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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재벌에 한 방 먹인 공무원, 이게 진정한 사이다

[TV 리뷰] 우리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19.05.15 18:30최종업데이트19.05.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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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한 장면 ⓒ MBC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므로 산재를 인정합니다."

산업재해재심위원회 위원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창규(이규현 분)의 아내는 울음을 터트렸다. 지병이라는 이유로 기각되었던 산업재해가 드디어 인정된 것이다. 산재만이 아니다. 억울하게 병원에서 쫓겨나게 된 사연도 밝혀졌다. 그리고 그 시간 이창규를 그렇게 만들었던 장본인 양태수(이상이 분)는 마약 복용 혐의로 체포되고, 최서라(송옥숙 분)는 갑질 혐의로 역시나 구속된다. 길고도 지독했던 명성그룹과의 악연이 조장풍의 통쾌한 승리로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인턴 이창규의 억울한 죽음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한 장면 ⓒ MBC

 
조진갑은 검사의 지시를 받아 명성병원의 근로 감독에 돌입하지만, 가만히 있을 명성이 아니었다. 명성그룹은 조진갑이 교사시절 '폭력'을 이유로 해고되었던 사실을 언론에 흘린다. 결국 조진갑은 산재 심사위원회로 가게됐다.

심지어 명성그룹 회장의 아들 양태수 때문에 계단에서 굴러 뇌출혈 수술까지 한 환장에게 지속적으로 수면제를 투여하던 명성병원의 의사 강민석이 산재 위원으로 등장했다. 조진갑은 강민석 같은 사람이 심사위원이라는 사실에 황당해 한다. 그리고 뜻밖에도 그곳에서 명성병원 근로 감독에 돌입했을 당시 결정적 제보를 했던 인턴 이창규의 죽음을 알게 된다.

그는 제보 이후 명성병원에서 쫓겨났고 가족에게도 이 사실을 숨긴 채 공사장 인부로 일했다. 그러던 중 벽돌에 맞아 쓰러졌다. 하지만 현장 소장은 이를 발견하고도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 뒤늦게 남편이 공사장에서 일하다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된 아내는 남편의 산재를 신청했지만 평소 지병이 있었다는 이유로 기각되고 만다.

자신을 도왔던 인턴이 명성 병원에서 쫓겨나 공사장을 전전하다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 조진갑은 진실을 찾기 위해 나선다. 그러나 명성 건설은산업 현장에서 당한 재해의 입증을 유가족에게 떠넘긴다. 심지어 유품조차도 수습하지 못하게 한다. 조진갑은 유품을 찾으러 명성 건설을 찾아가지만 감옥에서 나와 최서라의 아래로 복귀한 구대길(오대환)의 방해공작 때문에 쉽지 않다. 

공무원 조진갑의 활약은 계속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한 장면 ⓒ MBC

 
그런 가운데 최서라는 전환사채 조작을 통해 자신의 아들 양태수에게 회사를 불법 승계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병실 내 밀실에서 여러 주변 인물들에 대한 불법 도청 자료를 모은다. 그리고 이창규의 핸드폰이 최서라에게 흘러들어 갔을 것이라 의심한 조진갑과 천덕구(김경남 분)가 병원을 조사하다 이를 알게 된다. 양태수가 들이닥쳤지만 마약 복용으로 정신이 혼미한 틈을 타 무사히 복사까지 마무리하게 된다.

그러나 산재 입증의 길은 멀었다. 병원 측은 이창규가 졸피뎀을 빼돌려 투약했기 때문에 인턴에서 해고됐다고 했고, 우도하(류덕환 분)는 이창규 아내에게 돈을 주며 회유하고자 한다.

결국 빈 손으로 재심위원회에 나서게 된 조진갑과 이창규 가족 앞에 명성 병원 이과장이 나타난다. 이창규가 자신 대신 약물을 빼돌렸다는 누명을 쓰고 해고됐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졸피뎀을 사용한 사람이 양태수라고 진술했다. 조진갑은 그 진술에 증거가 될만한 영상을 제출했다. 그렇게 '업무상 산재'가 입증된다.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한 장면 ⓒ MBC

 
명성 건설의 '무재해'를 지키고자 이창규에게 다시 한번 억울한 누명을 씌우려던 이들은 고스란히 죄값을 받게 된다. 공황 장애를 핑계로 감옥에서 나온 양태수를 비롯해 갖은 이유로 병원 신세를 지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회장님들에게는 물벼락이 뿌려진다. 또 전환사채를 이용하여 아들의 불법 승계를 하려던 최서라의 계획은 천덕구의 '인터넷 봉쇄'로 막히게 된다. 조진갑을 뇌물 수수로 엮으려던 구대길의 작전 역시 자신의 남편과 아이를 지키려는 주미란(박세영 분)의 역공으로 실패로 돌아간다. 결국 최서라는 스스로 '갑질'로 인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감옥으로 끌려가는 처지가 되고 만다.

최서라는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아들을 함부로 대한다며 조진갑을 '폭력 선생'으로 몰아 해고시켰다. 하지만 결국 근로감독관으로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던 조진갑은 불법을 넘나들며 특권을 행사하는 재벌 최서라와의 대결에서 끝내 승리한다.

드라마에는 우리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한 장면도 여러 번 등장했다. 간호사들의 걸그룹 춤 연습이나 재벌 자제의 마약, 재벌가 사모님의 갑질, 기발한 방법을 통한 불법 승계 시도 등은 뉴스에서 흔히 보던 이야기들이다. 그렇기에 어떤 드라마보다 현실감은 더해졌고, 공무원 조진갑의 화끈한 활약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더욱 특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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