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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고 및 미신고' SK 강승호, 결국 임의탈퇴 처리

[KBO리그] 면허 정지수준 음주운전 사고 내고도 경기 출전, 구단서 징계

19.04.26 11:32최종업데이트19.04.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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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이틀 연속 연장전 승리를 거두며 약 2주 만에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는 2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지난 20일 NC다이노스전부터 4연승을 내달린 SK(17승1무9패)는 이날 키움 히어로즈에 6-9로 패한 두산 베어스를 제치고 승차 없는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SK는 전날 마무리 김태훈을 비롯해 하재훈, 김택형 같은 불펜 투수들이 20개 이상의 공을 던져 이날 등판 없이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채병용, 백인식 같은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투구를 펼치며 SK불펜은 또 하나의 옵션을 얻었다. 여러모로 수확이 있었지만 SK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지난 22일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고 자진신고하지 않은 내야수 강승호를 임의탈퇴 처리했기 때문이다.

LG에서 꽃 피우지 못하고 작년 7월 SK로 트레이드
 

SK 와이번스가 임의탈퇴하기로 한 강승호 ⓒ 연합뉴스

 
천안북일고 시절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내야수로 이름을 날리던 강승호는 전면드래프트로 시행된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LG트윈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LG에는 이미 오지환이라는 확실한 주전 유격수가 버티고 있었기에 강승호는 루키 시즌 1군 경기에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고 시즌이 끝나자마자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경기 경험을 쌓고 병역 문제도 일찍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군에 입대하며 체중을 불린 강승호는 2014년부터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25 11홈런60타점을 기록하며 장타력을 부쩍 끌어올렸다. 2015년에는 안치홍(KIA 타이거즈), 신본기(롯데) 등 1군 경험이 많은 쟁쟁한 내야수들이 대거 합류했지만 강승호는 94경기에서 타율 .285 11홈런64타점으로 여전한 존재감을 뽐냈다. 그리고 LG는 2015년 가을 만 21세의 군필 내야 유망주를 보유하게 됐다.

강승호는 전역 첫 시즌이었던 2016년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며 오지환의 뒤를 이을 유격수로 LG 팬들의 커다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6경기에서 15타수 1안타에 그친 강승호는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했고 6월과 9월 1군에 올라왔을 때도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결국 강승호는 작년 시즌 1군에서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184 3타점의 초라한 성적으로 예비군 1년 차 시즌을 마쳤다.

프로 입단 후 유격수 수비에 부담을 느끼던 강승호는 오지환이라는 높은 벽이 있는 유격수 대신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적은 2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7년 중반부터 대선배 손주인(삼성)을 제치고 LG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한 강승호는 85경기에 출전해 타율 .250 5홈런31타점을 기록하며 오랜 기간 주인을 찾지 못하던 LG 2루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LG는 2017시즌이 끝난 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580경기에 출전했던 유틸리티 내야수 손주인을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40인 보호선수명단에서 제외했다. 그만큼 새 2루수 후보 강승호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컸다는 뜻이다. 하지만 강승호는 시즌 개막 후 32경기에서 타율 .191 1홈런10타점으로 부진하다가 2군으로 내려갔고 결국 그 해 7월 말, 문광은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이적했다.

1군 말소 후 일주일 만에 음주운전 사고, 최소 1년 못 뛴다
 

트레이드 이후 맹활약하고 있는 SK 강승호 ⓒ SK 와이번스

 
SK 이적 후 37경기에 출전한 강승호는 타율 .322 2홈런21타점의 알토란 같은 성적을 올리며 부상 선수가 많았던 SK 내야에서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강승호는 가을야구에서도 9경기에 출전해 2홈런5타점7득점을 기록하며 하위타선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문광은의 LG 이적 후 성적이 1패12.15였던 점을 고려하면 SK는 강승호 트레이드를 통해 큰 이득을 본 셈이다.

일찌감치 병역 의무를 마친 20대 중반의 내야수 강승호는 '디펜딩 챔피언' SK에서도 내야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염경엽 감독은 강승호로 하여금 최항, 나주환 등과 2루수 주전 경쟁을 시켰다. 염 감독은 부상 등의 이유로 내야에 이탈자가 발생할 경우 내야 곳곳을 채울 수 있는 유틸리티 자원으로 그를 활용할 계획이었다. 실제로 강승호는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2, 3루를 오가며 활약했다.

하지만 강승호는 시즌 초반 15경기에서 타율 .154 2홈런5타점으로 부진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지난 1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그리고 강승호는 2군으로 내려간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지난 22일 새벽 경기도 광명에서 도로 분리대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냈다. 당시 강승호의 혈중알콜농도는 0.089%로 면허 정지수준이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만큼 실망스러웠던 것은 강승호의 사고 후 대처였다.

강승호는 사고가 난 후에도 구단에 알리지 않고 23일 삼성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했다. 이후 보도를 접한 SK 구단은 강승호를 불러 진위여부를 물었고 강승호는 그제서야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한국야구위원회는 25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강승호에게 90경기 출전 정지와 1000만 원의 제재금, 봉사활동 180시간의 징계를 내렸고 SK 구단은 곧바로 한국야구위원회에 강승호의 임의탈퇴를 요청했다.

KBO리그에서는 지난 2월에도 LG트윈스의 윤대영이 면허취소수준의 만취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구단으로부터 임의탈퇴처리된 바 있다. 그 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강승호가 또다시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켰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선수들의 음주운전에 야구팬들이 내성(?)이 생겨 덜 실망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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