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우즈베키스탄 의회 연설... 한국 대통령으론 처음

"한-우즈베키스탄, 반드시 대륙 통해서 만날 것" 강조

등록 2019.04.19 19:48수정 2019.04.1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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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우즈베키스탄 의회에서 연설했다.

지난 16일부터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을 순방중인 문 대통령은 19일 오후(현지시각) 우즈베키스탄 의회에서 양국 관계를 "친구국가"라고 표현하면서 "공동번영의 꿈은 더 빨리 현실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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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19일 오후(현지시간) 타슈켄트 시내 영빈관에서 정상회담 성과를 담은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공화국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의회 연설장에는 우즈베키스탄 상하원 의원들과 주요 언론들이 참석했다. 지난 2013년과 2018년에 각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곳에서 연설한 바 있다. 

청와대는 "우즈베키스탄 측은 우리 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존중과 우의 표명 차원에서 의회 연설을 제안했다"라고 전했다.  

우즈베키스탄 의회는 상.하원 양원제로 각각 임기 5년의 의원 100명과 150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조종사 출신의 장 발레리 상원의원, IT 전문학교 교장을 지낸 신 아그레피나 상원의원겸 유아교육부장관, 고려문화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 빅토르 하원의원 등 고려인들이 의회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 시기인 지난 1992년 1월 양국이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후 김영삼.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바 있다.

"고대국가 시기부터 사신들이 오고간 친구 국가였다"

문 대통령의 의회연설은 '아프로시압 벽화'를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아프로시압 벽화는 구 소련 시절인 지난 1965년 사마르칸트 동북쪽 언덕에 있는 아프로시압에서 발견된 궁전 벽화다. 7세기 중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벽화에는 고대 한국(고구려)에서 온 축하 사절로 추정되는 인물이 두 명 등장한다.


문 대통령은 "오늘 여러분처럼 1400년 전의 우즈베키스탄인들도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을 환대했을 것이다"라며 "그리고 깊은 우정과 신뢰를 나눈 그들을 가장 중요한 서쪽 벽에 '아프로시압 벽화'로 남겼다"라고 양국 관계의 뿌리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와 같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미 고대국가 시기부터 사신들이 오고간 친구 국가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나의 상상은 한국의 서울에서 철도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지나 멋진 타슈켄트 기차역에 내리는 꿈으로 이어졌다"라며 "양국의 고대국가들이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했던 것처럼 21세기 '철의 실크로드', 철도를 통해 양국이 이어져 상생 번영하는 꿈을 꾸었다"라고 신북방정책을 묘사했다.

신북방정책은 한국과 동북아시아의 협력을 넘어 러시아와 몽골, 중앙아시아 등까지 연결해 동북아 평화와 경제협력을 도모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대외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철도를 통해 양국이 만나는 일은 중앙아시아와 태평양이 만나는 새로운 번영의 꿈이다"라며 "우리 고대인들이 벽화 속에서 나와 다시 손잡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첫 번째 속담] '손님이 다녀간 집은 윤택해진다'

문 대통령은 아프로시압 벽화를 통해 양국 관계의 뿌리를 언급한 데 이어 두 개의 우즈베키스탄 속담을 인용하면서 양국 교류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첫 번째는 '손님이 다녀간 집은 윤택해진다'는 속담이다. 문 대통령은 "인류는 교류와 소통을 통해 발전하고 번영해왔다"라며 "이러한 인류의 역사를 통찰한 우즈베키스탄인의 지혜가 담긴 속담이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수학자 알 호레즈미의 연산기술과 이븐 시나의 의학정전, 티무르 왕의 손자 울루그벡왕의 천문표 등을 열거하면서 "교류가 혁신이며, 곧 번영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역사가 가장 강력한 증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 교역액 21억 달러(2018년), 600여 개의 한국기업 활동, 91개 기업 총 107억 달러에 이르는 에너지.인프라분야 협력 등 양국 관계의 현재를 짚은 뒤 "오늘 양국 관계를 더욱 깊게 발전시키로 했다"라며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위한 협력에는 신산업분야 협력, 첨단우주분야 정책 교류와 위성 직수신국 설치 협력, e-health 분야 협력와 한-우즈베키스탄 보건의료협력센터 개소 등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은 2017년 '국민 대화 및 인간 권익의 해', 2018년에는 '기업활동 및 혁신의 해'에 이어 올해를 '투자 및 사회 발전의 해'로 선포했다"라며 "소통과 개방, 혁신을 통해 국민의 삶을 향상하고자 하는 우즈베키스탄의 꿈이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더 크게 이뤄지기를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속담] '사람을 보호해주는 것은 친구다'

두 번째는 '아몬드를 보호해주는 것은 껍질이고, 사람을 보호해주는 것은 친구다'라는 속담이다. 문 대통령은 "이 속담처럼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의 형제로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00년 초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에 총 7차례에 걸쳐 인력을 파견했고, 2017년 11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유엔총회 올림픽 휴전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 주었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우리의 공동번영과 이어져 있다"라며 "우즈베키스탄은 1993년 유엔총회에서 중앙아시아 비핵지대 창설 방안을 제안했고, 주변 국가들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노력으로 마침내 2009년 중앙아시아 비핵지대 조약이 발효됐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비핵화 선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이루고자 하는 우리 정부에게도 교훈과 영감을 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중앙아시아 비핵지대화 조약'은 지난 2009년 중앙아시아 5개국이 체결한 것으로 중앙아시아 5개국에서 핵무기 개발과 실험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요 핵보유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는 지난 2014년 5월 이 조약 의정서에 서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작년 12월 한반도 남북의 철도는 국제사회로부터 지지와 축하를 받으며 연결 착공식을 가졌다"라며 "우리는 반드시 대륙을 통해 만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의 발전이 한국의 발전이다, 한국은 경제성장의 경험을 기꺼이 우즈베키스탄과 공유할 것이다"라며 "이제 양국의 교류는 혁신과 번영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혁신과 번영으로서의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서로의 벽화에 새로운 교류의 역사를 새길 것이며 우리의 후손들에게 양국의 형제애를 영원히 남길 것이다"라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의회 연설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독립기념비에 헌화하고, 한-우즈베키스탄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한다. 이어 문화공연을 관람한 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주최하는 국빈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우즈베키스탄 의회 #문재인 #의회연설 #아프로시압 벽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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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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