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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의 '왼발 크로스', 16강 가는 길 열고 일본 만난다

[2019 FIFA U-20 월드컵] 정정용호, 아르헨티나 2-1로 물리치고 16강 진출 쾌거

19.06.01 11:31최종업데이트19.06.0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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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의 왼발 실력이 비슷한 연령대에서는 톱 클래스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에서 이강인의 침착한 플레이 메이킹 능력과 결정적인 왼발 킥 실력이 단연 돋보인 것이다.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는 많은 골을 내주지 않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었지만 그래도 한국에게 패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20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1일 오전 3시 30분 폴란드 티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FIFA(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남자월드컵 F조 아르헨티나와의 세 번째 게임에서 2-1로 멋진 승리를 거두고 조 2위 자격을 얻어 16강에 올라 아시아 축구 라이벌 일본과 만나게 됐다.

이강인의 아름다운 역습 크로스
 

3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티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이강인이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수비를 피해 고함을 치며 공을 몰아가고 있다. 2019.6.1 ⓒ 연합뉴스

 
오세훈과 함께 빅&스몰 포워드 조합으로 나선 이강인은 게임 시작 후 5분만에 비교적 먼 거리에서 왼발 중거리슛 위력을 뽐내며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이 마누엘 로포 골키퍼가 지키고 있는 아르헨티나 골문 오른쪽 상단을 아슬아슬하게 넘어간 것이다.

이강인은 그로부터 5분 뒤에 오른쪽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주저앉았기 때문에 벤치에 있는 정정용 감독을 순간 긴장시켰으나 심각한 상태가 아니어서 한국 팬들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그는 33분에도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상대 골키퍼가 예측하기 힘든 공간에서 왼발 중거리슛을 날렸다. 이 공도 역시 아르헨티나 골문 오른쪽 기둥 옆으로 빗나가기는 했지만 이강인의 왼발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였던 것이다. 

그리고는 정말로 이강인의 왼발 킥 실력을 분명히 확인시키는 첫 골 장면이 나왔다. 42분, 조영욱의 왼발 오픈 패스를 받은 이강인이 왼쪽 측면으로 빠져나가며 드리블하다가 왼발 크로스를 올렸고 골문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세훈이 내려찍는 헤더 슛으로 골문 왼쪽 구석을 갈랐다.

'조영욱-이강인-오세훈'으로 이어진 역습 과정도 좋았고, 마무리도 완벽했던 골이었다. 이강인의 크로스 궤적은 성인 무대에 올려놓아도 전혀 빠지지 않는, 아름다우면서도 위력적인 그림이었다.

조영욱의 놀라운 결승골 움직임

전반전 종료 직전에도 이강인의 패스와 조영욱의 크로스로 키다리 골잡이 오세훈의 헤더 슛을 이끌어냈다. 이들 셋이 이번 월드컵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 분명하게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1골로는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기에 후반전에도 우리 선수들은 공격을 게을리할 수 없었고 57분에 뛰어난 집중력으로 천금의 결승골을 뽑아냈다. 이번에도 이강인이 플레이 메이커로서 아르헨티나 수비 라인을 흔들었고 어설프게 걷어낸 공을 미드필더 정호진이 잡아서 드리블하다가 왼발 컷 백 크로스로 조영욱을 빛낸 것이다. 

이강인처럼 상대적으로 어릴 때부터 20세 이하 월드컵에 꼬박꼬박 참가하면서도 득점이 없었던 조영욱은 정호진의 드리블과 컷 백 크로스가 이어질 때 최고의 골잡이가 보여줄 수 있는 놀라운 움직임을 자랑했다. 아르헨티나 센터백 막시밀리아노 센투리온 뒤로 슬쩍 숨었다가 바로 앞으로 달려나오며 왼발 돌려차기를 성공시킨 것이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 바이에른 뮌헨), 해리 케인(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등 세계 톱 레벨의 골잡이들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이렇게 승리 요인을 갖춘 우리 선수들은 남은 시간을 버티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를 노출시켰다. 68분에 위험 지역에서 어이없는 패스 미스로 아르헨티나 교체 선수 아돌포 가이치에게 아찔한 기회를 내준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골키퍼 이광연이 가이치의 오른발 강슛을 몸 날려 막아냈기에 승점 3점을 지킬 수 있었다.

우리 선수들은 88분에 아르헨티나 날개 공격수 크리스티안 페레이라에게 오른발 중거리슛 한방을 얻어맞고 흔들렸다. 그의 오른발이 게임 내내 아르헨티나 공격을 풀어가는 중심에 있었다는 것을 잠시 잊은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교체 선수 전세진은 불필요한 시간 끌기 행동으로 경고를 받았다. 먼저 경고를 받은 선수들이 마침 오세훈과 이강인이었기 때문에 16강 게임을 치르면서도 냉정한 의식을 끝까지 유지해야 하는 교훈을 남겼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5일(수) 오전 0시 30분 루블린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8강 티켓을 놓고 겨루게 됐다. 지난 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19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만나지 못한 인연이 폴란드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가장 흥미로운 게임을 기대하고 있다.

2019 FIFA U-20 월드컵 F조 결과(1일 오전 3시 30분, 티히 스타디움-폴란드)

한국 2-1 아르헨티나 [득점 : 오세훈(42분,도움-이강인), 조영욱(57분,도움-정호진) / 크리스티안 페레이라(88분)]

한국 선수들
FW : 오세훈(69분↔김세윤), 이강인(83분↔전세진)
MF : 조영욱(62분↔엄원상), 김정민, 정호진, 이지솔
DF : 최준, 이재익, 김현우, 황태현
GK : 이광연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한국 39%, 아르헨티나 61%
유효 슛 : 한국 3개, 아르헨티나 5개
슛 : 한국 9개, 아르헨티나 23개
코너킥 : 한국 1개, 아르헨티나 11개
오프 사이드 : 한국 0, 아르헨티나 0
파울 : 한국 17개, 아르헨티나 17개
경고 : 한국 3장(오세훈, 이강인, 전세진), 아르헨티나 2장(마르셀로 웨이간트, 아니발 모레노)

F조 최종 순위표
1위 아르헨티나 6점 2승 1패 8득점 4실점 +4 페어 플레이 점수 -6점
2위 한국 6점 2승 1패 3득점 2실점 +1 페어 플레이 점수 -3점
3위 포르투갈 4점 1승 1무 1패 2득점 3실점 -1 페어 플레이 점수 -1점
4위 남아프리카공화국 1점 1무 2패 3득점 7실점 -4 페어 플레이 점수 -5점

16강 대진표
6월 3일(월) 오전 0시 30분 ☆ 이탈리아 - 폴란드(그디니아 스타디움)
6월 3일(월) 오전 3시 30분 ☆ 콜롬비아 - 뉴질랜드(로츠 스타디움)
6월 4일(화) 오전 0시 30분 ☆ 우루과이 - 에콰도르(루블린 스타디움)
6월 4일(화) 오전 0시 30분 ☆ 우크라이나 - 파나마(티히 스타디움)
6월 4일(화) 오전 3시 30분 ☆ 세네갈 - 나이지리아(로츠 스타디움)
6월 5일(수) 오전 0시 30분 ☆ 한국 - 일본(루블린 스타디움)
6월 5일(수) 오전 0시 30분 ☆ 프랑스 - 미국(비드고스츠 스타디움)
6월 5일(수) 오전 3시 30분 ☆ 아르헨티나 - 말리(비엘스코 비아와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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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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