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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두 번째 독주회... 유소희 명인의 거문고 인생 30년

19.04.20 17:50최종업데이트19.04.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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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문고의 명인 유소희씨 공연 모습 제12회 유소희 거문고 독주회(광주 빛고을국악전수관, 2019.4.18.) 장고: 정인성 ⓒ 신남영

  
옛부터 거문고는 선비들의 벗으로서 은일지사들이 즐겨 타는 고상한 악기로 숭상되어 왔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여성 연주자들도 거문고로 한 경지를 이루어가고 있다. 그 중 유소희 명인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지난 3월 20일 '명금(鳴琴)'을 주제로 열 한 번째 독주회에서 한 시간 넘게 신쾌동류 거문고산조 전 바탕을 공연한 바 있다. 그는 한달여 후인 지난 18일 현대 창작곡을 중심으로 한 '시도(是道)' 공연까지 펼치는 등 왕성한 연주 활동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수석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소희 명인은 거문고의 거장인 김영재, 김무길, 이태백 등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16회 박녹주 국악대제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는 관록 있는 연주자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전남대 국악과 겸임교수를 역임하는 등,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이면서도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국립음악원 한국음악 강사로도 활동하는 등 거문고를 알리는 데 주력해 왔다. 
 

▲ 곡 해설을 하고 있는 유소희 명인 창작곡 '열락'과 '정읍후사'를 해설하고 있는 유소희 명인 ⓒ 신남영

 
606번째 광주 빛고을국악전수관 목요열린국악한마당이자 열 두 번째 연주회로 열렸던 이날 공연에서 유소희 명인은 거문고 창작곡인 정대석 작곡의 '열락', 전인평 작곡의 '정읍후사'와 함께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아쟁 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선제 명인이 작곡한 '청흥'과 '남도애악'을 김선제, 정인성·이승훈(나주시립국악단)씨와 협연을 하며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정대석 작곡의 '열락(悅樂)'은 일차적으로 '기뻐하고 즐거워함'이지만 본래 불교 용어로 '세속적인 욕구를 초탈하여 얻을 수 있는 참된 자족과 환희'라는 정신세계를 담고 있는 곡이다. 1970년대부터 습작을 시작한 정대석씨가 정악과 산조에 기반을 두고 처음 내놓은 작품으로 유가적 수신의 도구로 여겨져왔던 거문고를 통해 불교적 희열을 드러내기에 독특한 묘미가 있는 곡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연주된  '정읍후사(井邑後詞)'는 전인평 선생이 한지에 판화로 만든 '정읍후사' 란 시집에서 제목을 빌려와 만든 독주곡으로 정서가 고아(高雅)하고 시와도 어울려 즐겨 연주되는데 유소희 명인은 두 곡의 연주에 앞서 해설까지 곁들여 그 옛스러운 멋을 격조 있는 흥으로 깊이 있게 연주해 주었다. 
 

▲ 협연하고 있는 유소희 명인 '청흥'과 '남도애악'을 협연하는 연주자들. 아쟁(김선제 명인), 장고(정인성), 징(이승훈) ⓒ 신남영

 
세 번째로 연주된 거문고 독주곡 '청흥(淸興)'은 계면조 선율을 바탕으로 굿거리에서 휘모리로 마치는 전통 장단에 다채로운 시김새와 거문고의 청현과 문현을 최대한 활용하여 김선제 명인의 독특하고 다이내믹한 구성으로 '맑은 흥'을 돋우었다.

네 번째 곡인 '남도애악(南道愛樂)'은 본래 진도 씻김굿의 굿장단을 음악적 바탕으로 작곡된 곡으로 아쟁과 거문고가 서로 대화하듯 전개되었는데, 두 명인의 열정적인 연주로 남도 특유의 애한(哀恨)과 흥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감동의 무대가 되었다. 

유소희 명인이 거문고 술대를 처음 잡은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라 한다. 예부터 선비들이 책과 더불어 가장 아꼈던 것이 거문고였으며 '백악지장(百樂之丈)'이란 말이 있듯이 거문고는 모든 악기의 으뜸으로 여겨져 왔다. 그 어려운 거문고를 30여 년을 족히 넘기며 동고동락해 온 그녀의 금생(琴生)을 보면 아마도 전생에 덕망이 높은 선비였지 않았을까 싶다. 부디 앞으로도 거문고의 지난하면서도 멋진 인생을 살아가며 빛나는 연주로 많은 지음(知音)들에게 청한(淸閑)의 호사를 누리게 해 주길 바랄 뿐이다.  

유소희 명인
●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국악과 졸업
●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국악학과 겸임교수 역임
●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6호 거문고산조 이수자
●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국립음악원 한국음악 강사
● 현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수석단원

● 제11회 동아국악콩쿠르 일반 거문고부문 금상
● 제2회 악성옥보고거문고경연대회 명인부 대상
● 제32회 경주국악대제전 문화부장관상
● 제16회 명창 박녹주 국악대제전 대통령상
거문고 유소희 김선제 신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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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리뷰어. 2013년 계간 <문학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명왕성 소녀>(2023), <물 위의 현>(2015), 캘리그래피에세이 <캘리그래피 논어>(2018), <캘리그래피 노자와 장자>, <사랑으로 왔으니 사랑으로 흘러가라>(2016)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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