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측정치 조작 대기오염 불법배출 파문 확산

환경단체·지자체·정치권 "재발 방지, 엄중 처벌" 강력 촉구

등록 2019.04.20 18:10수정 2019.04.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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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7일 여수산단 한화케미칼 공장 앞에서 열린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치 조작 규탄 대회를 열었다. ⓒ 이성훈

 
여수 산단과 광양지역 일부 기업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황산화물 등을 속여서 배출, 무더기로 적발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측정대행업체, 4년간 측정값 축소·조작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 17일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황산화물 등을 속여서 배출한 여수 산단 지역의 기업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이 2018년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전남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한 결과, 여수 산단 지역 다수의 기업들이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먼지·황산화물 등의 배출농도를 속인 것을 적발한 것이다. 

이번에 적발한 4곳의 측정대행업체는 ▲ (유)지구환경공사 ▲ ㈜정우엔텍연구소 ▲ ㈜동부그린환경 ▲ ㈜에어릭스다. 이들 업체는 측정을 의뢰한 235곳의 배출사업장에 대해 2015년부터 4년간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축소해 조작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과 공모한 배출사업장은 ▲ ㈜엘지화학 여수화치공장 ▲ 한화케미칼(주) 여수1·2·3공장 ▲ ㈜에스엔엔씨 ▲ 대한시멘트(주) 광양태인공장 ▲ (유)남해환경 ▲ ㈜쌍우아스콘 등 6곳이다.
 

측정치 결과값 조작 사례. 카카오톡 대화 내용(왼쪽)과 메일 내용 ⓒ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측정대행업체 대기측정 기록부를 조사한 결과, 직원 1명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장소에서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하거나, 1명이 하루 동안 측정할 수 없는 횟수를 측정한 것으로 기록한 8843건은 허위 측정으로 확인됐다.

또한, 측정을 의뢰한 대기업 담당자로부터 오염도 측정값을 조작해 달라는 내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자를 파악, 측정 조작의 공모 관계를 확인하는 등 4253건에 대해서는 실제 측정값을 축소한 것이 적발했다. 


기준치 이내로 축소, 부과금 면제받아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측정값을 축소해 조작한 4253건에 대해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주요 항목별로 분석한 결과, 측정값은 실제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의 33.6% 수준으로 낮게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염화비닐 등 유해성이 큰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사례는 1667건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에는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음에도 이상 없다고 조작한 사례도 있었다.

또한, 염화비닐 등 특정대기유해물질이 배출기준을 초과했음에도 기준 이내인 것으로 조작해 강화된 배출허용기준 적용을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지와 황산화물 측정값도 법적기준의 30% 미만으로 조작, 대기기본배출 부과금도 면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이번에 대기오염물질 측정값 조작에 공모관계 등이 확인된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6곳의 업체를 우선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지난 15일에 송치하고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나머지 배출업체에 대해서는 현재 보강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로 송치할 계획이다.

"대기업이 이럴 수가!" 지역민들 거센 분노

여수산단과 광양지역 기업들의 측정치를 조작해 대기오염 물질을 불법 배출한 것과 관련, 광양만권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여수산단에 속해있는 ㈜엘지화학, 한화케미칼(주)에 대해 여수시와 환경단체, 정치권에서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7·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 여수산단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을 규탄했다. 여수환경련은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일부 부도덕한 기업들은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값을 조작·축소했다"면서 "이는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범죄이자 시민들을 기만한 부도덕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광양환경운동연합도 17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한시멘트(주) 태인공장과 ㈜SNNC는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백성호 광양환경련 공동의장은 "사법부는 이번 조작과 거짓 작성 등 불법행위에 가담한 해당 기업 전 공정을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 공동의장은 "환경부는 이번 기회에 포스코를 포함한 유사 산업체 전체를 대상으로 자가측정기 조작 여부 등을 더욱 세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을 지역구 국회의원인 주승용 국회부의장은 "이번 사태는 비단 여수 산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라며 "미세먼지의 저감과 국민건강을 위해 전국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원인물질 배출농도 측정결과'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여수시, 대책 마련… 환경단체 "강력 대응" 방침

환경부는 광주·전남 지역 적발사례는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지난 2월부터 실시 중인 감사원의 '대기분야 측정대행업체 관리실태' 감사결과와 전국 일제점검 등을 통해 측정대행업체의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종합개선방안을 5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측정대행업체와 배출사업장에 대한 관리 업무가 지자체로 이양된 이후, 불법 행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 ▲ 측정대행업체의 유착관계 차단 ▲ 측정대행업체 등록·관리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촘촘한 실시간 첨단 감시망을 구축해 미세먼지 불법배출을 근절할 방침이다.
 

전남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8일 여수산단 GS칼텍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성훈

 
여수시는 이번 사건과 관련, 강력한 유감을 나타내고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여수시는 오는 22일부터 여수국가산단 3~5종 사업장 96개소 배출시설 등 전수 조사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대기배출사업장 특별점검 등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점검 결과 배출허용기준치 초과 업체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에 의법 조치하고, 개선명령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병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전라남도에 대기오염물질 이동식 측정차량 조기 구입운영을 적극 건의하고, 국가산단 악취관리지역 지정고시를 통해 악취방지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환경부에 현재 수도권에서만 시행 중인 대기오염물질 배출총량제를 여수산단까지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지역 환경단체는 이번 사태와 관련, 강도 높게 대응할 계획이다. 전남환경운동연합(여수·순천·광양·고흥 보성·장흥·목포)은 ▲ GS칼텍스, 호남화력발전소 등 광양만권 입주기업들은 미세먼지 배출량을 대폭 감축할 것 ▲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 불법배출업체 엄벌과 수사 확대 ▲ 전라남도와 정부는 광양만과 전라남도의 실정에 맞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시행할 것 ▲ 정부와 국회는 미세먼지 다량 배출사업장의 배출허용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셀프측정' 배출량 조작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강흥순 여수환경련 사무국장은 "광양만권 입주업체들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폭 감축해야 한다"며 "광양만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환경부 조사결과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강 사무국장은 "오는 22일 전국 환경운동연합 회의에서 이번 사안을 다룰 계획"이라며 "회의에서 앞으로 대응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고 밝혔다.  
#여수산단 #광양만권 #대기오염물질 #측정치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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