맨 마니아들의 실망을 자아내는 등 기대 이하의 내용으로 또 다시 시리즈에 위기를 몰고 왔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엑스맨 : 다크 피닉스>로 이를 만회하려 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폭주하는 진 그레이... 나머지 캐릭터의 존재감 어디로? 
 

영화 <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엑스맨>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는 입체감 있는 캐릭터의 대거 등장이다. 엑스맨 최고 인기 스타(?)인 울버린을 비롯해서 때론 적이자 동료가 되는 양면성을 지닌 매그니토, 그리고 자비에 교수, 레이븐 등이 각 편마다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면서 영화팬들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마지막편답게 폭스가 선택한 인물은 가공할 만한 능력을 지닌 진 그레이, 바로 다크 피닉스다. 이미 오리지널 3부작 중 2003년 <엑스맨 2>의 말미와 2006년 <엑스맨: 최후의 전쟁>을 통해 다크 피닉스의 이야기를 다뤘을 만큼 진 그레이는 엑스맨의 마지막 이야기를 맡기기에 가장 적격인 캐릭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브렛 래트너 감독의 <엑스맨: 최후의 전쟁>은 엑스맨 마니아들의 비난과 성토가 쏟아질 만큼 이도 저도 아닌 영화로 제작됐고, 결과적으론 허망한 마무리로 분노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를 기억하는 팬들로선 당연히 <다크 피닉스>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엑스맨의 아버지' 브라이언 싱어 감독 대신 각본/제작자인 사이먼 킨버그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도 우려의 대상이 되었다. 불행히도 이 예상은 얼추 맞아 떨어지고 말았다.

​초자연적인 힘을 얻게되면서 다크 피닉스로 변화한 진 그레이(소피 터너 분)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마냥 시종일관 폭주한다. 영화의 절반 가까이를 진 그레이 혹은 다크 피닉스 내면의 갈등, 복잡하고 불안해진 심리 묘사에만 치우치다보니 정작 이야기는 빈약해졌다.  

또한 ​킨버그 감독은 다크 피닉스의 흑화에만 몰입한 나머지 그동안 시리즈를 굳건히 이끌었던 중요 캐릭터들의 비중을 인위적으로 줄여버리는 큰 실수를 범한다.  다크 피닉스와 함께 큰 역할을 담당하는 악당 외계인(제시카 차스테인 분)들의 등장은 관객들에게 당위성을 인식시키지 못하면서 영화는 개연성마저 잃어버린다. 

마치 철부지마냥 주위의 모든 것을 닥치는대로 파괴하던 다크 피닉스의 개과천선(?) 과정도 마찬가지다. 한 시대를 장식했던 <엑스맨>의 마지막이라기엔 너무나 부족한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이유 있는 폭스표 마블 영화의 고전​  
 

대표적인 해외영화리뷰 사이트인 로튼토마토 전문가 리뷰에서 < 엑스맨 : 다크 피닉스 >는 앞서 혹평을 들었던 < 엑스맨 : 아포칼립스 >, < 엑스맨 : 최후의 전쟁 >보다 흉흉한 평가를 받고 있다. ⓒ 로튼토마토

 
잘 알려진대로 20세기 폭스는 마블코믹스의 인기 캐릭터 중 <엑스맨> <판타스틱 4> <데어데블> 그리고 < 데드풀 >등을 제작한 바 있다. <엑스맨>, 그리고 예상 밖 대성공을 거둔 <데드풀> 을 제외하면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엑스맨>조차도 인기 부침을 겪는 등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낼 만큼 폭스표 마블 영화는 마니아들의 눈높이를 채워주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이젠 디즈니의 폭스 인수로 인해 마블 코믹스 기반 작품들이 새롭게 재정비될 예정이지만 과거 폭스의 아쉬운 행보는 나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더라도 제대로된 기획이 뒤따르지 않으면, 결과물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착실한 이야기 연결 구조를 유기적으로 만들어 나간 MCU 영화들과 달리, 폭스 작품들은 동일한 시리즈에서조차 줄거리의 연속성을 헐겁게 구성하다보니 많은 영화팬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즉 <엑스맨> <울버린> <데드풀> 시리즈가 자기 맘대로 따로 움직이는 구성은 현재의 MCU라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이제 디즈니와 마블의 품으로 돌아간 <엑스맨>과 기타 캐릭터들이 그냥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영화팬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지만 어느 시점에선 마블의 손을 거친 새 시리즈가 분명 등장할 것이다. 꼭 그래야만 한다. <다크 피닉스>식의 작별은 지난 20년간 <엑스맨>을 사랑했던 팬들이 원하던 그림이 결코 아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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