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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튼 존의 72년 삶, 태런 에저튼 121분 연기로 담은 '로켓맨'

[미리 보는 영화] 엘튼 존의 일대기 그린 영화 <로켓맨>

19.05.30 19:16최종업데이트19.05.3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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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켓맨> 스틸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으로 왕립음악원 장학생에 선발됐던 꼬마 레지널드 드와이트. 하지만 부모는 자식의 천재성에 관심이 없다. 바깥일과 재즈 음악에만 심취해 자신에게 냉정하기만 한 아버지. 불륜 장면을 아들에게 들키고서도 당당한 엄마. 부모의 사랑을 받고 싶었던 꼬마 레지널드는 그렇게 세상과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꼬마의 분출구는 음악. 조금씩 천재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레지널드는,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록스타라는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우연히 만난 음악적 동지와 협업을 통해 가수로 데뷔하게 된 그는, 일약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글로벌 록스타이자 시대의 아이콘이 된다. '엘튼 존'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있는 전설' 엘튼 존의 72년 삶, 121분 영화로 만나다

30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국내 언론에 공개된 영화 <로켓맨>은 팝의 아이콘, 엘튼 존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천재적인 음악성과 독보적인 퍼포먼스로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팝스타 엘튼 존. 그에게는 전세계 3억 5천만 장 앨범 판매, 80개국 3500회 공연, 그래미 어워즈 5회 수상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이 많다. 

하지만 영화는 그의 인생에 가장 위대하고 화려했던 순간이 아니라, 그를 괴롭힌 고뇌와 내적 갈등, 상처에 주목한다. 연이은 성공과, 수많은 팬들의 사랑으로 세계에서 가장 반짝이고 있던 엘튼 존. 무엇이 화려한 조명 아래에 선 그를 술과 마약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인물로 만들었을까?
 

영화 <로켓맨> 스틸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믿었던 연인의 배신. 화려한 무대 뒤 찾아온 고독. 천재 뮤지션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요인은 많았다. 하지만 그를 가장 괴롭힌 건, 어린 날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던 꼬마 레지널드 드와이트의 상처였다. 

영화는 엘튼 존의 기억을 통해 꼬마 레지널드 드와이트의 상처부터, 그 꼬마가 어떻게 엘튼 존으로 성장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의 72년 인생과, 50년의 음악 인생을 121분으로 축약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이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한 것은, 그의 지난 인생을 모두 설명하고도 남을 그의 음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덱스터 플레처 감독은 지난 23일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엘튼 존이 만든 많은 음악 덕분에 어떤 스토리에도 그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적합한 노래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영화 전반에 걸쳐 소개된 그의 음악들은 매 순간 엘튼 존의 고민과 감정을 밀도 있게 전달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로켓맨'을 비롯, 엘튼 존의 명곡 20여 곡은 엘튼 존 역을 맡은 태런 에저튼의 목소리로 관객에게 전달돼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미화되거나 수위 낮추지 않은 묘사... 엘튼 존의 요청 때문
 

영화 < 로켓맨 >의 한 장면. 엘튼 존에겐 영혼의 콤비나 다름 없는 작사가 버니 토핀 역은 제이미 벨(왼쪽)이 맡았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앞서 엄청난 흥행 기록을 쓴 <보헤미안 랩소디>와 <로켓맨>은 전설적인 뮤지션의 생애를 그렸다는 점, 또 그들이 만든 전설적인 히트곡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등의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프레디 머큐리가 세상을 떠난 뒤 남은 이들의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진 <보헤미안 랩소디>와 달리, <로켓맨>은 현존하는 전설이자 영화의 제작자로도 참여한 엘튼 존의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영화 안에서의 시선도 3인칭이 아닌 1인칭이다. 플레처 감독이 "엘튼 존의 DNA가 담겨있다"고 표현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당사자가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이기 때문에, 자칫 그의 인생이 미화돼 그려지진 않았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에는 엘튼 존의 마약, 성생활 등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엘튼 존은 지난 27일(현지 시각) 발간된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제작자들에게 내 과거를 솔직하게 표현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면서, "일부 제작자들은 이 영화가 PG-13(청소년 관람가) 등급을 받도록 성관계나 마약의 수위를 낮추고 싶어 했지만, 나는 지금까지 PG-13 등급의 삶을 살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미 많은 관객들이 1970~1980년대에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다 알고 있는데, "공연이 끝날 때마다 따뜻한 우유 한 컵, 동료를 위해 기도하려는 성경만 갖고 조용히 호텔 방으로 돌아가는 나만 보여준다면 영화를 만들 이유가 없는 것 같았다"는 이유에서다. 
 

엘튼 존과 태런 에저튼 ⓒ 롯데엔터테인먼트

 
엘튼 존을 연기한 배우 태런 에저튼과 덱스터 플레처 감독은 "엘튼 존은 연기에 대한 조언도 해줬지만, 동시에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운신할 수 있는 여지도 줬다"고 감사 인사를 표하기도 했다(<로켓맨>은 북미 지역에서는 청소년 관람불가(R) 등급으로 개봉했고, 국내에서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한다).  

물론 엘튼 존의 기억에 의존해 쓰인 내용인 만큼, 객관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의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그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마음으로 그 일들에 임했는지 <로켓맨>에서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적이다. 또한 엘튼 존의 매우 사적인 감정과 기억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은, 세상을 떠난 스타의 인생을 기록한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움일 것이다.   

여기에 영화 <킹스맨>을 통해 우리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배우 태런 에저튼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엘튼 존의 명곡 역시 <로켓맨>만의 새로움이다. 태런 에저튼은 엘튼 존으로부터 "이만큼 내 곡을 소화하는 배우는 없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고. 그는 노래는 물론, 엘튼 존의 화려한 패션과 퍼포먼스까지 놀랍게 표현해냈다.

엘튼 존 평생의 음악 동지이자 천재 작사가 버니 토핀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제이미 벨이, 엘튼 존의 연인이자 그를 나락으로 빠뜨린 매니저 존 리드 역은 <왕좌의 게임> 롭 스타크 역의 리자드 매든이 연기했다. 엘튼 존과 버니 토핀, 엘튼 존과 존 리드가 만드는 각각의 케미스트리 역시 볼만하다. 6월 5일 개봉. 

한 줄 평 : 어린 날의 상처는 예술가의 감수성도, 마음의 병도 키운다
별점 : ★★★☆ (3.5/5) 

 
영화 <로켓맨> 관련 정보
연출: 덱스터 플레처
출연: 태런 에저튼, 리차드 매든,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수입: 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러닝타임 : 121분
상영등급 : 15세 관람가
개봉 : 2019년 6월 5일
로켓맨 엘튼 존 태런 에저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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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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