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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외국인 감독 선임 조건, '실적'이 우선돼야

외국인 감독 선임의 '허'와 '실'

19.04.24 18:37최종업데이트19.04.2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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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에서 경질된 안데르센 감독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외국인 지도자의 성공과 실패

스포츠에서 '감독은 파리 목숨과 같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감독이란 직책은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감독이 짊어진 숙명과도 같은 성적 영향 때문이다. 특히 프로 스포츠에서는 5연패 이상이면 감독은 경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의 프로 스포츠에서도 그 예외는 아니어서 벌써 K리그1(클래식) 8라운드 종료 후, 두 명의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팀을 떠났다.

그 원인은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성적 부진이다. 첫 번째 경질을 피해가지 못한 감독은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를 떠난 욘 안데르센(56) 감독이다. 욘 안데르센 감독은 지난해 6월 인천 지휘봉을 잡으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다소 생소한 노르웨이 출신 지도자라는 특이한 점도 관심을 끌었지만, 그보다는 북한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는 지도 이력이 더욱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확실한 지도력 만큼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욘 안데르센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은 컸다. 부임 이후 짧은 기간동안 욘 안데르센 감독은 강등권으로 추락한 인천을 안정시켜 지난해 시즌 종합전적 10승 12무 16패로 K리그1 잔류를 이끌었다. 리그 성적도 K리그1 터줏대감 FC 서울과 상주 상무보다도 앞서는 9위를 기록했다. 이에 욘 안데르센 감독은 올해 K리그1 무대에서 강팀의 면모를 갖춰 '상위 스플릿 잔류'를 장담할 정도로 자신감을 가졌다. 

욘 안데르센 감독의 이 같은 목표는 개막 2경기에서 1승 1무 성적의 무패 행진으로 현실화 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욘 안데르센 감독은 5연패를 당하는 부진으로 리그 순위도 최하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에 인천은 욘 안데르센 감독에 '계약 해지'라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결국 욘 안데르센 감독은 한국 프로축구(K리그) 역사에 또 한번 외국인 지도자로서 실패한 감독 중 한 명으로 남게 됐다.

한국 K리그 역사에서 외국인 지도자의 성공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 첫 성공 사례는 바로 전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 발레리 니폼니쉬(76) 감독이다. 발레리 니폼니쉬 감독은 1995년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4시즌 동안 부천 SK를 이끌면서 미드필드에서 세밀하고 정교한 패스를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선진축구의 전술과 전략을 K리그에 유행시켰다. 이후 1996년 아디다스컵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발레리 니폼니쉬 감독은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면서, '신사'로 불리며 한편으로 '니포 축구'라는 신조어도 탄생시켰다. K리그에서 3연패의 신화를 쌓으며 '명장' 반열에 오른 지도자는 차경복(작고, 성남 일화 2001, 2002, 2003), 박종환(81, 성남 일화 1993, 1994,1995) 감독이 있다. 또한 1999년 K리그 전관왕,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2연패를 달성하며, K리그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팀 중 하나로 손꼽혔던 수원 삼성을 지휘했던 김호(75) 감독도 있다.

이와 같은 국내 지도자에 못지않은 명성을 쌓은 외국인 지도자는 바로 브라질 출신 포항 스틸러스(이하 포항) 출신 세르지오 파리아스(52.알 힐랄) 감독이다.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은 2005년 약관 38세의 나이로 포항 사령탑에 올랐다. 그는 2009년까지 전방 미드필더부터 강한 압박으로 상대방을 쉴 새 없이 압박하는 현대 축구의 흐름을 K리그에 도입했다. '스틸타카'라 불리는 포항의 패스축구 기틀을 마련하며 K리그는 물론 FA컵, 컵대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우승컵을 들어올려 한국식 이름 '빠리다'로 불리며 역대 K리그 최고의 외국인 감독으로 평가 받았다.

또한 K리그에서 성공 신화를 일꾼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는 감독은 터키출신 세놀 귀네슈(67.터키 국가대표팀)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터키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하여, 한국을 꺾고(한국 2-3 터키) 3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세놀 귀네슈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이 선정한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후 2007년 FC 서울 감독으로 부임해 공격적인 축구로 새바람을 일으켰다. 2007년 리그컵과 2008년 K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는 지도력을 발휘해 프로축구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국인 감독 선임 우선 조건

K리그 36년 역사에 발레리 니폼니쉬, 세르지오 파리아스, 세놀 귀네슈 감독이 펼친 축구는 화려하고 수비축구에 물들어 있던 K리그의 체질을 개선시켰다. 그들의 업적은 지대했다. 따라서 K리그에서 발레리 니폼니쉬, 세르지오 파리아스, 세놀 귀네슈 감독은 가장 성공한 외국인 감독으로 인식되고 있다. 욘 안데르센 감독의 작별로 이제 K리그에 외국인 지도자는K리그1(클래식) 전북 현대 조제 모라이스(54, 포르투갈), 대구 FC 안드레(46, 브라질), K리그2(챌린지) 전남 드래곤즈(이하 전남) 파비아노 수아레즈(53.브라질)감독 등 3명만이 남게 됐다.

이에 이들의 K리그에서 지도자로서 어떤 운명이 결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이들 3명의 외국인 지도자는 나름대로 자신의 축구철학을 앞세워 K리그에서의 성공신화를 꿈꾸고 있다. 외국인 지도자에게 과거 세계 명문클럽 지도경력(코치, 감독)은 중요하지 않다. 이는 오직 참고 사항에 불과할 뿐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도 실적이다.

이 점에 있어서 조세 모리아스 감독은 특별하지 않고 또한 감독 경력에 있어서도 여러 팀을 전전하며 모두 다 1년 미만의 지도경력밖에 없다. 그럼에도 조세 모리아스 감독은 전북 부임 후 리그와 FA컵 그리고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트레블' 달성을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조세 모리야스 감독은 FA컵 32강전에서 K리그2 안양 FC에 0-1로 덜미를 잡히며 '트레블'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 됐다.

물론 조제 모라이스 감독은 전북 지휘봉을 잡고 현재 5승 2무 1패의 성적으로 K리그1 선두에 올라서며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하지만, 리그 개막전 '절대 1강' 평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AFC 챔피언스리그와 리그에서 모두 일격을 당하는 생채기를 내며, 아직까지 조제 모라이스 축구에 의문부호가 붙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안드레 감독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2연승을 챙기며 리그에서의 성적도 3승 4무 1패의 호성적으로, 리그 순위도 4위까지 끌어올려 K리그 외국인 지도자로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안드레 감독이 K리그에서의 선수생활(2000-2002 안양 LG)을 바탕으로 한, 한국 문화와 언어는 물론 K리그 흐름을 꿰뚫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다. 반면 K리그2에 몸담고 있는 파비아노 수아레즈 감독은 시련의 연속이다. 창단 첫 강등된 전남을 K리그1 복귀 목표를 세웠던 파비아노 수아레즈 감독은 데뷔전에서 아산 무궁화에 0-3으로 크게 쓴맛을 본 후, 브라질, 포르투갈, 스페인 등에서 쌓아온 지도 커리어에 걸맞지 않게 1승 3무 3패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파비아노 수아레즈 감독은 2010년 처음으로 감독 생활을 시작했지만 감독으로 팀을 이끈 경력은 채 3년도 되지 않는 새내기 감독에 가깝다. 2017년에는 한 해 동안 2개팀을 전전하며 수석코치와 감독을 역임하며, 유명 무실한 지도 경력과 특별한 실적없이 전남 지휘봉을 잡았다. 결과적으로 K리그에서 이어지는 외국인 감독 실패는 주관적인 실적을 도외시 한 채, 객관적인 지도 경력에만 초점을 맞춘 선임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구단의 외국인 감독 선임 조건에 있어서 경력보다는, 지도력의 잣대인 실적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제 K리그도 8년 연속 아시아 프로축구리그 1위(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에 오르며 그 수준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에 이제는 K리그도 외국인 감독 선임에 있어서 지도력의 잣대인 실적이 확실히 검증된, 능력 있는 지도자만이 설 수 있는 무대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외국인 지도자들이 K리그를 자신의 실패를 지렛대 삼으려는 무대로 여겨서는 구단과 프로축구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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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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