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화, 조직적·계획적 범행으로 죄질 불량"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당노동행위 판결 ... 여영국 의원, 금속노조, 민중당 입장 내놔

등록 2019.04.25 15:59수정 2019.04.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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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영진이 부당노동행위로 집행유예·벌금형을 선고받자 노동계는 '더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관련기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영진 3명, 부당노동행위 유죄).

창원지방법원 형사1단독(오규성 부장판사)은 25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된 배아무개 전무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서아무개 상무와 김아무개 팀장에 대해 벌금 2000만원과 1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당노동행위는 옛 삼성테크윈에서 한화로 매각 발표 이후 발생했다. 옛 삼성테크윈에서는 2014년 12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삼성테크윈지회가 결성되었다.

금속노조는 회사에서 노조 탈퇴 공작이 있었다며, 2017년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영진 22명을 창원고용노동지청에 부당노동행위로 고소·고발했다.

2015년 9~12월 사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에서는 직장 37명과 반장 25명이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오규성 부장판사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피고인들은 생산관리자인 직·반장을 금속노조에서 탈퇴시켜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순차적으로 공모한 혐의로 기소되었다"고 했다.

검찰은 배아무개 전무에 대해 "서 상무 등으로부터 <중장기 노사 안정화 전략>을 보고 받고, 직장들과 면담을 실시하여 전체적으로 노조를 탈퇴시키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실행하도록 지시하고, 직책간부 워크샵을 통해 노조 탈퇴 종용을 생산부서장들에게 지시해 실행하도록 했다"며 기소했다.


서아무개 상무는 생산그룹장들에게 직·반장들의 노조 탈퇴 종용을 요구했고, 김아무개 팀장은 '현장관리자 우군화 방안'을 수립하고 노사협력팀 회의를 주관하며 '금속노조 세 축소 및 기업노조 교섭대표 유지 방안' 등을 지시하고 '핵심 추진 사항'을 작성해 시행"한 혐의를 받아 왔다.

피고인들은 특히 조합원에 대한 '잔·특근 배제'와 '고용 연장 보장' 등을 언급하며 노조 탈퇴를 종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판결에서 오규성 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자료인 '보고자료'와 '워크샵', '간담회 자료'에다 수첩 사본과 관련자들의 법정 진술을 종합해 볼 때, 공소 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이같은 혐의는 헌법에서 정한 노동3권의 정신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오 판사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조직적, 계획적 범행으로 죄질이 불량하다"고 했다.

형량과 관련해, 오 판사는 "피고인들은 매각 반대하는 노조의 불법행위로 인해 노사 갈등과 생산 차질이 발생해 한 행위라 하고, 2017년 노사 합의로 '노사 상생 발전 협약'을 작성하고 창원고용노동지청에 고소고발 취하서를 내 선처 의향을 밝힌 것은 유리한 정상 참작 사항이다"고 했다.

오 판사는 배 전무에 대해 "최종 의사 결정권자로, 책임이 무겁다"고 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배 전무에게 징역 1년 6월, 서 상무에게 징역 1년, 김 팀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이날 법정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간부와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들이 대거 방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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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들이 4월 25일 창원지방법원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영진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판결이 있은 뒤 법정동 앞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김두현 변호사 "더 중한 형이 선고되었어야 한다"

이날 법정에 나와 판결을 지켜보았던 김두현 변호사(금속법률원)는 "피고인들의 범죄가 단순히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전사적 역량을 총동원해 매우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더 중한 형이 선고되었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피고인들의 직·반장 탈퇴 공작 행위는 그 때 끝난 게 아니라 현재까지도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차별받는 등 피해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최근 '경사노위'에서 사용자위원들이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삭제를 요구하고 있는데, 만약 형사 처벌 규정이 삭제되면 압수수색도 안 되는 것이고, 부당노동행위를 밝혀낼 길이 없게 된다"고 했다.

김두현 변호사는 "오히려 지나치게 낮은 현재 부당노동행위의 법정형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며 "검찰이 항소하여 양형을 다투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영국 의원 "한화그룹 측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기대"

정의당 여영국 국회의원(창원성산)은 이날 오후 낸 논평을 통해 "그 동안 있었던 사측의 갖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당연한 판결이며, 이를 환영하는 바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 의원은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몇몇 개인에 대한 단죄를 넘어서 노사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며 "이제 사측은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임·단협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영국 의원은 "한화그룹이 현재의 노사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사측을 만나 여러 가지 현안을 함께 풀어나갈 것"이라며 "더 나아가 창원경남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 구축도 제안한다. 한화그룹 측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기대한다"고 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아쉬움이 많지만 명확한 유죄판결"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이날 오후 낸 성명을 통해 "아쉬움이 많지만 명확한 유죄판결이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판결로 노동현장에 만연해 있는 부당노동행위에 경종을 울리고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이 지켜지기를 기대했다"며 "그러나 법원의 선고는 검찰구형에 비해 턱없이 낮아 노동자의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움이 남는 판결이다"고 했다.

이들은 "사측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노조를 탈퇴하고 노조탄압 선봉에 선 직·반장들은 아직도 현장에서 인사고과를 결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고 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법원의 유죄 판결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저지른 범죄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비록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경종은 울리지 못했더라도 최소한 한화가 저질러온 부당노동행위를 멈추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사측의 조직적 역량이 총동원된 부당노동행위가 유죄로 드러난 만큼 한화그룹과 그 책임자인 김승연 회장은 전체 노동자에게 사과하고, 지금도 여전한 부당노동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중당 경남도당 "제대로 된 판단이라고 보기에는 매우 부족"

민중당 경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한화그룹은 법원의 부당노동행위 판결을 인정하고, '책임자 처벌'과 '노조 탄압 중단', '금속노조'를 인정하라"고 했다.

이들은 "이번 법원의 판결은 검찰의 구형보다 약한 판결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이라고 보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그것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는 조직적이자 전면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민중당 경남도당은 "이런 불법적인 부당노동행위가 근절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분명한 사죄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그렇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넘어 한화그룹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와 책임자 처벌, 방지 대책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지방법원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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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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