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민들이 롯데에 등 돌린 이유

'강동해안 관광단지,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건설서 부동산사업 급선회

등록 2019.04.19 15:54수정 2019.04.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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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 강동지역. 롯데측이 관광단지를 조성하다 중단돼 있다 ⓒ 울산시 DB


울산은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고향으로 그룹 측이 그동안 지역에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으로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어왔다.

하지만 최근 울산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형성되면서 시민들로부터 '이윤만 찾는 막돼먹은 기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울산시민들은 롯데상품 불매운동이라도 벌일 태세로 지난 몇일 사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관광개발 하라고 특혜 줬건만 이제와서 부동산 사업을?

신격호 명예회장의 고향은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신 회장은 오래전 이곳에 자신의 별장을 지어 마을사람을 초대하는 한편 건강이 악화되기 전인 근래까지 수십 년간 매년 고향마을을 찾아 마을잔치를 열고 주민들께 보답했다.

여기다 신격호 회장은 지난 2009년 사재 570억 원을 출연해 고향인 삼동면을 이름으로 넣은 '롯데삼동복지재단'을 설립해 사회복지 관련사업 지원, 소외계층 지원, 농어촌지역 문화수준 향상, 인재육성, 문화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외 20여 년 전 천혜의 동해안 경관지로 손꼽히는 울산 북구 강동지역을 해양관광휴양도시로 조성하기로 하고 짓다만 강동리조트를 매입하는 등으로 울산시로부터 큰 기대를 받았다.


또한 산업수도 울산의 물동량해소 등을 위해 경부선을 벗어나 '도룡룡 소송'까지 야기하며 허허벌판인 울산 울주군 삼남면 신화리에 들어선 KTX울산역 주변을 발전시키기 위한 복합환승센터를 건립하기로 하는 등 울산시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모습을 보여 시민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롯데의 이같은 개발을 전제로 울산시로부터 개발지역 땅을 싼값에 매입하는 등 특혜를 얻기도 했다.

당초 울산시 생각은 이랬다. 지난 40여 년 간 울산을 먹여살려온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3대 주력업종이 날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업구조 변화 필요성이 제기됐고 천혜의 자연경관을 활용한 관광·유통 등 분야를 발전시키자는 것.

2000년대 초 업무협약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울산 북구 정자동 일대 10만8985㎡에 전체면적 9만9100㎡의 리조트·워터파크 공사를 재개해 2017년 말 개장하기로 했다. 리조트에는 실내 6만7340㎡에 15층 200실의 숙박시설, 연수시설 및 워터파크를, 실외에는 1만4990㎡의 워터파크를 별도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외 9875㎡ 크기의 오토캠핑장과 3만1100㎡ 규모의 판매·문화시설도 들어설 계획이었다.

신동빈 회장 구속 등으로 지난 수년 간 주춤하다 다시 개발의 기대를 모을 즈음인 최근, 울산시에 따르면 롯데는 당초 북구 강동지역을 관광단지로 만들기 위해 건설하기로 한 리조트 대신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를 짓겠다는 의사를 울산시에 밝혔다. 관광 대신 부동산 사업을 하겠다는 의미다.

롯데 투자로 북구 강동 천혜의 동해안 바닷가에 콘도와 컨벤션, 실내·외 워터파크, 오토캠핑장, 복합상가 등이 들어서면 관광문화휴양단지로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던 울산시민들은 크게 실망했다.

여기다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부지에 부동산 사업인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고 울산시에 협의를 요청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져 시민들의 실망이 더 크지고 있다.

당장 울산시가 발끈 하고 나섰다. 울산시는 롯데 측의 협의 요청에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언론들도 롯데의 이같은 변심에 연일 사설 등을 통해 비난하고 있다. <경상일보>는 지난 17일 사설에서 "울산시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오로지 이윤만 추구하는 막돼먹은 기업에게는 조금의 특혜도 줄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창업주의 고향임을 감안해 향토기업으로까지 불리던 롯데가 앞으로 정반대로 울산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인지의 여부는 롯데 측의 입장 변화에 달린 듯하다.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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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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