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은폐 가담 인물이 민주당 시의원, 즉각 제명해야"

여수시민단체 "가해자 두둔, 참고인들 회유" vs. 해당 시의원 "의견 제시였을 뿐 협박 없었어"

등록 2019.04.19 14:35수정 2019.04.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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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폭행 당한 사람입니다. 민덕희 국장은 민사소송 때 광주고등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직접 증인으로 나와 너무나 뻔뻔하게 허위진술을 하면서 가해자를 두둔하였습니다. 저를 마치 꽃뱀인 양.... 아무리 잊고 지내려고 노력해도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지내고 있으나 그때의 기억을 되새겨 보니 분통하고 소름이 끼칩니다."

전남 여수에서 민덕희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의 사퇴 촉구와 함께 시의회의 징계 제명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요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민 의원이 13년 전 사회복지시설 원장의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를 모함하고 다른 직원들이 증언에 나서지 못하도록 회유한 정황이 폭로됐기 때문이다.

"성폭행 사건 은폐 가담, 민주당은 알고도 공천"  
 

명백한 정치계 미투운동의 진실을 은폐하고 가해문화 동조하는 여수시의회를 규탄한다는 펼침막을 집회 모습. ⓒ 심명남

 
사건은 지난 2006년에 발생했다. 당시 여수 지역 아동복지시설 'O 법인'에 사회복지사로 근무했던 피해자(당시 21세)는 원장으로부터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폭행에 시달렸다. 대부분 근무시간에 업무 지시나 조언을 빌미로 범행이 이뤄졌다.

참다못한 피해자가 동료 사회복지사에게 이를 털어놓으며 사건이 알려졌고, 원장을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원장이 피해자와 '연인사이였다'라고 주장하고, 불이익을 두려워한 동료들도 입을 다물면서 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조력을 맡은 여성단체와 함께 항고와 재항고로 맞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2년 뒤 진행된 민사소송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피해자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던 동료들이 법정에 나와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들은 법인 측의 회유와 압박으로 경찰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했을 뿐만 아니라 평소 자신들이 원장으로부터 겪은 성희롱과 성추행 사실까지 증언했다. 법원은 원장이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음을 인정하고, 그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원장 측이 불복해 대법원까지 갔지만 결론은 한 번도 바뀌지 않고 2009년 2월 마무리됐다.

이렇게 끝난 사건은 다시 세상에 소환된다.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덕희 현 시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민 시의원은 사건 당시 피해자와 동료 사회복지사들이 사건 은폐를 위해 관련자들을 회유했다고 지목한 인물이었다. 수사 초기 참고인들이 제출한 사실확인서에는 민 시의원이 "피해자도 성인이기 때문에 잘못이 있다" "원장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기록돼 있다.

피해자의 호소로 이 사실을 알게 된 지역 여성단체들은 더불어민주당에 민덕희 후보를 공천 배제 해달라고 의견서를 보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민 후보는 비례대표 2번으로 시의회에 입성했다. 이후 전남여성복지시설연합회 등 90여 개 단체가 '성폭력 사건 협박·회유·교사한 민덕희 의원 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위원회)를 구성하고 제명을 위한 1인 시위 및 기자회견을 진행중이다.


"의견 제시였을 뿐 협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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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덕희 여수시의원(자료사진). ⓒ 민덕희의원실

 
반면 민 시의원은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2006년 4월경 사무국장인 저에게 취합된 정보를 바탕으로 참고인들에게 의견을 제시한 사실은 있으나 사건을 축소, 은폐하기 위하여 참고인들을 회유, 협박한 사실은 결코 없다"라고 밝혔다. 또 "이 사건과 관련하여 사무국장으로서 수행했던 역할, 법정에서의 증언 등도 모두 이러한 사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결코 범죄사실을 축소, 은폐하거나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할 의도는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후 대책위는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방문한 나주 한전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같은 날 오후 여수 신기동 부영3단지 사거리에서 200여 명이 모여 거리집회를 열었다. 이튿날인 13일 김선관 여수사회복지연합회 회장과 만나 이토록 반발하는 이유를 물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회유, 협박, 교사를 주장한 민덕희 의원에 대한 퇴진운동에 나선 여수사회복지연합회 김선관 회장 모습 ⓒ 심명남


- 왜 갑자기 이 사건이 불거졌나.
"갑자기가 아니다. 작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5월 11일 민덕희 후보가 비례대표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듣고 성폭행 피해자 B씨가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사실확인서와 의견서를 보내왔다. 이후 9개 여성복지시설에서 긴급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에 민 후보에 대해 공천을 배제해 달라고 정식 공문을 보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결국 민 후보가 비례대표 2번으로 뽑혀 선거에 당선되었다. 이후 문제를 계속 제기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민주당 여수갑지역 위원장과 서완석 시의장을 면담했는데 서로간의 주장이 다르다며 피해자 의견만 가지고는 제명할 수 없다는 얘기만 하더라."

- 여수시의회도 민 의원의 제명(징계)을 거부했다.
"지난달 27일 첫 기자회견 이후 전남 여성복지운영위원 15명이 서완석 시의장을 만났다. 재판과 증빙자료를 요구해 당시 여수성폭행 상담소장의 도움을 받아 상담소 기록을 확보했다. 기록을 보니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시의회에 공문으로 제명을 요구했으나 제명(징계)의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아 해당 의원의 제명처리가 불가함을 알려왔다. 윤리적인 비위가 있는데도 제명할 수 없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로 밖에 볼 수 없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 민 시의원을 제명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당시 동료 사회복지사 3~4명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판결문과 진정서 등 성폭력 상담소 자료를 살펴보니 민덕희 당시 국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받는 직원들에게 '끼어들지 마라', '원장 부인이 명예훼손으로 사건을 준비하고 있다', '원장이 성적인 농담을 좋아하나 물으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라', '생활관으로 찾아와 너도 어른이니 어른답게 행동하라', '사건이 불거지면 애들도 생각하라'며 참고인들에게 겁을 주고 피해자에게 유리한 진술을 못하게 했다. 법인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직원들에게 불리한 얘기를 않도록 지시, 통제해 외압과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

- 민 시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거부했는데.
"나는 민주당 골수 당원이다. 열린우리당 창당 시절 지역에서 간사에 이어 지금까지 당비를 내며 책임당원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여수을 지구 당상무위원회에서 민덕희 시의원이 여성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당원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윤리적으로 부적격한 인물로 판결한 이런 사람이 여성위원장이 된다는 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와 맞지 않다. 피해자의 억울함이 풀어져야 한다. 물러나지 않는다면 가만둘 수 없다."

- 향후 계획은?
"민 시의원이 사퇴를 거부한다면 민주당 여수지역위원회가 제명할 때까지 대책위의 활동은 계속된다. 그것이 1탄이라면 2탄이 또 있다. 법인 측의 회유와 압박으로 가해자가 형사사건에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민 의원의 책임이 크다. 법인 측의 이미지 실추만 걱정하고 진실을 감추려한 범죄행위에 대해 묵과하지 않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민덕희 #성폭행 사건 #전남도당 #여수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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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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